SK바이오팜, K-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쓰다
2019년은 SK바이오팜㈜(이하 SK바이오팜)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당사의 파트너인 Jazz Pharmaceuticals가 3월에 SUNOSI™(수면장애치료제)를 미국에서 승인받았고, 11월에는 SK바이오팜의 토종 신약 XCOPRI®(부분 발작 뇌전증 치료)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전자는 대한민국 제약사가 개발해서 미국에서 승인받은 첫 번째 중추신경계 약물이 되었고, 후자는 약물의 개발과 상업화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실현한 첫 번째 약물이니 대한민국 제약사의 의미 있는 깃발을 꽂은 한 해가 되었다.
두 약물이 비슷한 시기에 승인을 받았지만, 다른 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약물에 대한 전략적 분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회사의 역량, 가용 재원, 임상의 특성, 약물과 그 시장에 대한 이해, 달성하고자 하는 회사의 목표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약물, 임상, 시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약물 경쟁력 파악
약물의 경쟁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약물인지 선별하는 인사이트가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이다. XCOPRI는 처음부터 만만찮은 경쟁자가 있었다. 바로 뇌전증 치료 약물로 먼저 발굴되어 Johnson & Johnson에 기술 수출되어 개발되고 있는 Carisbamate였다. 경쟁 비교 약물을 바로 옆에 두고 늘 비교하며 개발 초기부터 Carisbamate와 비교하여 차별성이 있는 프로파일(profile)을 가진 약물이 아니면 아예 후보 물질 선상에서 제외하는 내부 선발전이 더 치열했기에 ‘A Game Changer’급의 뇌전증 약물 XCOPRI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배경인 것이다.
내부 선발전에서 약물의 프로파일(profile)을 종합하는 TPP(Target Product Profile)는 매우 중요하다. SK바이오팜이 신약 과제의 Go/No-Go를 결정하기 위해 운영하는 Stage Gate Model은 TPP를 세부 항목 별로 정하고 이것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우위력을 가지는지 Minimum, Expected, Desired로 사전에 정해놓고 단계별 데이터를 가지고 이후 최종 분류하여 판단한다.
XCOPRI의 경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TPP의 항목은 ‘완전 발작 소실(zero seizures)’이였다. 일상생활에서의 발작을 줄여주는 것이 과거 통용되는 TPP에서의 척도였다면, 발작을 완전히 없애주는 것이 환자를 비롯한 시장의 진정한 지향점임을 이해하고 이 점이 임상에서 충분히 증명되도록 개발 전략을 수립하였다.
임상 전략
임상 전략은 위에서 언급된 TPP 항목이 임상을 통해 증명될 수 있도록 수립하여야 한다. 단, Regulatory에서 인정하는 endpoint에 대해 FDA(미국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청)가 서로 다르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글로벌 임상 계획을 수립할 때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임상 설계를 해야 하는지 또한 달성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여 임상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CNS(Central Nervous System, 중추신경계) 약물의 경우, 환자들의 느낌이나 기억에 의존하는 주관적인 피드백을 endpoint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전증의 경우에는 발작의 빈도수를 세는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여 XCOPRI의 약효라면 상대적으로 다른 CNS 임상보다 적은 규모로 임상을 진행하고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분석도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시장에 대한 이해
SK바이오팜은 이미 임상 데이터를 주목하여 보았던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십도 가능했지만, 독자 상업화의 길을 선택했다. 기존의 약물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뇌전증 약물로서의 call point를 분석한 결과, 미국은 약 2만 명의 신경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상업화 전략을 수립하면 150여 명의 상업화 조직으로 충분히 직접 상업화가 가능하겠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약물에 대한 이해와 임상을 통해 얻은 결과, 마지막으로 payer와 실제 처방할 의사들에 대한 복잡한 얼개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전략의 결과물인 것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시장의 독자 상업화를 결정한 이후,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서 Arvelle Therapeutics 와 2019년 2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형 투자자의 재원을 바탕으로 XCOPRI에 특화된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Arvelle을 선택하였고, 2020년 현재 EMA(유럽의약품청)가 MAA(시판허가신청)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다음으로 큰 시장인 일본은 현지제약사의 영업이 강세인 일본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여 Ono사와 2020년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XCOPRI의 글로벌 시장 전략을 세밀하게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글/신해인 팀장
SK바이오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석사 후 SK에 입사하여 벤처투자 및 기술이전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의 사업개발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SUNOSI와 XCOPRI의 파트너십을 직접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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