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류 문명 발달의 촉진제가 되는 여러 가지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들이 있었다. 그중에 첫 번째는 불의 발견이며 두 번째는 바퀴의 발명이다. 제3의 발명은 현재 진행형인 양자컴퓨터라 할 수 있다. 달 탐사에 사용되었던 초기의 컴퓨터는 최근까지 눈부신 발전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무어의 법칙이 발표된 1965년 이후 최근까지 24개월마다 2배의 계산 능력 향상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현대 과학 기술 발전의 핵심인 실리콘 기반의 CPU/GPU가 실리콘 칩 미세 공정의 한계로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으며 수년 내 계산 능력 향상의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현대 컴퓨터이지만 현재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들이 있으며 이러한 난제 해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양자컴퓨팅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컴퓨터는 전 세계 에너지의 2~3%를 사용할 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사용으로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의 상업적 이용 요구는 컴퓨팅 능력의 대폭적인 증가와 이에 따른 에너지 문제를 수반한다. 또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여전히 탄소중립 달성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며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양자컴퓨팅의 활용이 제안되고 있다.
양자컴퓨팅 산업에 대한 BCG의 보고서는 2035년 최대 약 1,0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화학, 제약, 다중 물리 최적화에 활용되어 현재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양자컴퓨팅에 의해 해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상업적 파급력이 큰 양자컴퓨팅이 활용 가능한 분야 중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차세대 배터리 개발 :
배터리의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고체 등 배터리의 기본 소재에 대한 양자컴퓨팅 활용을 통하여 현재 배터리 대비 더욱 향상된 축전 능력, 내구성, 안전성을 이룩하여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공헌
- 수소 경제 :
수소는 탄소중립에 기여할 차세대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경제적인 수소 생산에 필요한 촉매 개발, 수소 생산 공정 최적화 등에 활용 가능
- 물류 혁신 및 스마트 팩토리 :
물류 혁신은 물류의 최적화를 통하여 에너지의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하며 물류비용의 혁신적 절감에 기여
- 양자 초거대 AI :
초거대 AI의 경우 GPT3의 1,750억 파라미터에서 GPT4의 1.76조 파라미터로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년 내 현재 실리콘 기반의 컴퓨터로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이의 돌파구로 큐비트 수 증가에 대하여 지수함수적인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양자컴퓨팅이 대안으로 가능
- 제약 및 화학 분야의 양자컴퓨팅 활용 :
신약개발 및 물질 개발 분야의 경우 양자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개발 기간 단축을 통한 전체 개발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활용을 통한 더욱 고도화된 화학 분석 기술, 가상 스크리닝 기술 개발 가능
글로벌 국가 및 기업들의 투자 현황
양자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각국의 투자는 최근 3~4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각국이 양자과학기술을 국가전략 기술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분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투자에 있어 중국, 미국, 유럽연합이 앞서가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경우 유럽연합 내에 독일, 프랑스 등이 투자에 있어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도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투자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IT 대기업들인 구글,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양자컴퓨팅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하여 양자컴퓨팅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양자컴퓨터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개발 환경으로 미래 시장 선점을 진행하고 있다.
Merck, Boehringer Ingelheim, Jassen, Total, JSR, Exxon Mobile 등 제약/화학 기업들은 신약 및 신소재 개발 기간 단축을 목표로 물질의 화학적/물리적 특성 파악을 위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으며 목표로 하는 특성의 신약 및 신소재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주는 가상 스크리닝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항공기 회사인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사도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양자컴퓨팅을 통해 항공기 디자인, 시뮬레이션, 제조 및 유지보수에 활용하고자 하고 있으며 3차원 기상 상황에 따른 항공 운항 최적화도 양자컴퓨터 시스템의 발전에 따라 충분히 경제적 이득이 발생될 수 있는 분야이다. 금융권에서는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JP 모건(JP Morgan) 등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빠른 연산 속도와 정확한 계산을 요구하는 금융상품 거래에 활용 가능한 양자알고리즘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으로 BMW, Daimler, Volkswagen, Toyota 등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하여 자동차 설계, 제조 최적화, 교통 흐름 최적화 등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9년 구글의 양자 우월성 논문 이후로 활용 분야 기업들의 연구 활동이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현재 BCG 양자컴퓨팅 현황 리포트01에서는 약 100건 이상의 실험적인 연구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팅 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 현황
한국의 양자컴퓨팅 산업은 2019년 구글의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 발표 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을 시작하였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연구 개발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기업 내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 개발을 통해 양자컴퓨팅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에 대비하고 있다. 2022년 11월 양자컴퓨팅 산업화를 준비하기 위한 “양자컴퓨팅 산업 선도기업 연합”이 창립되었으며 현재 포스코 홀딩스, 엘지전자, 현대차, 삼성디스플레이, 하나은행 등의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을 포함한 42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연합에 포함된 소재,자동차, IT 기업은 이차전지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소재 발굴, 공정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주로 국내외의 양자컴퓨팅 전문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있다.
양자컴퓨팅 전문 스타트업의 창업도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주요 대학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큐노바, 퍼스트퀀텀과 오리엔텀 등이 화학 및 금융 분야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퀀텀컴퓨팅은 IBM 양자컴퓨터를 국내에 들여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6월 과기정통부는 퀀텀코리아 행사에서 민간투자 6천억을 포함한 총 3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포함된 양자과학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였으며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는 민간 부분의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의 훌륭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의 우리의 전략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면 양자컴퓨팅의 상업적 활용 가능 시기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2030년 경을 양자컴퓨팅의 상업적 활용 가능한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교수와 일부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 기업은 훨씬 빠른 시점인 향후 2~3년안에 양자컴퓨팅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가까운 미래에 대비하여 기업들은 다양한대응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난제를 발굴하며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을 국내외 전문기업과 협업하여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 간주되어 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전자, 자동차, 이차전지 등 대량 생산의 효율화와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을 통한 경제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기술준비와 협업을 통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