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환경 시대

이제는 친환경 시대

미세조류로 만드는 바이오디젤 연료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이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이 펴낸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2019년 기준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로 치솟으면서 폭염과 가뭄, 홍수, 혹한, 태풍, 산불 같은 극한적인 기상 현상이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재해 통계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실패한 것이 인류의 고통을 가중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통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미세조류,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

그렇다고 과거의 생활 방식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다. 에너지가 없으면 문명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느냐에 있다. 그중에서 미래를 바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것이 생물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이다. 이를 ‘바이오매스’라 하는데, 바이오매스는 원래 일정 공간 안에 있는 생물체의 총량을 뜻하는 용어이지만 오늘날에는 에너지원으로 사용 가능한 모든 생물체를 가리킨다.


 

이 바이오매스에서 에탄올이나 메탄올,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할 수 있는데 지구에서 1년간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는 석유의 전체 매장량과 비슷해 고갈될 염려가 없다. 다만 식물이나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오히려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거나 인간의 식량 생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이런 우려를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 미세조류이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만드는 단세포 생물로 클로렐라 같은 녹조류가 대표적 예이다. 왜 미세조류가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에 유리할까? 먼저 미세조류는 콩,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다른 식물 기반 바이오매스 원료보다 단위 면적당 에너지 생산량이 최대 100배가량 높다. 또한 비식량 바이오매스로서 식용 작물 재배를 방해하지 않고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 더욱 큰 장점은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자라므로 대기 내 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세조류는 생체 내에 지질(脂質), 즉 기름을 많이 품고 있어(최대 70%가량)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 미세조류 생산 공정을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세조류 중에서도 지질 함량이 높은 종을 선별해 해양에서 대량으로 배양한 후 건조해 지질을 추출한다. 다음으로 이 식물성 지질에 촉매를 넣고 알코올과 반응시켜 알킬에스터와 글리세린을 얻는다. 이때 얻은 이 알킬에스터가 바로 바이오디젤이다.

따라서 미세조류에서 바이오디젤을 안정적으로 얻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는 조건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와 영양염류를 적정량 공급하고 광합성 효율을 높이고자 광량과 광도,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미세조류를 효율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세조류를 잘 배양한다고 해도 크기가 아주 작아 수확하기가 쉽지 않다. 대개 여과, 침전화, 부유, 원심 분리, 응집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미세조류를 분리하는 데 이 각 과정마다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질을 바이오디젤로 전환하는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촉매와 알콜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법은 투입하는 양도 많고 반응 시간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해 바이오디젤 전환수율을 높이는 것은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상용화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탄소 배출 제로 사회, 미세조류가 앞당길 것

우리나라는 2009년대부터 정부 주도하에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를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2011년 해양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이 한국석유관리원 녹색기술연구소의 국가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 이에 박차를 가해 2012년 인천 영종도에 해양 미세조류 대량배양 실증배양장을 준공했다.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해양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해 연간 2톤을 생산해낼 수 있는 규모이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바이오디젤을 이용한 주행시험에도 성공했다. 바이오디젤 혼합유(2.5%)를 차량에 주입해 서울-부산 구간 약 400km를 성공적으로 주행했다.

바이오디젤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주한·이현욱 박사 연구팀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오유관 박사 연구팀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클로렐라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수용성 양이온성 유기나노점토-이산화티타늄 복합체를 활용해 클로렐라를 대량으로 수확한 뒤 지질을 추출한다.

유기나노점토는 초미세 크기의 단위 구조로 이뤄진 점토 광물로서 나노 복합 재료를 만들 때 사용되는데, 미세조류를 응집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연구팀은 여기에 이산화티타늄을 적용했다. 이 물질은 광합성을 촉진하는 광촉매로 쓰여 화학반응으로 클로렐라의 세포벽을 분해하고 기름을 쉽게 얻을 수 있게 한다. 수확한 미세조류의 세포벽을 파괴한 뒤 지질을 추출하는 작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단일 공정으로서 연구팀은 ‘통합 미세조류 바이오리파이너리 공정’이라 이름 붙였다. 앞으로 이 연구 결과가 바이오디젤 공정에 널리 응응된다면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바이오디젤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7년에는 미세조류에서 얻는 기름의 양을 최대한 늘리는 연구도 나왔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 연구팀은 특별한 분리막을 개발해 물과 기름의 혼합물에서 기름만을 선택적으로 짜내는 효율을 크게 신장하는 데 성공했다.

대개 지질을 추출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을 쓴다. 하나는 미세조류를 완전히 건조한 뒤 기계적으로 짜내는 것이다. 이는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짜내는 양도 상대적으로 적다. 다른 하나는 유기용제를 사용해 세포벽을 터뜨리는 것이다. 이는 지질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유기용제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유기용제의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분리막을 개량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온성 고분자 분리막에 아주 얇고 친수성이 있는 박막을 코팅해 분리 속도를 높였다. 현재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더 크게 키워 실제로 추출 공정에 적용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름을 추출하고 남은 미세조류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사료, 비료 생산에 쓸 수 있으며 다른 유용 미생물을 발효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마 미세조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글/권오현
동아에스앤씨 에디터

과학기술계를 위한 콘텐츠 및 홍보 서비스를 동아에스앤씨에서 다양한 과학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대중과학웹진 <KISTI의 과학향기>,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뉴스레터 <KINAC 뉴스레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매거진 <KRIBB focus>, 한국과학기술원 교지 <KAIST 비전> 등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