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R&D

 

올해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어디일까.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비 기업 평판이 31계단이나 상승했다. ‘악시오스·해리스 설문 100’에 따르면, 브랜드 평판 1위는 파타고니아, 2위는 혼다 모터스, 3위는 제약사 모더나, 4위 치킨버거 전문 체인점 칙필레(Chickfil-A), 5위 스페이스X 순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ESG’다. 소비자는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고, 지속 가능하며 운영이 투명한 회사를 선택했다.

1위를 차지한 파타고니아의 홈페이지는 얼핏 봐서는 의류를 판매하는 곳인지, 환경사회단체 홈페이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더 적게 사라’고 외치고 2017년에는 국가기념물 보호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고소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제품치고는 고가에 속하지만, 미국인들은 점점 파타고니아에 빠져들고 있다.

 

ESG,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환경 보호와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환경,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를 뜻하는 ESG 경영이 기업에도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는 더 이상 대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타 트업은 초기 경영 전략을 ESG와 함께 출발할 수 있고 확고한 ESG 기업 이미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도 ESG가 필수

스타트업은 지속 가능한 문화를 조성하고 투자자와 고객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로 ESG를 바라봐야 한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s International Finance Corp.)에 따르면 자사 기업 포트폴리오 중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준의 실적이 좋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 률(Return on equity)은 2.1%, 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은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평가를 위해 기업의 ESG 활동 여부를 평가한다. 고객 역시 기업이 어떤 ESG 활동을 하는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이 ESG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초기 창업자가 ESG 정책을 만들고 기업 문화로 형성한다면 미래 투자유치에 도움이 되고 정부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ESG를 실현할까?

스타트업은 우선 환경을 위한 효율적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투자한다.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나 장비 전원을 꺼두는 것부터 시작한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기업 내 사용되는 용수 사용량을 감소하기 위해서 절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기업에서 나온 폐기물의 80~9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 가능한 공간을 별도 마련해 직원들이 폐기물을 적절히 처리할 수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기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효율적 관리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클라우드 데이터가 얼마나 탈탄소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이드를 직원과 고객에게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셜 강화는 ‘개인정보보호’

스타트업은 데이터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더욱 엄격해진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을 통과시켰다. 스타트업은 강화되고 있는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규제와 데이터 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은 타 경쟁사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고객 정보 보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회사 설립부터 건전한 지배구조를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과 시간에 따라 지배구조는 발전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 하는 것은 스타트업에 우선순위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경영진의 일상적 활동과 주주들의 이해관계 확립을 위해 독립적인 시각과 감독을 제공하는 이사회를 만든다. 이사회는 ESG 전략을 감독하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구성, 구조, 프로세스를 고려해야 한다.

 

ESG 투자 증가

결국 높은 ESG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는 늘어난다. 이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초기 사업 성장에 핵심 견인 역할이 된다.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은 감소하고 기업 이미지는 좋아질 것이며, 결과로 기업가치가 올라간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와 주주의 이익 중심에서 경영 활동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ESG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ESG 성과를 외부에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익을 위한 재무적 관점의 경영 전략과 비재무적 ESG 경영 전략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높은 기업 가치를 쌓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ESG 경영 전략이 포함된 기업 운영방식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비즈니스 성장뿐만 아니라 ESG 경영 방식 성장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더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빅 비즈니스가 온다

친환경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아니라 기업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빅 비즈니스다.

미국에는 ESG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대규모 벤처캐피털 펀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재활용부터 유독가스의 탄소를 줄이는 기업까지 탄생했다.

음식물쓰레기 감소를 추진하는 비영리 단체인 리페드(ReFed)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번도 먹지 않은 음식을 가공, 운송, 처리하는 데 연간 2,180억 달러,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손실은 연간 2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 오염의 요인일 뿐만 아니라 식품 공급망 차원에서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로 이어진다.

 

냉장 보관 없이 과일 수명 3배로: 어필 사이언스

코로나 팬데믹은 보건의료(Healthcare)뿐 아니라 글로벌 ‘농식품 산업’도 바꿨다. 팬데믹 기간 중 식품 관련 근로자의 이동이 제한됐으며 소비자 수요가 급변했다. 푸드 생산시설의 폐쇄를 겪어야 했고 식량 무기화가 진행돼 각국의 무역 정책이 변했다.

일부 농식품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이 변했으며 재정적 압박을 초래했다. 미국의 식품 유통 시스템은 제품 손상이 빠르고 부패를 자주 유발한다. VC는 농산물 재배, 생산, 유통과정에서 농산물을 오랫동안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어필 사이언스(Apeel Sciences)는 식품의 부패를 막아주는(최대한 지연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식품 포장부터 소매, 소비자까지 전 단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소규모 농장부터 지역 유기농 농장, 세계 최대 식품 브랜드들과 협력해 수십 개의 USDA인 증(Organic Certified)을 확보했다. 지난 2012년 빌앤 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타임 매거진 최고 발명품, 패스트 컴패니(Fast Company)에서 월드 체인지 아이디어(World Changing Ideas)를 받기도 했다.

제임스 로저(James Rogers) CEO는 고추나 피망 겉면에 자체 생성된 투명 보호막에서 착안해 과일과 야채의 보존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식물에서 유래한 용액을 사용, 과일과 야채 표면에 얇은 막을 씌워 냉장 보관 없이 생산물의 수명을 3배로 늘릴 수있는 기술이다.

 

야채에 실크를 입힌다: 모리

식품 기술 회사인 모리(Mori)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자연에서 찾았다. 모리는 미매사추세츠주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의 피오렌조 오메네토(Fiorenzo Omenetto) 교수의 실크 랩에서 파생된 스타트업이다. MIT 교수 베네데토 마렐리(Benedetto Marelli)와 공동 발명했다.

마렐리 교수가 터프츠 대학에서 ‘실험실 요리 경연 대회’가 있었는데 딸기에 비단(실크)을 입혔다. 며칠이 지난 후, 코팅되지 않은 딸기는 상했지만, 실크 코팅된 딸기는 여전히 싱싱한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식용 단백질 보호막을 각종 식자재에 씌워서 음식물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모리의 미션이다.




모리는 소금, 물, 그리고 열을 사용해 비단(silk)으로 부터 단백질을 추출해 자연산 식용 보호막을 생산한다. 실크에서 단백질 막을 뽑아내 딸기나, 소시지, 스테이크 같은 음식물 표면을 덮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단백질 보호막은 음식을 더 오래 그리고 신선하게 유지한다. 모리는 실크에서 식용 단백질층을 생성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2019년 어그펀더 혁신상(AgFunder Innovation Award)을 수상했다. 식용 실크 보호층을 사용, 음식물이 오래 보존되도록 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일회용품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

모리의 푸드 테크놀러지는 수성공정(water-based process)을 통해 실크로부터 추출된다. 육류, 생선, 가공품 등 다양한 식품에 자연산 식용 무맛의 장벽을 제공할 수 있다. 실크의 식용 단백질층은 수분 보유를 개선해 산화로 인한 변색 및 맛의 변화를 막는다. 미생물 증식을 늦춰 음식을 더 신선하게 유지한다.

 

탄소배출 감소 솔루션: 워터쉐드

소프트웨어 기업 ‘워터쉐드(Watershed)’는 탄소 중립을 위해 필요한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 실행,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은 워터쉐드를 통해 저탄소 제품을 설계하고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방안을 모색 및 기업 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

각 기업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 구축에만 몇 개월이 소요되고 이 결과들은 보고서 작성에만 사용되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워터쉐드 플랫폼은 기업 전반의 데이터를 분석 후 곧바로 탄소 제로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워터쉐드는 기업의 세분화된 데이터를 통해 탄소 배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측정한 결과를 매일 시각화해 보여준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도별 계획을 수립한다. 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향후 배출량을 예측한다. 탄소 제로 포트폴리오를 설정해 제로 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