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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식품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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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권대영 책임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미래의 식품 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어 생산에 의하여 산업이 좌우되기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하여 좌우될 것이며, 인공지능에 의해 초연결되는 사회이므로 가공식품보다 농업생산에 의한 음식이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되어 개인 맞춤형식이 시장이 활발하게 발달할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정책이 걸어온 길

삼성의 모태기업은 제일제당으로 식품기업이다.
 
그런데 모태 기업인 제일제당을 이어받은 CJ는 세계 100위권 기업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여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있다. 왜 우리나라는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없는가? 우리나라는 식품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없었던가? 아니면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그동안 식품정책에 문제가 있었는가? 분명 둘 중 하나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된 이유는 두 번째, 즉 국가의 정책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먹고 일하는 것만 목적이었고,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는 것에 대하여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따라서 각종 정책에서 농식업은 늘 희생을 강요당해 왔고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세계 농식업은 IT, 자동차 산업보다 크고 고용창출력을 보아도 IT, 자동차 산업의 10배 이상 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농식업은 그만큼 국가와 국민생활에 중요한 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식업 산업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산업으로 70~80조 원 규모이고, 외식산업은 130~140조 원 규모이며 농림축수업 생산은 6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커피와 물을 포함한 음료산업도 30조 원가량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0~25% 정도로, 이에 대한 수입 농산물 소비 측면에서의 시장규모는 또 다른 수십조 원으로 추산된다.

생산 측면이 아닌 가정소비를 생산원가로 보지 않고 소비 측면에서 보는 것과, 관광 등 서비스 차원에서 농식업을 볼 때 거의 500조 원 규모라 해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우리나라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우리나라 경제를 생산 측면에서 보며 농식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항상 산업경제에서 희생을 강요하였고, 식품정책도 제품개발과 생산, 가격경쟁과 효율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외식산업이 식품제조업보다 2배 정도 큼에도 외식과 관광문화 정책은 거의 없었다.

하나의 예로 막걸리 산업도 다양성이나 문화의 전통성은 온데간데없고 규격화 된 대량 생산만으로 가격경쟁하여 우리나라 막걸리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하지 못하고 전통성도 잃어버린 저렴한 막걸리로 한두 개만 남아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품 산업은 다양성과 전통성, 문화적으로 볼 때 경쟁력이 높은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나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식품은 건강 측면에서 미래 개인 맞춤형 식품시대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전통 잠재력과 과학성을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 산업 트렌드와 미래 식품 산업

미래사회의 특징은 산업경제의 틀을 벗어나 삶의 질이 중요시 되는 저성장 시대이고, 의료기술의 발달과 저출산으로 인한 초고령화 사회이며,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한 개인 맞춤형 생활경제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세계 식품 산업 발전 트렌드는 다양성, 개인화, 건강성, 문화성과 고브랜드화이다.
 
우리나라도 개인화된 혼밥시대가 이미 도래했으며, 가공식품보다는 전통적인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높다.

HMR(Home Meal Replacement, 전통 가정식을 가정에서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품) 식품시장이나 밀킷(Mealkit) 식품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커지는 부분이 이러한 전통적인 식품을 찾는 과정의 일부이다.
 
그리고 개인화, 다양화, 전통성, 문화성이 온전히 어우러진 트렌드가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개인 맞춤형 식품(Pesonalized Diet) 시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개인 맞춤형 식품 시대까지는 못 되더라도 개인 맞춤형 영양(Personalized Nutrients) 시대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더군다나 저성장 시대의 도래는 어느 선진국이나 겪고 있는 문제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고성장 시대처럼 먹고 일하기 위해 칼로리를 얻고자 식품을 섭취하기보다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삶, 즐거운 생활, 또한 문화, 관광, 역사 측면에서 행복을 느끼고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품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식품문화나 전통 농경역사에서 기인한 식품은 향후 글로벌 식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나 식품기업의 정책적 측면이나 노력은 우리나라 식품기업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선진국의 글로벌 식품기업은 이러한 미래 식품 산업 발전 방향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의 소비패턴이라든지, 소비자 동향, 바이오 정보, 농식물 건강 기능에 대한 빅데이터 수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언제든지 빅데이터와 개인의 바이오 정보만 확보되면 개인 맞춤형 식품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다.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개인 맞춤형 식품

곧 머지않아 인공지능에 의한 초연결로 효율성이 강조된 산업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이 중심인 행복 중심의 생활경제 시대가 올 것이다.
 
식품 산업에서는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다양성과 차별성에 기반한 건강과 일상에서의 행복에 기본을 두고자하는 경제가 올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커피소비의 증가와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이를 대변해 준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감정적인 판단에 작용하는 것이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인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통해 대량화, 집중화, 자동화를 벗어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삶’, ‘라이프 스타일’을 독특하게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은 개인의 유전자에 기인한 정형화된 데이터와 생활습관, 식습관에 따라 변하는 후성유전학,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데이터를 개인 맞춤형 식품 및 비정형 데이터로 창출하는 것이 미래 개인 맞춤형 식품 시대에 매우 중요한 빅데이터가 된다.

이러한 비정형 빅데이터 창출에는 식품의 다양성과 개인 생활의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건강하게 살기위해 식생활을 하는 것은 개인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생활습관과 관련된 개인 맞춤형 식품의 개발은 100세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형 식품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연결, 인공지능, IoT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식품연구 분야에서 연구해야 할 부분은 아니며, 타 분야의 발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식품 산업 발전 측면에서는 오히려 사람과의 인터넷(Internet of Humans)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즉 사람의 건강 측면에서 습관이라든지 컨디션에 따라 이러한 빅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창출하고, 이를 우리가 먹는 식재료와 음식에 연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식품연구 분야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여러 가지 생물학적 컨디션이나 지표를 식품생명과학 기술을 통해 데이터화 할 수 있다.

유전자 분석기술, NGS 기술(전체 유전체 분석기술), 식품영양유전체, 대사체학, 영양유전학, 영양유전학, 후성유전학, 마이크로바이옴, 맛체(Sensomics), 문화체(Culturomics) 심지어 식단체(Sik-danomics) 기술이 필요하다.

식품 분야에서 이러한 원천 기술에 집중할 필요는 없으나 이렇게 개발된 현대생명과학 기술을 식품 산업에 적용하면 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오해

주로 4차 산업혁명은 산업화 시대 이후의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경제의 발전이 산업경제에만 달려있는 것처럼 인식하여 아직도 생산과 효율, 그리고 편리함 중심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농식품 산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도 자동화, 자율제어, 3D프린팅, 스마트팜, 스마트 유통 등의 생산·유통시스템만 이야기하는데, 이는 생산·유통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일 뿐,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인간다움을 자칫 잊을 수도 있지만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은 인간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생활혁명이다.


우리나라 식품 산업의 전망

우리나라는 개인 맞춤형 식품 시장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농경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하는 음식이 매우 다양하고 또한 만들어 먹는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점이 다양하게 요구되는 맞춤형 식품에 대응하기에도 우리나라 식품, 한식은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초고령화 시대에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확률이 높고 또한 세계적으로 맞춤형 식품이 잘 발달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식품 산업 정책에 있어서 정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농식업 정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록 관심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산업주의 논리에 의해 개발과 생산 정책으로만 일관하였다.

식품 산업 정책은 앞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며,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없어지지 않고 존재할 산업이다.

국민소득 3만 불을 넘는 국가는 반드시 산업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한다.

산업화 이후의 시대에서 식품 산업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패러다임이 먼저 바뀌어야 할 이유이다.

앞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현상이 과학적으로 결합된 개인 맞춤형 식품 시대는 의외로 빨리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를 불가항력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충분한 대비를 하고 받아들인 것인가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 산업이 글로벌 리딩 산업으로 발전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국가, 기업, 국민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스페셜이슈에 대하여

이번 특별기획은 먼저 서론으로 우리나라 식품 산업 현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식품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식품 산업 전망에 대해 논하였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꽃으로 발전할 식품 빅데이터에 대해 소개하고 앞으로 어떻게 빅데이터를 창출 및 관리하여 개인 맞춤형 식품 산업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개인 맞춤형 식품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으로, 우리 몸에서 음식이 어떻게 소화되고 작용하여 건강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생명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국내 식품기업의 연구개발 실제 사례에 대해 소개하였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식품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 기업, 민간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