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쿠팡을 벤치마킹하여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려는 소위 플립(flip)에 관심을 갖은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우리나라 회사를 플립을 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본사를 미국에 두고 미국 ‘쿠팡LCC’가 한국에 지분 100%를 소유한 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플립은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전략적인 이유로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주로 미국)로 본사를 이전하고 기존의 한국 법인을 청산하거나 지사로 만드는 개념이다.

플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세한 전략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로 플립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은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플립을 진행하려는 걸까?

첫 번째는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큰 미국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VC 입장에서는 미국에도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많은데 미국에 비해 외환거래나 허가 등 각종 행정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한국에 굳이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인 뤼이드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며 국내 유니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으로 이전을 추진중에 있다

두 번째는 인재풀이 비교적 넓은 선진국에서 반도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등 첨단 분야의 우수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우수기술을 보유하거나 비즈니스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세계 유수의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용이해지고 보유기술의 이전이나 회사 매각의 대상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등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스윗테크놀로지스는 인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 미국으로 이전했으며 2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세 번째는 주요 거래처가 해외에 있는 경우 고객과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본사를 해당 국가에 두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각종 허가, 세금제도, 통관절차, 회계처리 방식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아무리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주고객이 있는 국가에 본사를 두는 것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스포츠 분석 솔루션 스타트업 비프로컴퍼니는 국내보다 시장 규모가 월등히 큰 유럽 스포츠 시장을 겨냥하며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네 번째는 비즈니스모델에 따라서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합법인 경우에 당연히 본사를 이전하려고 한다. ICT 실증특례 1호 기업 뉴코애드원드는 정부의 규제를 피해 비즈니스가 합법인 아랍에미리트(UAE) 행을 결정했다.

플립은 과거 막연한 꿈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아메리칸 드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확실한 목적과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도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올바른 길로 안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마음껏 펼쳐 나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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