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의 원고에서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디지털 문명, 소비자가 왕이 되는 팬덤경제로 전환 중이라고 언급했는데, 불과 8개월만에 디지털 문명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며 세계 경제와 사회의 생태계를 포노 사피엔스 시대로 바꾸고 있다.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팬덤시대다. 세계 1위 애플은 8억 명의 충성스런 고객들이 아이폰은 물론 고가의 액세서리까지 싹쓰리하며 팬덤의 위력을 보여준다. 움직이는 아이폰, 제2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테슬라는 거대 팬덤에 힘입어 700조가 넘는 세계 7위의 기업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도전하는 분야마다 Z세대의 팬덤을 창조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아마존도 연회비 119달러를 지불하는 프라임 고객이 2억 명을 넘었고, 유튜브, 넷플릭스도 유료 시청자 수 2억 명을 넘어섰다. 모두가 강력한 팬덤에 의해 형성된 포노 사피엔스 마켓이다. 팬덤경제는 이제 구독경제로 이어지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특징으로 TMI(Too Much Information)을 꼽는다. 소비자는 무언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정보를 습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늘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혼돈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나 인플루언서, 플랫폼을 하나 결정하고 그 부족 안에 머무는 것이다. 팬덤이 강화되는 것은 바로 이런 집단적 심리변화가 핵심 원인이다. 애플족, 테슬라족, 넷플릭스족 등이 탄생하고 강력한 파워 유튜버, 거대 팬덤의 왕홍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새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관에서 생활한다. 그것을 최근 메타버스(metaverse, universe와 가상현실 기반의 초월적 세상이 합쳐진 새로운 우주)라고 정의한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우주에서 사는 인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R&D 전략도 이 새로운 우주,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메타버스의 세계관으로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를 새롭게 정의해 보자. 10대 과제는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지능형 정부, 데이터댐, 그린 스마트 스쿨, 스마트 의료 인프라, 스마트 그린 모빌리티, 그린 에너지 등이다. 메타버스의 세계는 디지털 플랫폼과 현실세계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OC 디지털화와 지능형 정부는 최근 Z세대가 인터넷 세상에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감안하여 기획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 콘서트의 무대가 되고 있는 포트나이트나 새로운 가상현실 커뮤니티로 각광받는 제페토가 대표적 참고 사례다. 디지털 문명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면 스마트의료, 스마트 그린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생태계의 기획도 보다 선명해진다. 그 근간을 만드는 데이터댐과 데이터 플랫폼의 기획 방향도 잘 설정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소비자가 권력이고 그들의 선택이 결정하는 팬덤경제가 지배한다. 미래산업을 설계하려면 새로운 개인에 대한 정의는 물론 이 새로운 법칙도 적용해야한다.
팬덤을 만들어내는 제일 중요한 근원은 공감이다. 이어령 선생은 이 시대를 공감 자본시대라고 정의했다. 공감을 일으키고 팬덤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휴머니티와 진정성이다. 고객의 생각과 원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에 인문학과 휴머니티를 갈아넣었다는 스티브 잡스의 집착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 R&D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가슴에 새겨넣어야할 격언이다. 팬덤은 좋은 경험에서 출발한다.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디테일이 필요하다.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 프로그램 개발자, 제품디자이너, UI/UX 디자이너 등 최고의 전문가들이 밤을 새워가며 협업해야 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들에게 끝없이 ‘더, 더, 더’를 요구했고 그 집착이 결국 사용자의 심장을 노래하게 할 수 있었다. 잡스의 집착이 바로 진정성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제조업은 정해진 사이즈 안에 두 배의 메모리, 두 배의 화소수, 빠른 속도 등 숫자로 표기하는 스펙을 정해놓고 개발하는데 집중해왔고 그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권에 설 수 있었다. 팬덤은 좋은 기술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잡스가 말했듯 기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하고 좋은 경험의 창조를 위해 집착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한 기술 위에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겠다는 진정성이 더해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휴머니티가 담긴다면 세계가 열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뉴노멀을 준비하는 미래 R&D 전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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