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식품 산업의 발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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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권대영 책임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식품 산업은 문화와 역사, 관광, 전통과 같이하는 산업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식품 산업을 국민의 건강과 삶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브랜드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식품 산업에는 블록버스터가 없다.

뿌리 없는 개발에 의한 블록버스터 정책은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 산업 발전전략

여러 가지 이유로 식품 산업은 더이상 생산 위주의 산업경제로만 발전시킬 수 없는 산업이 되었다. 물론 생산정책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식품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업 하나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가치사슬에 있는 모든 요소가 자신의 가치를 지니고 제대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식품 산업은 소비자가 다양한 소비자, 다양한 식물과 어떻게 조화롭게 만나느냐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존의 단품목 대량생산 정책은 한계에 와 있고, 미래 식품 산업은 다양한 소비자와 공급자를 인공지능에 의해 맞춤형으로 이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중소기업과 농업생산자, 소비자가 존재하는 이 산업에서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이들과 상생하지 않고는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 없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식품 산업 전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민, 농촌과의 상생전략과 철학을 갖지 않으면 결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제품보다 이 식품이 갖고 있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 가치는 생산성으로만 창출되지 않고 과학과 전통, 문화 등으로 창조된다.

우리나라의 식품정책은 그동안 공급정책에만 맞추어져 있었다. 생산비를 낮추어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기계화·자동화·표준화하여 대량생산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또한 식품 산업은 독점적 지휘권이 확보되지 않은 산업이라 대기업이 자금력을 내세워 중소기업 제품과 유사한 미투(MeToo) 제품을 만들어 중소기업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버리는 일로 시장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특색이 없거나 고유 소비자층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이나 중소기업은 살아나지 못했다.

앞으로는 블록버스터 제품보다는 제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철저히 소비자 위주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는 제품이 발전한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춤형 대응을 하는 다품목 소량생산 쪽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이러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다만 대기업은 빅데이터를 창출하여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소비자를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고, 식재료와 식품을 다양한 블록으로 나누는 것은 전적으로 생명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농식품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식재료를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이다.

기존에는 식재료를 생산하여 이를 가공하거나 고부가가치화 하는 프로세스로 농식업이 발전하였으나,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이 농식업이 국가 제1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유럽에서는 소비자의 식탁에서 농업이 창출되는, 즉 식품이 견인하는 농업정책(Fork to Farm)이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으로 농식업이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식품이 견인하는 농업정책은 통상적인 생산바이오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 브랜드에 따라 농업 생산을 달리하는 리버스 바이오테크놀로지(Reverse Biotechnology)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기능성 소재가 많이 함유된 농산물에 맞는 특수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 리버스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의 하나다.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특정한 식재료를 다양하게 생산하는 것도 이 기술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자동화에 의한 생산만 하고 있어 농업, 농촌을 위한 산업이라기보다는 자동화 시설업자를 위한 사업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식품기업이 글로벌 식품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

우리나라 농식업 정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식품 대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Top 10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향과, 수많은 농식업 중소기업들이 서로 고유의 영역을 개척하여 공생하고 대기업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식품정책은 대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은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고 본다.

각종 농민단체나 이익단체의 ‘대기업 발전은 곧 중소기업의 저해’라는 인식도 문제가 되지만, 대기업도 그러한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정책으로 대기업의 성장을 한 번도 지원해 주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정책도 식품 대기업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전하는 성장전략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물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전략과 함께 말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공생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반드시 가져가야 할 분야는 개인 맞춤형 식품사업이다.

이 개인 맞춤형 식품사업은 1980년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드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전환을 맞을 것으로 본다.


개인 맞춤형 식품시대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개인 맞춤형 식품사업의 성공 여부는 생명과학 기술에 의해 창출된 많은 사람들에 대한 빅데이터와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빅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정확하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곧 소프트파워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빅데이터를 창출하는 전략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접근해야 한다. 하나는 소비자에 관한 빅데이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식물(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빅데이터이다.

이 두 데이터를 연결해 주는 것이 곧 인공지능에 의한 초연결이다.

맞춤형 식생활을 위해서는 소비자 개인의 건강이나 생활습관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빅데이터는 생명윤리나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공개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기업이 창출하여 갖고 있고 정부는 빅데이터를 창출하는 데 기술 등의 지원만 하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빅데이터인 식물에 대한 정보는 공익성이 높기 때문에 공유되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정부,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라도 빅데이터를 창출하여 소비자와 기업에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빅데이터 안에는 거짓 데이터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데이터 검증을 통해 거짓 데이터를 근절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빅데이터를 창출해 소비자인 국민은 식품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민간기업은 개인의 생물정보를 독점적, 비공개적으로 확보하여 공공 데이터와 초연결하여 개인 맞춤형 식품을 HMR, 밀키트 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식품 산업 리딩기업의 성장을 통한 중소기업의 성장

식품 산업은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농업 기반과 전통식품, 관광 산업과 동반하여 발전하는 산업이므로 하나의 대기업만으로 발전하는 산업이 아니다.

먼저 각 지역의 식품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며, 식품 중소기업과 공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지자체, 중소기업과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대기업은 각 지역단체나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플랫폼을 정부, 지자체와 함께 만들어서 빅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한편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생산성, 유통성과 경쟁하려 하지 말고 각자 가지고 있는 독특성과 차별성을 강점으로 살려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하며, 특히 그들만이 갖고 있는 가치를 소비자와 연결하여 소통할 수 있는 자기표준화(Internal Standardization)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생산을 위한 표준화보다도 내재적 표준화를 통한 스토리로 소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새로운 직업과 교육제도

개인 맞춤형 식품생활에서는 인공지능, 생명과학기술, 식품 산업의 특성, 소비자의 건강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빅데이터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는 ‘맞춤형 생활 디자이너’, ‘맞춤형 식품 플래너’ 등의 인력이 필요하므로 소위 ‘푸드 플래너’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것이다.

이 직업들은 식품, 생명과학, 초연결,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등 고도의 지식이 필요하고, 이들을 통섭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므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위한 푸드플래너의 양성이 시급하다.

정부는 개인 맞춤형 식품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법적, 제도적 문제점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와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여야 하며, 동시에 앞으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기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

우리나라는 개인 맞춤형 식품 산업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맞춤형 식품 산업이 정착되고 활성화 된다면, 산업화 시대 생산을 위해 저개발국가로 나갔던 기업들도 우리나라로 돌아올 것이며, 엄청난 고용창출과 이익창출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먼저 정부가 개인 맞춤형 식품 시대에 대비해 빅데이터를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와 동시에 과학, 문화, 소비자, 공급자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소통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는 공유 가치가 있는 빅데이터를 소비자와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의 기준이 되는 정보를 획득하여 식품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기업은 사업투자의 기준이 되는 빅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앞으로 식품 산업은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바탕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정부는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검증하여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동시에 과학적 데이터와 가짜 데이터를 구분하여 정보를 받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식품 산업에는 블록버스터가 없다. 뿌리 없는 개발에 의한 블록버스터 정책은 제발 버리자.
 
앞으로 개인 맞춤형 식품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