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철강 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학산업은 기후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 및 저탄소 생태계로의 전환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루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선도업체와 ㈜LG화학(이하 LG화학)의 추진 방향 및 사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커져가는 ESG의 중요성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비재무적 성과 기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ESG가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 폭증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이다.

ESG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연구결과 등을 통해 입증되면서, 기업 경영과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들의 ESG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ESG 정보공시, 탄소 감축과 같은 친환경 규제, 스튜어드십 코드 등 관련 정부 규제나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이며, 대형은행, 자산운용사에서도 기후위기, 지속가능성을 투자 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평가 시 ESG 활동 여부를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고객들 또한 기업이 어떠한 ESG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상 속에서 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하며 사회, 환경 이슈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할때 고객 요구도 지속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ESG는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ESG를 단순 리스크 대응 차원이 아닌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이자 모멘텀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및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화학산업이 직면한 과제

ESG 중 환경 분야, 특히 기후 위기 대응 및 탄소 배출 감축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및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15
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Conference of the parties)’에 참여한 195개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기온이 2℃를 넘지 않도록 유지한다’라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127개국이 2040~206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실행방안을 구체화하였다.

각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고 특히 EU는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어 탄소중립 대응 여부에 따라 사업의 존폐를 가름할 정도의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철강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고탄소 집약적인 화학산업은 탄소국경세 도입 시 상당한 타격이 전망된다. 사회적 목표 달성 기여라는 대의적 측면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저탄소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국내외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선도기업의 대응 사례

그렇다면 이와 같이 커져가는 ESG의 중요성과 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 속에, 과연 글로벌 선도업체의 대응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필자가 주목한 기업은 바로 글로벌 화학기업인 BASF다. ‘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라는 기업목표에서 엿볼 수 있듯 지속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노력으로 현재까지도 글로벌 선진 기업의 표본이 되고 있다.

BASF는 2020년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순환경제 프로그램(Circular Economy Program)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치창출의 전통적인 선형 모델(TakeMake-Dispose)에서 원형 모델로의 전환(ReduceReuse-Recycle)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순환경제 프로그램을 통해 BASF는 2025년까지 25만 톤의 재활용/폐기물 기반의 원료 사용, 2030년까지 순환경제 솔루션을 통한 매출 170억 유로(현재 대비 2배 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도전적 목표달성을 위해 BASF는 20개 이상의 순환경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켐사이클링(Chemcycling) 프로젝트 이다. 켐사이클링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서, 2020 년 첫 상용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폐플라스틱 활용을 증대시킨 혁신적인 노력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BASF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인상 깊은 대목은 엄격하고 투명한 그들의 탄소관리전략(Carbon Management Strategy)에 있다. BASF는 지속적인 탄소 저감 활동을 통해 이미 2018년에 1990년 대비 70% 이상의 CO2 저감 활동을 달성한 바 있으며,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에 기반한 운영 최적화, 탄소 저감 신기술 개발 및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탄소발자국과 관련하여서는 가치사슬(Value Chain) 관점에서 이미 10년 이상 측정·관리하고 있으며, 화학기업 최초로 45,000여 개에 이르는 모든 제품에 대해 탄소발 자국을 2021년 말까지 제공할 예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BASF의 탄소 저감 활동에 있어 연구개발(R&D)은 그들의 돌파구(Breakthrough)로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LG화학의 대응, R&D의 역할

앞서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LG화학은 국내 화학기업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하였으며,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성장은 다음의 세 가지 전략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바로 Reduce / Avoid / Compensate 관점이며, 그림 1에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중 기술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바로 직접 감축(Reduce) 부분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화학산업의 특성상 사업장에서의 상당량의 탄소 배출은 필연적이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ESG 흐름 속 화학기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직접 감축(Reduce)에 있어 LG화학은 단기/중기/ 장기적인 관점으로 구분하여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LCA(Life Cycle Assessment) 활용을 고도화하며, 기존 공정 및 설비에 대한 효율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플라스틱에 있어, 기계적 플라스틱 제품군과 친환경 바이오 원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2020년 7월, 세계 최초로 친환경 PCR(Post-Consumer Recycled) 화이트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상업생산에도 성공했다. 이전까지 ABS는 재활용하면 강도가 약해지고 색이 바래지는 등의 단점이 있었으며, 검은색과 회색으로만 만들 수 있었다. LG화학은 재활용 ABS 물성을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업계 최초로 하얀색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 하는 등 환경 오염 및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이 개발한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로, 단일 소재로는 PP(Poly Propylene)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원천성을 가진 소재이다.

중기적으로는 저탄소 제품개발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기계적 플라스틱 재활용을 넘어,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상용화를 목표로 하며, 탄소전환기술을 통해 CO2 플라스틱의 상업 화와 해당 제품군의 확대, 친환경 소재 제품군의 확대, 배터리 원재료의 재활용 부분이 해당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Breakthrough를 위한 신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며,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기술의 확보와 상용화, 저탄소 제품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R&D로 접근하는 측면 이외에도 플라스틱 생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국내 혁신 스타트업인 이너보틀(Innerbottle)과 손잡고 구축하는 에코 플랫폼은 ‘소재(LG화학)→제품(이너보틀)→수거(물류업체)→리사이클(LG화학·이너보틀)’로 이어지는 구조이므로 플라스틱 자원을 빠르고 완벽하게 100% 재사용할 수 있다. 또한, 환경 및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 관련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국내 일반기업 발행 ESG 채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선언적 차원에 머물렀던 산업계의 ESG 경영이 본격 투자 및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학연의 협력 및 범정부적인 지원 필요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더 이상 간과할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특히, 화학산업에서의 탄소중립 성장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고려할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난이도 높은 도전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결국은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관건이며, 현재의 기술과 공정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한계돌파형 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연의 협력, 더나아가 범정부적인 정책과 지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