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센서는 공기, 물, 유체 등 매질에 가청영역을 벗어난 고주파 파형을 발진하고, 반사되는 신호를 수신/분석하여 원하는 계측값을 얻을 수 있는 자동차, 산업 설비, 로봇 등에 널리 활용되는 센서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주차 보조, 자동 주차 등 저속 운전보조 및 자율주행 시스템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시스템도 라이다는 사용하지 않지만, 초음파 센서는 채택을 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수십 년간 검증된 신뢰성 등에 기인한다. 하지만, 최근 차량용 초음파 센서를 양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중국산 초음파 센서의 도입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과 기술 성능 차별화 전략 미비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초음파센서 고도화를 위해 기획된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 내 과제인 “사각지대 정보제공을 위한 다기능 초음파 센서 모듈 개발(’15.06 ~ ’18.05)” 과제를 ㈜현보와 공동으로 수주하여 3년간 추진하였다. 당시 사각지대 장애물 검출을 위해 레이더 기반 BSD(Blind Spot Detection) 시스템이 고급 차종에 적용되고 있었으나, 중소형 차종의 경우 차량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초음파 기반의 BSD 시스템이 고가의 레이더 기반 시스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즉, 고급 차종에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던 고가의 레이더 센서를 저가격-고신뢰성을 확보한 초음파 센서로 대체하고, 하나의 초음파 센서로 단순 주차 경고인 PAS(Parking Assist System)과 BSD를 공용으로 대응하는 초음파 센서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기술적 차별성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현보는 1985년도에 설립된 매출액 800억 규모의 자동차 부품 전문 중소기업으로 초음파, TAS, EPS 센서 등을 양산하고, 이중 초음파 센서의 양산 규모는 연 380만 개 수준이었으나, 지속적인 수요처의 납품단가 인하 요청, 해외 저가 제품 진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동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한국자동차연구원과 공동연구 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센서 모듈 납품으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고부가가치 시스템 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함으로써 향후 단순 부품 레벨이 아닌 시스템 업체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동 과제를 의욕적으로 시작하였다. 이는 동 과제의 참여기관인 경원산업, 만도헬라, 쌍용자동차 등 협력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조 아래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현보는 PAS/BSD 겸용 초음파 센서 모듈 개발과 함께 PAS/BSD 시스템(센서 모듈을 포함하여 차량과 유기적으로 통신하면서 장애물 검출, 운전자 경고 등 차량과 직접 연동하는 레벨)을 개발함으로써 기술력 확보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단순 센서 모듈 제조기업 → 시스템 개발 기업)를 도모한 것이다. 또한,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함께 초음파 신호 기반의 장애물 검출 알고리즘, 평가 시나리오, 운전자 감성 평가 등을 공동 수행하며, 해당 기술 및 노하우를 한국자동차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기술 내재화에도 성공하였다.
물론, 기술개발 과정에서 많은 난관도 존재했으나, 한국자동차연구원을 비롯한 참여기업들과 이를 단계적으로 해결하였다. 특히, 자동차 네트워크 (CAN/LIN) 구성 및 구현 개발, 센서 위치에 따른 외란 문제, 실도로 환경에서의 오검출/미검출 문제 해결 등 센서 업체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시스템 레벨의 여러 상황을 국가과제의 구성원끼리 협력하여 해결하고 이를 통한 개발 노하우 등을 습득/전수받아 기업의 기술 자산화에 성공하였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 특히 시스템 개발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바로 양산 차량에 적용해 줄 완성차 업체는 전무하여, ㈜현보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신흥 완성차 업체로 눈을 돌려 KOTRA 등을 통해 회사 및 제품 홍보(전시회, 기술상담회, 한국자동차부품 상담회)를 다수 진행하였다. 당시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들과 검토한 결과 신흥 완성차 업체는 자사에 우수한 품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품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으며, 국내 중소 부품 업체는 그들의 조건에 부합하는 매우 매력적인 부품 공급처로 충분히 세일즈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산업부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 완료 후 1년에 걸친 제품 기술 홍보를 통해 ’19년 6월 국내 자동차 부품·시스템 기업인 이래 AMS와 함께 공동으로 ADAS(Advanced Driver Assist System) 제품 패키지를 구성하여, 베트남 신생 자동차 업체인 VINFAST의 핵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동 과제 결과물인 실차 주행 데모를 진행하였다. VINFAST 관계자들은 실제 차량 수준에서 데모 주행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시험한 각종 평가 결과 보고서(정량적 성능 결과, 운전자 사용성 결과, 전자파/내환경 신뢰성 평가 결과 등)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21년 11월에 양산하는 1개 차종에 동 과제 결과물을 탑재하기로 결정하였다. 수년간에 걸친 정부-공공연구기관-기업 공동 연구과제 결과물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와 더불어 ㈜현보는 VINFAST의 추가 4개 차종에 ’23년 연간 10만 대, ’26년 연간 50만 대 수준으로 지속적인 해당 부품 공급을 수주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되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990년 당시 상공부와 5대 완성차 업체-부품 업체들이 공동 출자하여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비영리 전문 생산기술 연구원이다. 본 저자도 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연구원의 설립 목적에 따라 기술개발-상용화까지 성공하는 사례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탬으로써 연구원으로서의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보는 이러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고급인력 유치, 연구소 육성 등에 전사 차원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동 기고문과 같은 한국자동차연구원과의 사업화 성공 모델이 국내 부품 업체들에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