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이제는
공장에서 키운다?

 

 

네덜란드의 TV 프로그램, 햄버거 패티를 조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기에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쇠고기 패티다. 그러나 이 패티는 자그마치 25만 유로(3억 3천만 원)짜리다. 이 패티의 재료는 소가 아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가 개발한 배양육이었다.

포스트 교수가 배양육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스트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 미국의 멤피스미트와 잇저스트, 뉴에이지미트가 경쟁하며 차례차례 배양육을 개발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로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시판을 허가했다. 시판 허가를 기념해 개최한 시식회에서 잇저스트가 내놓은 닭고기 메뉴는 23달러(2만 4000원). 불과 7년 사이에 배양육이 가격을 만 배 이상 낮추며 현실성 있는 ‘상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땅과 물과 환경을 아끼는 새로운 축산업, 배양육

가장 먼저 배양육을 허가한 나라가 유럽 국가나 미국이 아닌 싱가포르인데는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좁은 영토에 건물이 빼곡이 들어차다 보니 농사에 필수적인 ‘땅’이 부족하다. 자연히 식료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만약 드넓은 방목지가 아니라 공장 건물에서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싱가포르처럼 제한된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곳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 기술로 근육을 ‘재배’한다

짧은 시간에 배양육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배양육 기술 자체는 이미 1999년 특허로 등록된 바 있다. 빌렘 반 알렌 암스테르담대학 교수가 도축 없이 고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국제특허를 취득했다. 포스트 교수 연구팀이 선보인 쇠고기 패티가 바로 반 알렌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포스트 교수의 패티가 억대를 호가한 이유는 배양육을 만드는 데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배양육의 기본 아이디어는 ‘근세포를 배양액에서 증식시키면 고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근세포를 만드는 근육줄기세포는 분화가 끝난 상태라 활발하게 증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육줄기세포가 근세포를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게 하려면 근육줄기세포가 분열하도록 촉진하는 성장인자가 필요하다.
 


글/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과학사를 전공하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자,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의 고경력 과학기자들이 의기투합해 독립한 동아에스앤씨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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