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생성 AI(Generative AI)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애플은 AI 경쟁 측면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거나 뒤처진 느낌을 준다. AI 모델을 활용할 생태계가 미비한 까닭이다. 일찌감치 알파고로 AI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구글도 생성 AI 앞에선 체면을 구기고 있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생성 AI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구글이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바드’가 수준 이하라는 혹평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구글의 위상조차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ChatGPT로 생성 AI 시장을 선점한 MS는 빠르게 시장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워드와 파워포인트, 엑셀뿐만 아니라 보안 제품에도 생성 AI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 인해 아마존에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오픈AI 기술이 클라우드 플랫폼 간 경쟁에서 MS에 굉장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성 AI 열풍 덕분에 엔비디아 또한 수직 상승세다. 지난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생성 AI 확산세에 힘입어 올 들어 80% 이상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생성 AI로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다른 스타트업과는 달리 AI 분야에는 돈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나의 위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떠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나타날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등 수많은 질문과 상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기술로 많은 종류의 직업이 사라진다 해도 결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기계나 기술이 대신할 수 없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마치 엄청난 지식을 지닌 인간과 직접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ChatGPT, 텍스트와 사진을 입력하면 텍스트 내용과 일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달리DALL-·E 2, 텍스트와 음성 샘플을 입력하면 텍스트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발리VALL-E와 같이 최근 등장한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인간의 창조적 영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닐 거란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주 글로벌 광고 회사 11위이며, 중국 최대 미디어 광고 회사인 블루포커스는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카피라이터와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챗GPT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픈AI와 펜실베니아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성 AI는 회계사, 수학자, 코딩 전문가, 통역사, 작가의 직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고, 홍보 전문가, 법원 속기사, 블록체인 엔지니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성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고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또는 이들의 조합 형태로 새로운 콘텐츠를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무한하게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 AI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수반되는 위협과 도전을 이해해야 한다. 예상된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 대부분의 기업이 생성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더 빠르고 더 높은 생산성 향상을 꾀하며, 절약된 시간에 생성된 정보를 수정하고 편집하는 데 할애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예를 들어, 엄청난 양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수술에 대한 조언과 정확한 진단을 도와주는 정보를 생성하여 의료 전문가의 과중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또한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및 광고 회사 임원이 직접 DALL-E 2와 같은 이미지 생성 AI로 전문가 도움없이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은 사용하기가 매우 쉬워 초등학생들도 지금 당장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강화하여 더 빠른 속도와 효율성으로 더 높은 혁신의 세계로 이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나친 알고리즘 경쟁과 부적절한 거버넌스가 인간의 창의성을 밀어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작가, 프로듀서 및 크리에이터는 생성 AI 알고리즘으로 탄생된 콘텐츠의 쓰나미에 익사하고 극히 일부의 크리에이터만 생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위기를 느낀 크리에이터는 끝없는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다. 예를 들어, 저명한 생성 AI 플랫폼에 대한 대규모 저작권 침해를 주장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지적재산권 관련 법이 AI의 기술적 진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돌아갈 혜택과의 균형을 놓고 앞으로 수십 년을 허송세월 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사라 안데르센 등 작가 3명은 특정 문장만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를 개발한 스테빌리티 AI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작년 11월에는 AI 프로그래밍 도구인 코파일럿 제작 또는 운영에 참여한 회사들이 집단 소송을 당했다. 그야말로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손쉽게 만들어진 생성 AI의 천문학적 결과물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인간의 의욕을 꺾기 때문에 혁신이 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손실이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AI 기업에 대해 이른바 기술에 대한 견제 현상인 테크래시(Techlash)가 나타난다는 시나리오이다.
생성 AI는 놀랍고 때로는 뛰어난 기능을 보여주지만 문제는 정확도이다. 언뜻 그럴듯하지만 오류와 잘못된 논리로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만든 콘텐츠는 정보제공자에게 더 높은 정확성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기계보다 사람이 직접 만든 결과물을 신뢰하며 더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 인간은 계속해서 창의력을 도약시킬 기회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증가하게 되면 콘텐츠의 검증 및 삭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의 개입과 신중하게 설계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필요해진다. 인간과 기계가 협업을 해야 하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
기계와 대화하는 시대가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류에게 축복일지, 재앙일지 알 수 없다. 이제는 기계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을 반드시 축복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