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과학기술 선점을 위한 주요국의 본격적인 기술 패권 경쟁 시작
기술 선도국은 양자과학기술을 미래 게임체인저, 국가안보 전략기술로 인식, 2010년 중반부터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중장기적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로 양자기술 전략화 경쟁의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양자법(’18)을 수립, 백악관 직속 국가양자조정실 이하 범정부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19년부터 ’22년까지 지난 4년간 27.91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양자네트워크 전략 비전(’20)을 통해 장기 20년간 양자네트워크 비전을 제시하였고, 양자컴퓨팅은 구글, IBM 등 글로벌 테크기업을 필두로 민간 중심의 기술 선점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일찍부터 양자성명서(’16), Quantum flagship(’18~)을 추진하고, 2020년대에는 축적된 기초역량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팅(EuroHPC), 양자통신(EuroQCI) 등 양자응용연구·상용화 접목을 진행 중이다. 또한, 영국은 국가양자기술프로그램(NQTP)으로 양자센서 허브를 운영(’14~)하여 고전센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양자센서를 개발 중이다. 중국 역시 양자 굴기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양자정보과학연구소 설립(’17~) 등 ’18~’22년간 1천억 위안(약 16.5조 원)의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으며, 유·무선 4,600km 양자암호통신 신기록을 세우며 양자통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각국은앞다퉈 국가적 차원의 양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각국은 이를 근거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는 약 386억$(QURECA, ’23.7)로 추정되며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발 늦었지만 우리도 양자과학기술 비전 제시, 국가적 역량 결집을 통한 대도약 모색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가속화에 대응하여 국가 전략기술 육성방안(’22) 마련, 12개 국가 필수전략 기술 중 양자기술을 全 기술·全 산업의 공통 핵심 기술인 필수기반 기술로 선정하였다. 또한, 올해 6월에는 ‘2035년 대한민국,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 국가로 도약’ 비전을 제시하고 양자경제 실현을 위한 3단계 발전 전략과 7대 추진전략을 수립하였다. 국내 정부 양자 연구개발 투자는 ’19년 양자기술 전용 사업 신설 후 ’19년 106억 원에서 ’22년 699억 원으로 증가 추세이다(KISTEP, ’22). 다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절대적인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선도국이 대규모 R&D 투자를 통한 기술 선점 경쟁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기술 추격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근미래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기반으로 시장 성장 전망, 장기적으로 양자컴퓨팅이 시장 주도
전 세계 양자기술 시장 규모는 ’23년 기준 20.65억$ 수준에 불과하나, 타 산업과 융·복합 확산을 통해 높은 성장률(연평균 22.7%)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2040년대 양자컴퓨터는 90억$~930억$, 양자통신은 10억$~60억$, 양자센싱은 10억$~70억$ 수준의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였다(’22.6).
양자시장의 활성화 시점은 단기적으로 양자통신·센싱 분야의 상용화가 먼저 시작되어 잠재적으로 여러 산업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맥킨지, ’21.12)되며, 장기적으로 양자컴퓨팅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양자 분야 연구자 대상의 분야별 시장 형성 시점에 대한 설문조사(IITP, ’22.7, 응답자 240명)에서 양자통신은 4~6년, 양자센싱은 7~9년, 양자컴퓨팅은 10~14년 내 활성화가 될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부 시장별로 양자통신은 양자암호통신 서비스와 양자난수 생성 칩셋 등 부품·장비 상용화 확산으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양자센싱은 자기장 센서, 원자시계 등 중심으로 국방, 산업과 융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초전도, 이온포획, 광자 방식에 집중되고 있으며, IBM, IonQ 등 글로벌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여 자사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양자과학기술은 먼 미래 기술이 아니라 근미래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다. 글로벌 양자기술 패권 주도 및 양자시장 조기 선점을 위해 민관의 선제적 투자가 시급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양자과학기술의 초석, 양자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양자 핵심인력·엔지니어링 인력의 동시 육성 필요
양자과학기술은 고전역학적 발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하는 학문으로 기존 인력의 전환 교육이나 핵심인력 양성이 쉽지 않은 분야이다. 더구나, 현재 양자 시장은 본격적인 형성 이전의 단계로 전 세계적으로 양자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25년 이후에 3만 명 이상의 기하급수적 양자인력 수요를 고려하면 양자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 될 전망이다.
국내 역시 양자 핵심인력은 산학연 전체 380여 명 수준이며, 시장과 연구 생태계가 미미하여 국내·외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다행히, 정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21.4) 수립을 통해 인력양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고려대(’22년), 카이스트(’23년) 주관의 양자대학원 신설, 교육·거점 센터(ITRC, SRC/ERC) 확대 등을 통해 양자 핵심인력과 융합인력을 집중 양성 중이다.
특히, 최근 발표한 양자과학기술 비전(’23.6)에서는 7대 추진방향 중 양자인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① 양자과학기술 인재 양성, ② 글로벌 양자과학기술 인재 선순환 체계 구축, ③ 초·중·고 양자인력 육성 저변 확대 등 3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양자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단계적인 육성계획을 수립, ’27년 700명(누적), ’35년 2,500명(누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양자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전기·전자, 시스템·제어 공학 기반의 엔지니어링 인력양성을 동시 추진할 계획이며, ’35년까지 1만 명 수준의 양자 분야 종사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한편 인력양성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 창출이 병행되어야 하며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큐빗 플랫폼 기술 간 경쟁 중, 향후 발전 양상에 따라 무빙타겟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필요
양자컴퓨팅 기술은 ’30년 후반에 본격 상용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며, 다양한 양자컴퓨팅 후보기술(플랫폼) 간에 경쟁 중이다. 현재는 초전도 방식과 이온트랩 방식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으나, 방식별 장·단점이 있어 기술발전 양상에 따라 주도 플랫폼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또한, ’30년대 오류 내성을 갖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오류를 포함한 중간규모 양자컴퓨터(NISQ)를 활용하는 혁신서비스 중심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양자통신의 경우 현재는 양자암호키(디지털 정보 암호화)를 전송하는 양자암호통신의 거리·속도 성능 개선, 부품·장비 저가격화, 채널 다중화, 유·무선 커버리지 확대 등의 고도화 단계에 있다.
향후 단계적으로 양자얽힘이 준비된 종단 간 양자정보를 교환하는 얽힘전송, 양자메모리 기반의 경로설정이 가능한 메모리 기반 양자중계기, 네트워크 전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보정이 가능한 에러정정 네트워크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양자기기(양자컴퓨터, 센서 등) 간 양자정보 전송이 가능한 다양한 양자 네트워크(양자인터넷)로 발전이 예상된다. 양자센싱의 경우 양자 관성, 시간·주파수, 전자기장, 양자광학·계측 등 4대 플랫폼별 고전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 현재는 양자 관성, 자기장, 이미징 센서 위주로 정밀도·분해능 향상, 상온 동작 등 기술적 난제 해소에 주력하고 있으며, 실험실 단계에서 입증된 센서 중 실제 응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SWaP-C(크기, 무게, 전력소모) 최적화를 연구 중이다. 양자센싱은 빠른 상용화를 통해 양자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자경제 선도국을 향한 우리의 도전
양자경제 선점을 위해 기술선도국은 한발 앞서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다행히 아직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의 등장 이전으로 추격 기회는 열려있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여 대한민국이 양자경제 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대규모 Flagship project 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