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다이슨의
'날개없는 비상'

선풍기, 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 어느 집에 가더라도 있을 법한 생활가전제품을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익숙하게 사용하는 다수의 생활가전제품은 이미 완성형 기술로 더는 혁신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 산업디자이너였던 제임스 다이슨은 기존 생활가전제품이 지니고 있던 익숙하지만 불편했던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거나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불편함의 이유를 찾다

영국의 전자회사인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불편함에서 혁신을 찾고자 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백리스(bagless) 타입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1979년에 영국의 한 청소기 제조사의 제품으로 집을 청소하던 제임스 다이슨은 청소를 하면 할수록 청소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흡입한 먼지가 먼지봉투의 구멍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이 문제에 무려 5년 동안 집중했다. 그러다 나무를 가공하는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통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제임스 다이슨은 1984년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이후에도 다이슨은 기존 생활가전의 한계에 주목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2009년에 출시한 날개 없는 선풍기는 비행기의 제트엔진과 비행기 날개의 원리에서 착안했다. 작으면서도 단순한 구조의 선풍기는 기존 선풍기보다 매우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었다.

 

디자이너의 심미안과
엔지니어의 기술력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하며 고중량 화물을 빠르게 옮길 수 있는 고속 상륙선 설계 업무를 통해 엔지니어링에 대한 감을 익혔다. 직장생활 4년 동안 경험을 쌓은 그는 과감하게 창업에 나서 1974년에 전 직장동료와 의기투합해 ‘커크-다이슨’을 설립한다. 정원이 많은 영국에서 이들이 선보인 정원용 손수레는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렸다. 이 제품으로 제임스 다이슨은 1977년 ‘빌딩 디자인 이노베이션’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모방 제품이 시장에 풀려 이들이 만든 제품이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았고, 이에 제임스 다이슨은 신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산업디자이너 출신답게 기능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제품들을 선보였다. 제임스 다이슨은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는가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고려할 때 나온다(Good design is about how something works, not just how it looks.)”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다이슨의 디자인 철학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경력보다 발상을 실현할 인재 영입

제임스 다이슨은 회사에 ‘디자인연구개발센터(RDD, Research Design and Development)’를 개설하고 직원의 3분의 1가량을 디자인 엔지니어로 충원했다. 다이슨의 디자인 설계를 책임지는 디자인 엔지니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산업디자인은 물론 기계공학이나 유체공학, 소프트웨어, 화학, 미생물학 등 얼핏 생활가전제품 디자인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의 전공자들도 많다. 또한 제임스 다이슨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을 적극적으로 발탁하고 있다.

더불어 제임스 다이슨은 ‘제임스 다이슨 재단(James Dyson Foundation)’을 설립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재능을 지닌 인재들을 발굴하는 국제대회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를 개최하고 있다. 우승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을 받는다. 다이슨은 재정 지원을 할 뿐, 저작권과 판매권 등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모든 권리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의 첫 자서전 제목은 「계속해서 실패하라」다. 과거 5,126번의 실패 끝에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어쩌면 현재의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기획/ 편집실
글/ 정라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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