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식품 산업과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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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강병철 이사
(주)인실리코젠


현대 소비자들은 식품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이들은 고품질의 안전한 식품으로서 새로운 맛을 기대하는 동시에 변하지 않는 맛을 원한다.

식품 산업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추세를 따르면서도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맛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식품 경쟁 시장에서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식품 산업계에서 빅데이터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

보통, 데이터라고 하면 계획에 따라 관찰되고 측정된 구조화된 자료로 본다. 빅데이터는 자연스레 아주 큰 자료의 묶음이며,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형·비정형의 다양한(Variety) 형식의 자료, 빠른 증가 속도(Velocity)라는 특징이 어우러져, 방대한 크기(Volume)의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실제 응용에서는 앞의 3Vs와 함께 정확성(Veracity), 가변성(Variability), 가치(Value), 시각화(Visualization) 등의 속성이 추가되기도 한다.

빅데이터는 수집하는 주체 관점에서 내부에서 생성되는 것과 외부에서 얻는 것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품 유통 기업이라면 거래 자료, 다양한 로그 자료(Log Data), 전자우편이나 메시지 등의 내부 자료가 있다. 외부에서 유래하는 것은 SNS 자료, 음성, 사진이나 영상 자료 등이 있다.

사실 이런 자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전부터 있던 것들인데 왜 최근에서야 빅데이터라고 불리며 다루어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각 자료의 구조화된 정도나 생성 시기와 규모, 주기 등이 서로 달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짧은 시간 내에 해석하기 위하여 고도의 IT 기술을 적정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의 모든 정보가 빅데이터이다

우리는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운동도 하고, 아프면 병원을 가는 다양한 일상 활동을 한다.
 
개인들도 이미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만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모으고 처리할 수 있는 경제적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이런 정보를 디지털 매체로 기록하고 집단으로 확장하여 수집하면 바로 빅데이터의 한 종류가 되며 생활 정보를 빅데이터로 전환하는 데에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ICT 기술의 보급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 200조 원으로 추정되는 식품산업과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식품 정보는 그 가치와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다.


능동적 소비자 시대, 식품의 맛 정보

오늘날 푸드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식품 산업에서 맛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맛은 굉장히 주관적인 정보라 객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식품 제조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관능 시험과 전자 코, 전자 혀 등의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고 있다.

소비자는 새로운 외식 업체나 제품을 선택할 때 맛을 평가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블로그나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서 맛집 정보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이런 맛과 관능 콘텐츠에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자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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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외식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대다수(84.2%)는 모바일기기가 보편화된 후로 외식 생활이 변화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

외식문화가 변하면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맛집 앱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인 포잉, 다이닝 코드, 식신, 망고플레이트들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만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식품의 맛 정보는 주관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소비 선택과 직접 연결된 정보가 많아 외식 산업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빅데이터 시대의 식품의 맛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소비자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즉 대단히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제품과 외식업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공유하여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때로는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인 왜곡된 정보가 있지만, 대중의 선택으로 서서히 옥석이 가려지는 현상이 있고, 성공적인 맛집 애플리케이션들이 소비자 대중의 신뢰성을 얻기 위한 투명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여 사용자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식품의 영양성분 및 생리활성 정보

식품을 구성하는 영양성분 정보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대중에게 필수 정보이며, 소비자의 알권리와 직결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식품에 표시해야 하는 영양성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열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그 외 영양성분 등 7가지로 정해놓고 있다.01

여기에 대중적 관심이 많은 슈가 프리(Sugar Free)와 로 팻(Low Fat) 등 추가적인 강조 표시가 가능하다.

식품영양성분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구축한 ‘식품안전나라(식품: 4,906건, 음식: 4,200건, 가공식품: 13,523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식품별 영양성분 함량과 영양학적 정보들을 포함하여, 현재 약13,713건의 정보들을 함께 검색할 수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도 국가표준 식품성분 DB를 제공한다. 다소비 가공품과 농수축산품의 130여 종의 영양 함량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포털사이트에서도 얻을 수 있어, 활용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미국은 USDA Food Composition Databases를 만들어 농업과 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도 EUROFIR DB를 구축하여 유럽 27개국의 식품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헬스케어, 다이어트, 질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USDA DB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여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ealthWatch 360, CaloryGuard Pro, Nutrition complete 등이 있다.


식품 이력 정보

식품의 이력 정보는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정보이며, 이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축산물의 경우 이력제 정보 시스템을 통해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축산물 상품의 이력제 번호를 웹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다.
 
식품 이력 정보는 위생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그 이력을 추적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이다.

소를 제외한 다른 가축이나 수산물의 경우에는 이력 제도가 있지만, 개체 수준의 이력 관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양유전체와 후성유전체학적 식품 정보 유전자가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은 유전체학(Genomics), 영양학, 의학이 결합한 새로운 분야로 특정 음식의 영양성분과 유전자의 상호관계를 연구한다.
 
한마디로 ‘영양유전체학은 유전자에 기초를 둔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여기에 유전자는 개인 간에 공유하는 것과 특이한 것이 있어 맞춤형 식품과 정밀 식이관리에 중요한 기반기술로 여겨진다.
 
최근 Cell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800여 명이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고 나서 혈액 내의 글루코스 양을 측정하였는데, 글루코스 측정값이 개인별로 다르게 측정되었다.
 
이는 개개인의 타고난 유전적·표현형적 특성에 따라 식품이 대사되는 정도가 다름을 의미한다.

식품 영양유전체 정보는 유전자와 표현형 그리고 영양성분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건강유지, 질병 예방 등 맞춤 의료와 식품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후성유전체(Epigenomics)는 유전자 자체는 변화하지 않지만,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변동 요인이 생겨 그 개체의 표현형(Phenotype)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유전체 기술로 연구하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유전자를 가졌지만 성장 과정에 외부 환경 요인으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나, 할아버지 세대의 과식이나 굶주림이 손자 세대의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격세 유전 현상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음식이 있다는 우리의 전통 지식이 영양유전체학으로 설명되고, 후성유전체학은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가에 따라 원래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과학의 방법론이 유전자와 생활 패턴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료를 근거로 분석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개인 맞춤 정밀 식이관리가 가능한 시대를 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빅데이터

식품의 생산에서 유통 사이의 이력 정보, 생명과학을 배경으로 하는 식품영양학적 정보, 개인의 활동 속에서는 만들어지는 생활 로그 정보를 통합한 빅데이터는 식품 산업의 생산, 제조, 유통 단계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구체적인 기술 트렌드는 스마트팜,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식이관리(AI diet)로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에 생각지 못한 정보 간의 연결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 신기술로 설명된다.
 
스마트 팜은 농작물의 생장과 변화에 대한 관찰, 측정, 반응을 정보화하여 농업 관리와 의사결정을 통해서 정밀한 농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로 농업 분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업의 강점, 자원 및 에너지 효율성, 판매 시장의 빠른 변화 및 제품의 개인화와 같은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화되고 자체 구성되는 생산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치즈케이크 팩토리(Cheesecake Factory)는 IBM의 빅데이터 도구를 사용하여 전국 175개에 흩어진 원료 공급과 제조 공정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맛, 색감, 안전 등에서 저품질의 제조를 사전에 예측하고 표준화된 품질을 공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유통 분야에서는 정시 배달, 소비 감성분석, 장바구니 분석 등이 개인화 서비스와 접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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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헬스케어의 만남, AI Diet

이처럼 현대사회는 행동, 사물, 인지, 감성 등 인간과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저장하는 초연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것을 주도하는 ICT 기술을 사용하여 헬스케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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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업의 시작이 그러하듯 이해관계와 각종 규제가 상충하지만, 의료용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과 의료기술을 접목하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그림 3).
 
웰니스를 포함한 광의의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식품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의료용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식품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오랫동안 제공됐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이미 식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살아오는 동안 본인이나 주변인들의 식품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학술적 층위가 있는 의학적(과학적) 지식과 전통 지식의 모순이 대중에 존재한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ICT 기술을 통해서 식품영양 정보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받고자 할 때 고려할 것이 있다.
 
(1) 식품정보를 엄밀한 학술 결과와 전통적 견해라는 다양한 층위로 표현하고 그것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디지털 식품 지식’의 구성이 필요하다.

위중한 질병에 대한 식이 관리나 대중적 오남용의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는 엄격한 임상 근거가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식품 소비와 연결된 웰니스 영역에서는 개인별 차이와 생활 패턴에 따라 다양한 맞춤 식품 정보와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수준이 필요하다.
 
식품 정보를 접목한 힐링이나 문화 체험은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인공지능의 세부 기술도 다양한 단계에서 접목되게 된다. 먼저 ‘디지털 식품 지식’을 구성하는 분야에서 자연어 처리, 복잡계 해석 등에 사용되고 있다.

식품영양 정보를 바탕으로 식이 계획을 수립하는 영역에서는 데이터 구조와 구성에 따라 여러 기계학습 기술이 사용된다.

환자의 식이 관리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임상적 성과를 얻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측정 기기와 데이터 과학의 응용이 활발하다.

또한, 대중들의 생활 패턴으로부터 식이 관리의 결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식이 관리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개인건강기록, 신체활력, 라이프로그, 웨어러블 장치 연계 등을 통해서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물론 현재는 개인정보와 의료정보의 접근에 민감하여 한계는 있으나 시장과 기술의 추세는 공유와 통합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식품 빅데이터를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

각 제품에 표기된 영양성분 정보만으로는 최근의 자기 주도적인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점을 주목한 민간 기업에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 영역의 식품 데이터베이스는 영양성분, 식품안전, 식품 기능성 등 각 분야에서 베이스라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한다고 공공 부문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섣불리 빅데이터화 하는 것보다는 민간의 빅데이터가 연결하여 검증하고 자가통제가 가능한 베이스라인의 콘텐츠를 충실히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근의 경우 분명 수입산과 국내산의 영양 성분이 다르고, 국내산에서는 품종과 산지에 따라서도 영양성분이 다를 것이다.

이는 분명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정보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긴요하지만, 산지별 영양 성분을 민간에서 만드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

식품안전 분야에도 새로운 안전 수요에 따른 정보가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스스로 만들 수 없는 공적 정보이다.

공공 분야의 베이스라인 정보가 세분화되면 민간에서 스스로 빅데이터에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창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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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어

식품정보는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가 결합하여 빅데이터화 되고 있으며 생산, 제조, 유통 전반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발전에 공공 분야의 식품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각 분야에서 중심축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흐름은 소비자의 개인 맞춤화와 정밀화의 방향으로 빠르게 서비스가 진화하기에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본격적인 AI diet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01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