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3D 프린팅을 활용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 방법
코로나19로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반 국민들도 해외여행 제한 등의 불편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을 추진해 온 기업들은 더 큰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다.
제조사슬의 글로벌화는 크게 인건비 등 제조비용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과 희소성 있는 자원(예: 희토류 금속, 특정 전공분야의 인적자원 등) 위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원 의존형 생산기지 운영’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이 전자에 해당하는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에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3D 프린팅이라고도 불리는 적층제조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극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즉, 원거리에서도 원격으로 제조 공정을 컨트롤 할 수 있어 물자 이동이라는 ‘보급’ 과정과 ‘재고 관리’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가 바로 미 우주항공국 NASA가 추진했던 ‘Made in Space’ 프로젝트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의 경우 모든 물자와 부품들을 지구에서부터 ‘보급’ 받는다. 문제는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까지의 보급 과정이 험난하고 비용도 상당하다는 것인데, 매번 보급을 위해 우주선을 발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물리적으로 ‘보급’을 하지 않으며 물자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적층제조에서 찾았다. 즉, 매번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우주선을 발사하지 않고, 3D 프린터를 우주정거장에 설치해 놓은 후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지구에서 설계도면만 이메일로 전송함으로써 우주정거장이 물자를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코로나19로 각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사슬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물리적 이동 없이 ‘제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생산(Digital Fabrication)’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영국 전역의 의료생산 공장들이 셧다운 되자, 재규어-랜드로버는 자사의 공장과 영국 전역의 협력업체 공장에 설치된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의료용 안면보호대, 인공호흡기 부품 등을 생산하여 각 공장 인근의 병원에 공급하도록 함으로써 ‘부품의 유통과 공급’을 과감히 생략하고 적기에 코로나19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적층제조가 언택트 환경에서 물리적 이동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제조툴임을 시사한다.
다만, 언택트의 장기화로 적층제조가 보편화 될 경우 제조업의 경쟁력이 생산에서 디자인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 경우 제조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보다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디자인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또한, 지식재산권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다. 적층제조가 보편화된 환경에서는 어느 기업의 디자인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느냐가 시장의 패권을 쥐느냐와 직결된다. 이러한 특성은 플랫폼 경제에서 말하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이며, 이 경우 지식재산권으로 제품생산의 노하우를 보호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층제조의 핵심 상품이 되는 전자설계 도면을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특허 같은 전통적인 지식재산권 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같이 유연한 방식의 지식재산권이 활성화 될 것이다.
글/안준모 교수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학과장과 기술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과학기술혁신정책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
※ '전문 보기' 버튼을 누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