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의 중추적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도로 위의 자동차나,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 그리고 공장에서 생산에 이용되는 설비에 이르기까지 이런 기술이 적용되는 순서를 살펴보면 실현을 위한 소자가 개발되어야 하고 이 소자는 컴퓨터 등의 도움을 받아 최종 선택이라는 종점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데이터가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 데이터의 공급은 결국 그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측정이라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중력이든, 자기장이든, 전기장이든 아니면 특정 영상이든 간에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만일 센서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한 물리량이 인공지능의 작동을 위해 충분하고 정확하다면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기 위한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따라서 최종 선택이라는 종점에 신속하게 이를 수 있게 된다. 이 센서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센서 소재의 물성을 극대화하거나 센서의 구조를 바꾸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센싱 방법론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 다른 센싱 방법의 하나가 양자센싱(Quantum Sensing) 기술이고 이 기술을 이용한 센서를 양자센서(Quantum Sensor)라고 한다. 양자센서는 근본적으로 양자시스템이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매우 민감한 성질을 이용한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성질 때문에 양자시스템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원자 증기(atomic vapor), 초전도 회로(superconducting circuit), 리드버그 원자(Rydberg Atom),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다이아몬드 박막의 결함계(NV-center)등 다양한 구성의 양자시스템을 이용하여 측정 대상에 따라 원하는 물성이 극대화된 기법을 활용하게 된다. 기존의 고전 센서에 비하여 획기적으로 늘어난 감도(sensitivity)와 정밀도(precision)를 갖는 양자센서를 여러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다양한 기술과 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2023년 맥킨지사의 Quantum Technology Monitor 보고01에 의하면 2040년 양자센서의 시장은 10억 불~60억 불 정도로 기대가 된다(양자통신은 10억 불~70억 불, 양자컴퓨팅은 70억 불~930억 불로 예상되고 있다). 양자센서 생태계에서 2022년 국가별 스타트업 회사의 개수는 미국이 14개로 가장 많지만 유럽 전체를 살펴보면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포함하여 24개로 양자센서 분야를 압도하고 있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은 5개, 아직 한국은 없다. 이 중 반은 장비/부품업체이고 하드웨어 혹은 응용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회사가 반을 차지한다. 양자센서의 개발 및 응용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3년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의 타냐 뤼케르트는 센서는 현대 기술의 핵심이자 연결사회의 근간임을 밝히고 IBM과 함께 양자센서를 개발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에 적용하는 양자센서가 휴대폰에 빠질이유가 없다. 국내 산업계도 양자센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을 들자면 양자센서 관련 특허의 출원은 중국, 일본, EU, 미국에 이어 한국이 5위에 올라가 있다. 이 순위는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려할 만한 사실은 중국이 총 특허출원의 반을 차지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양자센서의 대표적인 예는 원자시계이다. 1967년 국제도량형 총회에서는 세슘 원자의 진동수를 이용하여 초를 정의하여 왔다. 9,192,631,770 번의 진동에 걸리는 시간을 1초로 정의하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되어온 광시계(광주파수에서 작동하는 이터븀 원자시계)의 경우 진동수가 1초에 51,829,583,659,863.6 번에 이르러 세슘원자 시계보다 100배 이상의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발된 광시계는 20억 년 동안 1초 정도의 오차만 발생할 정도로 정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이 기술은 GPS의 정확도 향상, 우주기술 등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소형화가 필수이다. 이터븀 광시계의 소형화는 추후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미국의 Microchip Technology 사는 매우 작은 크기의 원자시계를 판매하고 있고 CSAC(chip scale atomic clock) 모델의 경우 그 무게가 약 35g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는 SQUID이다. 초전도 조셉슨 정션에 기반한 SQUID의 경우 10 aT/Hz1/2의 감도로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다. 뇌자도(MEG), 혹은 심자도(MCG) 등에 이용되는 이 기술은 대표적인 양자 센서이다. 최근에는 다이아몬드에 질소와 결합해 있는 결함(NV color centre)이 양자센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큰 밴드갭, 그리고 매우 적은 스핀-궤도 결합으로 인하여 상온 상압의 조건 하에서도 상관 시간(coherence time)이 1㎳에 이른다. 이 NV-Center는 다양한 조건에서도 작동하는데 예를 들면 온도(4 Κ~625 Κ), 자기장(~8.3 T), 압력(~13.6 ㎬)에서 작동하며 이를 활용하여 자기장, 전기장, 온도, 압력 등의 측정이 가능하다.
자기장의 경우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보고된 최고의 민감도는 ~ 1 pT/Hz1/2이다. 이 기술은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도 응용의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있는 양자센서 분야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양자센서는 원자 간섭계에 기반한 중력 센서이다. 말 그대로 중력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양자 중력 센서는 화산 활동 등의 지표면 아래의 지구물리 분야, 천연광물 및 새로운 유정의 매장 탐지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지하에 존재하는 물질 관련 응용은 고고학으로도 확장이 가능하고 터널이나 수로 등의 건축, 그리고 당연히 군사적인 이용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양자센서의 발전도 사실 양자컴퓨터와 견줄 만하다. 2022년 Inside Quantum Technology 보고서에 따르면 CSAC, 양자 중력계의 연평균 마켓 성장률은(2022년~2030년) 각각 39.2%, 33.0%로 예상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당신의 은행 계정 암호를 풀어 버릴 것이라는 공포감에 당장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다음 이런 것들은 괜찮을까? 현재 가격이 폭등해 있는 리튬, 이리듐 등 광물의 대규모 매장지역을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파악하고 그 지역을 선점해 버린다면? 우리가 아무리 지하에, 물속에, 혹은 우주에 무기를 숨기더라도 위치와 종류가 다 알려질 수밖에 없다면? 만일 1cm의 움직임도 다 관측해내는 초정밀 GPS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면 혹은 GPS가 없이도 위치 등의 파악이 cm 정확도까지 가능해 진다면? 그리고 이 기술이 특정 국가 혹은 집단의 전유물이 된다면?
최근 들어 반도체 칩 조차도 전략물자화 하고 있다. 핵심이 되는 양자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첨단 양자센서가 장착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그 양자센서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학·연이 기술을 개발하고 그곳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그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그 기술을 좀 더 심화 발전 시킬 수 있는 양자센서 기술의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양자산업의 선점을 위해서 적어도 몇 개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양자센서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01 https://tinyurl.com/bdydm4eu
02 https://www.microchip.com/en-us/product/csac-sa65
03 Nature 617, 672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