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지난 3월 9일, 제66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무형자산을 중심으로 한 기업경영철학을 알려온 신문범 엔젤6플러스 대표가 ‘더 빅 원 – 이룰 것인가, 남길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기업의 비전과 목표는 ‘끝까지 생존’하는 것

대다수 기업의 비전과 목표는 대동소이하다. 동종 산업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훌륭한 기업시민으로 칭송 받으면서 최고의 위치에서 큰 부침 없이 존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특히 한국 기업 중 10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불과 8개뿐이다. 일본 3만 5천여 개, 미국 2만여 개, 스웨덴 1만 4천여 개, 독일 4천여 개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숫자다.

일반적으로 ‘경영’은 기업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의 주체인 조직을 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영어권에서 말하는 경영은 생존과 발전을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효과를 꾀하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LG그룹 재직 시절, 해당 기업의 비전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이었다. 다시 돌아봐도 경영의 근본은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개인처럼 기업도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기업 시민의 책무는 다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수행하는 활동이다. ESG 경영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재무적 가치 외에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 어떻게 구현할까

그렇다면 지속가능경영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상생, 공생, 공존을 통한 공영의 사회를 구현하는 일이다. ‘경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마케팅’에도 비유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인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는 기업 경영에도 잘 들어맞는다. Product는 R&D, Price는 생산, Place는 유통, Promotion은 광고로 치환할 수 있다. 앞의 세 가지는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 선보인 제품으로 관객을 ‘당겨야’ 한다. R&D를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가격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면 매몰 비용이 늘어난다. 더불어 광고 활동을 통해서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잘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밀고 당김의 균형을 잘 이루어야 매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마케팅은 ‘고객의 감춰진 욕구를 찾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욕구, 감정까지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기업이 기울이는 마케팅적 노력은 독백에 불과하다. 그렇게 하려면 고객에게 최대한 다가가야 한다. 고객에게 더욱더 다가갈수록, 고객은 경쟁사와 멀어지게 마련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인풋(Input)이 좋아야 한다. 특히 전략이 잘못되면 오히려 나쁜 길로 향할 수 있다. 전략을 수립할 때는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 즉 시장과 고객·경쟁·자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업데이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분석과 업데이트는 한 번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남김의 삶’을 사는 이 시대의 리더로 살아가기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장과 고객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한다. 앞으로는 브랜드 시대가 막을 내리고 B2B가 강세를 이룰 수 있다. 앞으로는 무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이기도 했지만, 어느덧 개인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국가 간의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이 평준화되어 무한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기업은 SWOT 분석을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경쟁의 본질은 쟁취가 아닌 상생이며, 경쟁의 특성은 상대적이다. 만약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나와 다른 점을 지닌 경쟁자로부터 배우고, 더 가까이 다가가 모르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산업의 본질은 고객이 절대 타협하지 않는 영역에 있어야 한다.

기업이 생존하는 법칙은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는 굳건한 플랫폼’ 구축이라는 필요조건과 ‘개인의 리더십(역량) 제고’라는 충분조건으로 이루어진다.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소통의 방향성을 ‘경청-질문-제안-지시’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차별대우를 철폐해 조직간 역량을 상향 평준화한다. 또한 자발적인 동기부여, 동반 발전 인사 평가 시스템 구축,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 위임, 투명한 시스템, 비전 달성과 관련한 과업에 대한 규칙 마련 등 자율 기반의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핵심 가치를 두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관리자는 눈에 보이는 것을 관리하지만, 리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경영한다는 점을 유념하자.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는 모두가 참여하는 행복한 사회 건설을 위해 스스로 좋아하고 자신의 강점이 최대한 발휘되는 분야에서 ‘남김의 삶’을 사는 이들이다. 이루는 것은 물질이지만, 남기는 것은 정신이다. 여러분은 자신과 조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