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6월 22일, 제68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제 안보와 세계 정치 분야의 전문가인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불안정한 핵 균형—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핵분열/융합의 원리와 핵무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 균형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최근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했다. 이에 핵무기 개발과 핵균형의 역사, 핵균형의 약화 원인, 그로 인한 기업의 대응 전략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물리학과 관련한 이해가 필요하다. 핵무기는 어떤 에너지를 이용할까. 원소는 분열되기도, 융합되기도 한다.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은 다수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라늄235이다. 이 원소는 외부에서 중성자가 들어오면 불안정한 상태의 우라늄236이 된다. 이후 안정을 유지하고자 바륨과 크립톤으로 분열한다. 그 과정에서 중성자가 3개로 쪼개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바륨, 크립톤, 3개의 중성자가 응집되기 위해 필요했던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는 것이 핵분열의 원리이다. 플루토늄 역시 핵분열하는 원소 중 하나다. 

핵융합은 소수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가벼운 원소에서 일어난다. 가벼운 원소와 원소가 충돌하면서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소가 활동할 때, 더 무거운 물질(원소)이 생성된다. 이 같은 핵융합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원소와 원소를 인위적으로 융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활용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핵분열과 핵폭발이 없으면, 사실 인류는 존재할 수 없었다. 지구 내핵이 없어지면 인류가 현재 지상에서 누리고 있는 환경이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지구의 내핵에서는 우라늄235가 연쇄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으로 태양에서는 수소폭발로 인한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해 현재의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탄류가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비행기 투하, 대포, 로켓 혹은 미사일, 핵배낭을 통한 자폭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폭발시키는 물체들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다만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견이 쏟아져 대부분 없앤 상황이다. 핵무기는 무기의 표적지가 누구인가에 따라 전략 무기가 되기도 하고, 전술 무기로 취급받기도 한다. 

인간이 핵무기를 만든 이유와 핵무기 사용의 충격

핵무기가 만들어진 과정은 민주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시민혁명 이전에는 통치자와 신민간의 유대감이 없었고, 주로 용병을 투입한 전쟁이 이루어졌다.하지만 시민혁명 이후에는 정치공동체가 운명공동체로 변모했고, 시민군, 자원병, 민병대가 출현했다. 예를 들어 지금의 네덜란드는 과거 스페인왕의 땅이었다. 그 시절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지만, 얼마든지 지배자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민족주의가 결합되면서 ‘땅의 주인’에 대한 의식이 생겼다. 이에 따라 군대와 시민사회의 심리적 결합이 발생했다. 

전쟁에서 승리를 도모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급과 장거리 포격으로 충격과 공포를 심어주고 전쟁수행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핵무기는 시작부터 대도시와 생산시설을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무기를 만들었지만, 실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역시 매우 어렵게 투하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초기 구상은 해상을 차단해 본토를 고립시켜 일본의 항복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사실 전쟁 당시 핵무기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심리적으로 일본은 핵무기 때문에 졌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민족주의 및 민주주의 이전의 전쟁방식에도 과도한 피해 금지와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별해야 한다는 인도주의가 강조되었다. 그런데 핵무기는 파괴력이 엄청나고, 방사능 물질의 경우 장기적인 피해를가져온다. 대도시의 민간인과 생산시설을 공격하면서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별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1945년 이후 핵무기 사용 사례가 없으면서 핵금지가 작동되는 듯 보이지만, 군사적/정치적 효과로 인해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핵무기는 핵국 사이의 고강도 분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핵국 사이의 저강도 분쟁 가능성을 높이고 위기를 조성한다. 제한 전쟁에서는 비핵국이 승리하지만, 위기 종결 측면에서는 핵국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냉전기에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쉽게 쓸 수 없음을 인식하고,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을 체결하고 합의 아래 핵 균형을 이루어왔다. 

그런데 시민들의 안전상 기대와 요구가 커지면서, 2010년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실전배치 전략 무기 관련 협약을 담은 ‘New START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타격능력이 생기고 우주전 가능성이 열리면서, 핵균형의 안정성은 점차 무너졌다. 급기야 러시아가 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미국은 전략핵 관련 정보 교환을 중단하고, 다시 협상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답은 없다. 다만 국제 질서가 장기적으로 두 개의 리그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는 선진 제조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중국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진영 간 장벽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으므로 진영 간 영향을 고려해서 기업 활동과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