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
1980년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 벤처 붐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되어 1985년 LG가 미국에 바이오의약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90년대에는 매년 약 20여 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창업했으며, 연간 VC 투자금액이 2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 붕괴로 촉발된 2000~2002년 금융위기로 3년 이상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150개 기업이 파산)과는 달리, 한국 바이오 시장은 2002년 한 해(폐업률 2%)를 제외하고는 더욱 빠르게 성장하게 된다.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 기술로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면서 바이오 신약에 대한 기대 심리는 오히려 증가했다.
2005년 기술성 평가 특례상장 제도가 마련되면서 매년 5개 내외의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고, 우회상장 역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초래된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10년까지 총 61개 바이오 벤처기업이 상장되었고,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8조 원 정도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된 제약 관련 기업체 197개 모두를 합쳐도 전체 매출액이 12조 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률은 10%, R&D 집중도는 6.7%에 불과했다. 이는 상장기업 1개당 매출액이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며, R&D 투자비는 7억 원 내외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바이오 열풍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고성장을 거듭했으나, 정작 대규모 R&D 투자에 필요한 자본조달 능력이나 중장기 성장 역량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매출 실적은 매우 저조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바이오의약 산업 생태계의 진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버블은 불가피하며,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신약개발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미래가치에 대한 신뢰를 통해 자본이 조달되지 않는다면 신약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버블의 주기적인 붕괴와 이를 통한 인수합병, 퇴출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필요한 최적의 자원배분, 차별화된 경쟁력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태계의 진화 대신에 정체 혹은 후퇴가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 산업 생태계의 진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가지 방향은 이미 상장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이루거나 혹은 자본조달 능력을 확대해서 더욱 공격적인 라이선싱, 혹은 빅파마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자기 자본력을 극대화하고 빅파마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진화의 방향은 2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을 넘어서 3세대, 4세대 벤처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모달리티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혁신 흐름을 주도할 모험적인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글/김태억 대표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기술경제학을 전공했으며, 기술사업화 및 제약기업 라이선싱 컨설팅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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