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언택트 시대,
3D 프린팅을 활용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 방법

 


 

〈언택트(Untact) 특별기획〉
Introduction: 코로나로 빨라진 디지털 전환,
Introduction: 한국기업에 기회가 된다!
① 언택트 시대 VR·AR을 활용한 기업 혁신사례
② 너와 나의 연결고리, 코로나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③ 언택트 시대 3D프린팅 활용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방법
④ 인공지능, 언택트를 커넥트하다
⑤ 코로나19로 변화한 스마트시티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로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반 국민들도 해외여행 제한 등의 불편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더 큰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다. 더욱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의 변종이나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이 예측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간적 이동이라는 제한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사실, 1990년대 부터 인력과 자본, 정보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제조’의 전략적 초점은 글로벌 물결 속에서 제조공정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왔다. 따라서 그간 제조업에서는 전 세계에 흩어진 여러 혁신자원을 어떻게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 전체 제조 및 물류 프로세스의 흐름을 최적화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관심을 받으며 International Manufacturing이라는 분야가 발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조 사슬의 글로벌 화는 크게 인건비 등 제조비용의 최소화를 목적으로한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과 희소성 있는 자원(예: 희토류 금속, 특정 전공분야의 인적자원 등) 위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원 의존형 생산기지 운영’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이 전자에 해당하는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에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적층 제조는 식각(Etching)이나 절삭(Cutting) 공정 같은 기존의 ‘빼기’ 방식의 전통적 생산방식과 구분되는 ‘더하기’식 생산방식으로, 쉽게 말해서 ‘3D 프린팅’을 활용한 제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굳이 ‘3D 프린팅’이라고 하지 않고 ‘적층 제조’라고 하는 것은 적층 제조가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으로서 플랫폼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찍이 많은 선진국은 디지털 제작으로서의 적층 제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모든 제조 프로세스가 IoT로 연결될 경우의 디지털 제조툴로 적층 제조를 바라보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동유럽의 숙련된 저임금 노동자 감소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적층 제조의 광범위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법령이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3D 프린팅이라는 개념에 함몰되다 보니 3D 프린팅 기술을 대학생 창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초기 시제품(Proto Type Products)을 제작하는 보급형 제작툴로만 이해한 측면이 크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해 인력과 자원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적층 제조만이 가진 장점들이 부각되고 있으니 국내 기업들도 이 기회에 적층 제조의 장점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각국의 적층 제조 활용 및 코로나19에 따른 전략적 이용




그림2-(a). 3D 프린팅 기술의 다양한 활용: 무중력 상태에서의 3D 프린팅 실험




그림2-(b). 3D 프린팅 기술의 다양한 활용: 건축용 3D 프린터를 활용한 우주 식민지 건설




그림2-(c). 3D 프린팅 기술의 다양한 활용: 3D 프린터를 활용한 인공 피부 제작




그림2-(d). 3D 프린팅 기술의 다양한 활용: 3D 프린터를 활용한 코로나19 대응



적층 제조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극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즉, 원거리에서도 원격으로 제조 공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 물자의 이동이라는 ‘보급’ 과정과 ‘재고 관리’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사례가 바로 미 우주항공국 NASA가 추진했던 ‘Made in Space’ 프로젝트이다(그림 2-(a)). 우주 정거장을 예로 들어보자.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 정거장의 경우 모든 물자와 부품들을 지구에서부터 ‘보급’ 받는다. 문제는 지구에서 우주 정거장까지의 보급 과정이 험난하고 비용도 상당하다는 것인데, 매번 보급을 위해 우주선을 발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물리적으로 ‘보급’을 하지 않으며 물자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적층 제조에서 찾았다. 즉, 매번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우주선을 발사하지 않고, 3D 프린터를 우주 정거장에 설치해 놓은 후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지구에서 설계도면만 이메일로 전송함으로써 우주 정거장에서 물자를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실제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NASA는 무중력 상태에서의 3D 프린팅을 시험했으며 그 결과가 성공적이여서 적층 제조를 화성 같은 행성에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는 미래 핵심기술로까지 고려하고 있다. 우주 식민지 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지구에서 공급하지 않고 화성 같은 행성의 흙이나 돌을 활용하여 건축용 3D 프린터로 건물을 짓는 방식을 고려 중인데, 이를 실증하기 위해 NASA는 ‘3D Printed Habitat Challenge(3DP Challenge)’를 개최하고 있다(그림 2-(b)).

미 육군(US Army)도 적층 제조가 ‘원자재의 이동’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군이 전 세계에 파견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은 늘 보급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본국에서의 보급 없이도 간단한 치료가 각 지역기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공 피부’와 같은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림 2-(c)). 이러한 NASA와미 육군의 접근은 적층 제조가 ‘물자의 이동’이라는 과정을 생략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한 것인데, 코로나 19로 각 기업의 글로벌 생산 사슬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물리적 이동 없이 ‘제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생산(Digital Fabrication)’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림 2-(d)에 제시된 것처럼, 코로나19로 영국 전역의 의료 생산 공장들이 셧다운 되자, 재규어-랜드로버는 자사의 공장과 영국 전역의 협력 업체 공장에 설치된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의료용 안면 보호대, 인공 호흡기 부품 등을 생산하여 각 공장 인근의 병원에 공급하도록 함으로써 ‘부품의 유통과 공급’을 과감히 생략하고 적기에 코로나19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적층 제조가 언택트 환경에서 물리적 이동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제조툴임을 시사한다.

앞으로 언택트로 인해 적층 제조 방식이 대두될 경우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소재 과학(Material Science)의 발달로 유기물(Organic Material)이나 전자 장치가 내장된 복합소재의 출력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맞춤형 생산방식이 대두될 것이다.
지금도 언택트로 사람들이 물리적인 접촉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 같은 언택트 쇼핑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소재 과학의 발전이 뒷받침해 준다면, B2B(Business-to-Business) 규모의 글로벌 제조 사슬뿐 아니라 B2C(Business-to-Customer)에서의 개인 맞춤형 산업의 규모도 더 커질 것이다. 둘째, 언택트로 맞춤형 생산이 보편화될 경우 제조업의 경쟁력이 생산에서 디자인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 경우 제조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보다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디자인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권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다. 적층 제조 방식이 언택트 환경에서의 보편적 생산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면 플랫폼의 특성을 띌 가능성이 높다. 3D 프린터 같은 적층 제조 시설만 갖추면 공간적 제약 없이 생산을 할 수 있고 전술한 바와 같이 제조에 대한 노하우보다는 생산 디자인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의 디자인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느냐가 시장의 패권을 쥐느냐와 직결된다. 이러한 특성은 플랫폼 경제에서 말하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이며, 이 경우 지식 재산권으로 제품 생산의 노하우를 보호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층 제조의 핵심 상품이 되는 전자 설계 도면을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플랫폼을 장악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특허 같은 전통적인 지식재산권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01(Creative Commons License) 같이 유연한 방식의 지식재산권이 활성화될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재규어-랜드로버나 HP 등 많은 기업들은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료용 기기 소스(source) 파일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확산정책(Dissemination Policy)은 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표준화(Standardization) 절차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01 특정 조건에 따라 저작물 배포를 허용하는 저작권 라이선스 중 하나이다.

코로나19의 주기적인 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이 예상되면서 언택트 환경이 장기화될 수 있다. 여러 디지털 기술이 언택트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적층 제조도 그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적층 제조가 가진 여러 장점 들을 잘 활용한다면 제조 사슬 관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난관들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안준모 교수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학과장과 기술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과학기술혁신정책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