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통신의 현황과 미래 전망
양자물리학 특성을 통신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자암호 통신과 양자인터넷을 들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기술로 생성·분배한 암호키를 현대 암호체계에 활용하는 기술로써, 여러 양자기술 중 가장 먼저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였다. 반면 양자인터넷은 양자 컴퓨터나 양자센서와 같은 양자디바이스 사이를 양자 상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로써, 현재 디지털 인터넷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안, 연산, 정교함을 가지는 인터넷이다.
최근 양자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상용화가 가까워진 양자컴퓨터는 현대 암호체계를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양자암호통신은 현대 암호체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함으로써,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안전한 통신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양자인터넷은 분산형 양자컴퓨팅이나 양자 센싱 네트워크와 같이 양자 기능의 확장과 성능 향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형 양자컴퓨팅은 소규모 양자컴퓨터 간(間)을 양자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가상의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구성한다. 양자 센싱 네트워크는 원격의 양자센서 간을 양자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양자센서 개별 성능의 총합 이상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디지털 인터넷이 우리 일상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양자인터넷은 국가·사회·경제 분야에서의 상당한 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도 양자인터넷 자체의 보안성으로 디지털 인터넷의 개방형 접속체계에 대한 보안 약점을 극복하는 안전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양자인터넷은 디지털 인터넷보다 좀 더 정교하고 빠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컴퓨팅 및 통신 기술로는 예측과 실측이 쉽지 않은 공기 흐름 변화에 민감한 UAM이나 항공기의 고속 이동 시 비행 경로에, 불특정 제트기류 출현 및 순간 풍속·풍향 변화를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반영함으로써 소요되는 연료비용이나 도착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양자인터넷은 접속자의 익명성을 완벽히 보장할 수 있기에 비밀 투표나 신문고와 같은 익명 통신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의 국내외 기술개발 및 산업화 현황
양자통신기술 중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글로벌 기술 리딩 국가 대비 한국의 기술 수준이 낮지는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원천기술 개발은 늦었으나, 국내 통신사와 정부출연연구소 협업과 지난 ’20년~’22년간 정부 주도 양자암호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 전개로 제품화 및 서비스 상용화에 상당히 앞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 ’22년 국내 통신사들의 양자암호통신 전용회선 서비스 출시는 공공기관 보안 통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적절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는 유선 즉 광케이블을 이용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장거리 무선 및 우주·항공용 자유공간에서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기술 리딩 국가 대비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다만, KIST와 ETRI에서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KT에서는 최근 2km 구간에 대한 무선 양자 암호통신 시연에 성공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10,000km에 달하는 북경-상해 간 주요 도시와 관공서를 연결하는 유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요 금융기관간 거래 정보 공유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세계최초 양자위성인 ‘묵자(墨子)’호를 발사하여 장거리 위성 양자암호통신을 구현하였고, 최근에는 양자인터넷으로의 진화를 위한 얽힘 특성을 실험하고 구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Open QKD(Quantum Key Distribution, 양자 키 분배) 프로젝트를 통해 주요 국가와 도시 사이를 양자 암호 통신으로 연결하고 연구개발에 정진하여 왔으며, ’24년을 목표로 유럽 전역 대상 위성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또 다른 범 유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10년에 구축한 양자암호통신용 Tokyo QKD 시험 망의 국가단위 확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23년까지는 일본 관동지방 대상으로 양자 보안 클라우드(Quantum Secure Cloud)를 확대하여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을 우선 목표하고 있다. ’30년까지는 위성 양자암호통신을 포함하여 전국에 걸쳐 양자암호통신서비스를 확산할 예정이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글로벌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어 대량생산을 통한 저가격화 및 전국 혹은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상호연동용 기술 표준화가 필수이다. 다행히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에서 지난 ’18년 제안한 세계최초의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표준 Y.3800을 ’19년에 승인 받은 이후, 후속 ITU 표준 40여건 중 50% 이상을 주도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표준화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상용 서비스에서의 성공적 수행으로 상당한 수준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년~’22년간 정부 주도 양자암호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에 참여한 국내 산·학·연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였다. 국내 통신사가 각 컨소시엄을 주관하면서 소재, 부품, 장비, 네트워크 및 응용서비스 개발과 구현에 국내 중소기업과 연구계가 참여하여 국내 산업계가 자체 역량과 제품으로 대규모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완비되었다. 다만, 정부 주도 사업 이후 본격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렵게 형성한 국내 산업생태계의 생존과 성장이 어려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초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연구소 주관으로 양자암호통신 장비 국가 인증 제도가 출시되어 조만간 국가 인증 완료 장비가 출현할 경우 공공 및 민간 분야 시장 확대와 더불어 국내 산업생태계 성장이 기대된다.
양자인터넷 분야의 글로벌 기술개발 현황
양자인터넷 분야는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양자얽힘과 같은 양자인터넷 핵심 기술이 양자컴퓨팅이나 양자센서 분야에서 주로 개발되어 온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글로벌 기술 리딩 국가도 관련 기술개발 본격화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큰 상황이 아니다. 양자인터넷 분야는 미국과 유럽이 선도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도 특히 네덜란드는 헤이그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 양자 네트워크 시험망을 구축·운영하면서 양자인터넷을 향한 추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시카고 인근에 양자네트워크 시험망을 구축한 후 기존 광통신 인프라에 적용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IRTF(Internet Research Task Force) 표준화 기구에 함께 참여하여 양자인터넷 국제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최근 양자인터넷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과기정통부 주관 국책연구개발과제가 시작되었으나,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수준의 양자네트워크 시험망 구축은 ’30년경으로 예정되어 있어, 산업화에서의 격차가 점차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의 전략
많은 양자기술 전문가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글로벌 기술 리딩 국가에 비해 한국의 기초·원천 기술 연구개발 기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자연과학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한국이 겪고 있는 일반적 상황이기는 하나, 양자기술의 미래 영향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디지털 통신산업에서 한국의 성공적 성과를 감안하면, 고려 가능한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기술 표준화 선점, 디지털 역량 활용, 응용 서비스 중심 기술개발이다. 산업화 선제 요구사항은 표준화된 기술이다. 지금까지 양자통신 표준화에서의 한국의 성공적 리더십과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핵심 표준 기술 선점을 통한 선제적 산업화 전략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양자통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양자 상태의 전달을 위해서 그리고 전달되는 정보의 이용을 위해서 디지털통신 기술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디지털 역량과 기술력은 양자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는 핵심 자원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기술개발 성과(양자통신 표준화)와 역량(디지털 강국)은 양자통신 산업화 성공을 담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기술개발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산업화 즉 양자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응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디지털통신에서의 한국의 성공은, 상기 전략에 대한 실행이, 적기에 그리고 충실히 수행될 경우 양자통신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