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엄경순 전무/CTO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아시아 최초 타이틀 달고 변화 이끄는 혁신리더
공동 작성. 안준모 교수(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코그니티브 솔루션(Cognitive Solution), 클라우드(Cloud),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전문용어들이지만 이들 단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앞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첨단기술용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IBM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차세대 ICT 기술이라는 점이다.
한국IBM이 그간 B2B에 집중해온 만큼, 주력제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 IBM 사상 처음으로 최고기술경영자이자 DE(Distinguished Engineer, 석학 엔지니어)라는 ‘최초’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엄경순 전무가 혁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국IBM을 이끌고 있는 만큼, 한국IBM이 지향하는 첨단기술이 엄경순 전무의 전문성과 혁신적 리더십의 토대 위에서 하나둘 완성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우물을 파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다
1990년 한국IBM에 입사한 엄경순 전무는 29년 동안 개발자와 리더로서 회사에 기여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전산실 시스템 프로그래머에서 CTO와 DE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엄경순 전무는 대학생 때 통계학을 전공했다. 당시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IBM에 입사를 꿈꿨던 그는 졸업 후 1990년 12월에 한국IBM에 공채로 입사하여 전산실 시스템 프로그래머, 교육센터, 소프트웨어 기술팀, 기술영업 총괄직을 거쳐 2017년에 최고기술경영인(CTO) 자리에 올랐다.
만 29년 동안 한국IBM이라는 하나의 우물만 파온 전문가이다. 그렇다고 엄경순 전무가 외부의 변화와 담을 쌓고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엄경순 전무가 29년간 일해온 기업이 혁신과 변화의 아이콘인 IBM이기 때문이다. 사실 IBM은 기술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례연구가 이루어진 기업 중 하나이다.
대중들에게 IBM은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과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PC)를 보급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y)의 대명사이다.
과거 IBM은 대기업의 전산실에 대형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납품하는 하드웨어 회사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하여 현재는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코그니티브(인지과학)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B2B 업종 특성상 한국IBM의 대표적인 서비스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천대 길병원 및 전국의 병원들이 암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왓슨 포 온콜로지, 롯데백화점이나 현대카드에서 제공하는 대고객 맞춤형 챗봇 서비스 등이 한국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 사례들이다.
IBM은 업종의 전환뿐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을 추진하는 학습조직으로도 유명하다. IBM의 신사업 개발팀 EBO(Emerging Business Organization)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부서와 독립적으로 기업이 나가야 할 중장기 미래를 고민하는 이 ‘별동부대’는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은 물론 매출액 향상에도 현저한 기여를 하였다.
변화와 혁신이 일상화된 IBM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엄경순 전무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무래도 IBM이 기술발전이 매우 빠른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따라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읽고 이해해야 하는 매뉴얼은 물론 본사 및 글로벌 지사와 주고받아야 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죠.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ICT 산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IBM에 재직한 지난 29년은 IBM의 변화와 한국 IT 환경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진 시기입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직접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에 팔려나가고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며 학습조직을 이끄는 리더
입사 이래 네 개의 조직을 두루 경험하며 지루할 틈 없이 다이내믹하게 잘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소프트웨어그룹에서 기술영업부터 기술영업 총괄 상무까지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맡았던 엄 전무는 2017년 최고 기술경영인 자리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뭔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어요. 단 신입사원때부터 어떤 일이 생겨도 따지거나 가리지 않고 하다보니 배우는 게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럼 또 일이 생기고, 그렇게 일을 즐기다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엄 전무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끊임없는 배움’을 꼽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항상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석사, 박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바쁠수록 시간을 알뜰하게 쓸 수 있었고 그러면서 성장했죠.”
상무를 거쳐 전무가 된 이후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까 생각하던 그는 지난 4월 목표하던 DE 자격을 얻었다.
여성 직원이 CTO이면서 동시에 DE 자격을 획득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IBM 사상 최초다.
엄경순 전무는 현재 1,600여 명의 기술자를 이끄는 리더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관련 기술 연구는 물론 자문까지 맡고 있다.
한국IBM이 민첩한(Agile)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직원 개개인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세부 전문기술을 공부해서 발표하는 ‘학습 모임’을 정례화하고 있다.
넘쳐나는 새로운 지식들을 직원 개개인이 소화해서 구성원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학습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업무를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공유하면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공진화적(Co-evolution) 학습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항상 주인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최신 기술동향에 대한 발표는 직원은 물론 저를 포함한 모든 매니저가 참여합니다. 매니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조직에 뿌리내릴 수 있겠지요.”
엄경순 전무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학습형 리더라는 점은 스킬과 관련된 사내 자격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IBM은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다양한 스킬을 쌓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평가를 통해 새로운 스킬을 취득할 경우 일종의 사내 자격증인 '배지(Badge)'를 부여하고 있다.
엄 전무 역시 이미 여러 분야의 사내 배지를 획득했을 뿐 아니라 한국IBM 최초의 DE가 된 데 이어, IBM 본사와 전 세계의 지사를 합해도 몇 없는 IBM 펠로우(Fellow, 최고 연구자)가 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각 구성원과 리더가 학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간 많은 기업들이 추진해온 일들이다.
하지만 이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끌고, 구성원을 다독이며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리더십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백 년 전통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각자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엄 전무의 신념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IBM은 수많은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로 인정받으며, 전 세계의 지사 중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의 도입을 가장 잘 도입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전진 기지로서 새로운 시스템을 가장 앞서 도입하고 그 운용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 세계 지사에 전파하는 글로벌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개척 정신
리더라는 자리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화려해도 쉽지 않은 자리이다.
더구나 하이테크 글로벌 기업의 기술리더라면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처럼, 늘 새로운 선택을 누구보다 먼저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사실 다른 선두기업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분석하여 모방하는 ‘2등 전략’도 전략상 최선은 못 돼도 큰 위험을 회피하고 의사결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IBM처럼 변화가 빠른 ICT 분야에서 산업을 선도하려면 매번 고위험 고비용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불확실한 시장을 스스로 예측하고 감내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고 스스로 그 사례를 창출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엄경순 전무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한국IBM은 2015년에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언론에도 많이 회자되어 어느 정도 알려진 단어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히 낯선 기술용어였죠. 어느 누구도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때 저희 한국IBM이 가장 먼저 블록체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직원들을 독려하고 공감대를 만들면서 실적을 창출하기까지 수년이 걸렸고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 한국IBM이 블록체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2015년 후반이었고 사실 그 당시는 학계나 몇몇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였다.
이때 엄경순 전무는 직원들이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 대해 공부하도록 많은 투자를 하며 독려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실적을 창출할 수 없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성과 성공 가능성을 믿고 지속적인 투자를 추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엄경순 전무가 CTO의 자리를 이용해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는 것이다.
각 기술그룹의 리더들과 지속적인 회의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블록체인이 곧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같은 꿈을 꾸게 되면서 한국IBM은 2017년 첫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례를 창출하게 되었고 2018년에는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루게 되었다.
이제는 금융은 물론 유통과 제조업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한국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한발 더 나아가 퀀텀 컴퓨팅이라는 또 다른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
한국IBM은 계속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어려운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더욱이 ICT 분야는 헤드헌팅이 치열한 만큼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IBM은 인적자원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지 노하우가 궁금했는데 비밀은 의외의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엄 전무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공부와 대화로 푼다는 점이었다.
“직원들에게 자신만의 스킬을 쌓으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사실 저희 회사는 ICT기업인 만큼 직무와 관련된 많은 부분을 정량화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수치화되어 평가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위계적인 문화가 거의 없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의사소통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죠.”
실제 엄 전무는 매주 팀 단위의 미팅을 통해 업무뿐 아니라 새로 개발해야 할 부서 및 개인단위의 스킬에 대해서 토의하는 데 반나절을 투자하고 있다.
예를들어 월요일 오전에는 매니저들과 토의하고, 화요일에는 시스템 아키텍처들과 토의하면서 새로운 유망기술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각자가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또한 엄전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대일 대화도 월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이때 가능한 사적인 부분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하며, CTO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제아무리 바빠도 단 10분이라도 얘기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한국IBM은 회사의 성과나 이익보다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중시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도 ‘당신은 여기에서 잘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는 거예요. 그러면 직원들이 참 고맙게 생각하더라고요.”
한국IBM처럼 지식 기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경우 조직 내 지식관리가 핵심이다.
그런데 만약 최고 경영층의 지시로 전사적인 학습을 할 경우 단기적인 성과는 창출하겠지만 구성원의 혁신 피로감이 쌓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학습조직을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엄경순 전무의 소통은 구성원들이 한국IBM의 전략적 방향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는 ‘공감’의 장이 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각 구성원들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도록 장려하고 지원함으로써 구성원들이 ‘기여를 통한 성장’의 즐거움을 맛보도록 돕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최근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한국IBM은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온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그간 이공계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기부, 청주·제주·평창 등 지방도시에 대한 스마트시티 컨설팅 등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2019년에는 국내 첫 P-TECH 학교(고등전문대 통합학교)인 ‘서울 뉴칼라(New Collar) 스쿨’을 서울 세명컴퓨터고등학교에 마련하여 52명의 신입생을 맞이하기도 했다.
한국IBM이 야심차게 준비한 P-TECH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재 육성을 목표로 마련되었다.
교육과 직업이 연계된 일련의 과정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 혁신적 교육 모델로 서울 뉴칼라 스쿨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2개 반으로 나뉘어 3년간 공부한 후,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2년 동안 수업을 받기 때문에 고교 졸업장과 2년제 전문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교원그룹과 함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을 교육에 접목한 ‘에듀테크’ 분야의 인재 육성을 목표로 2020년 국내 두 번째 P-TECH 학교 개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P-TECH 학교는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호주, 모로코,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8개국 200여 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는 세계 6번째로 도입됐습니다. 한국IBM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을 통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현재 많은 정부정책들이 고학력 인공지능 인재육성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IBM은 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보편화와 대중화라는 사회적 기여를 목표로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교육부서에서 근무해서일까? 엄 전무는 한국IBM의 사회공헌활동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데, 그녀가 강조하는 소통과 베풂의 리더십이 교육기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기업과 학교 등에서 요청하는 강의에 가급적 많이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은퇴 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공헌활동에 힘쓸 계획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회사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참 많습니다. 간혹 은퇴 후의 모습을 그려보게 되는데 그동안 배우고 익힌 기술과 노하우를 사회에 널리 퍼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 후배들에게
창의, 혁신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여성인 재활용이 강조되고 있지만, 2018년 기준 ICT 분야 여성 종사자 비율은 28.9%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런 가운데 한국IBM 엄경순 전무의 성공은 한국에서 이룬 이례적인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IBM 사상 처음으로 최고기술경영인으로 활약 중인 엄 전무는 국내 대기업 CTO 100여 명이 회원인 ‘CTO 클럽’에서도 유일한 여성이다.
정말로 몇 안 되는 첨단 기술기업의 CTO로서 후배 여성 기술자를 위한 멘토로 힘이 닿는 데까지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지난날을 고했다.
“남편이 늘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워낙에 즐기고 좋아하니 저더러 회사에서 월급을 받을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돈을 주면서 다니라고 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라 워킹맘으로서 어지간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었는데 애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둔 친구나 지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워킹맘인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전했다.
“평소에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여성멘토를 정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같은 회사나 분야가 아니더라도 멘토가 되어줄 선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면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직장에서 필요한 역량으로는 스킬과 소통 및 협업, 그리고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를 강조했다.
먼저 직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주변 동료와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차별화되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자기 PR을 통해 조직 내에서 건강한 성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과 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미래를 꿈꾸며
한국IBM이 인공지능, 코그니티브 솔루션, 블록체인 등 어려운 첨단기술 기반 비즈니스에 주력한다는 데서 온 편견이었을까?
효율적이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조직문화와 CTO리더십을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엄경순 전무는 사람냄새가 가득한 따뜻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지나친 변칙은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기본기에 기반한 정공법이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엄경순 전무의 리더십이 손자가 강조한 정통 정공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격의 없이 소통 하는 것, 이는 리더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가장 실행하기 힘든 과업들이지만 엄경순 전무는 이 같은 교과서적인 정공법을 꾸준히 추진해 오면서 한국IBM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도 한국IBM이 기술과 사회가 어우러지는 따뜻한 미래를 열어가는 그 길의 중심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칠 엄경순 전무의 내일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