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석영철 원장

산업기술,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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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석영철 원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우리 국민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이 ‘포용적 성장의 실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이제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함께, 잘’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이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같은 기술혁신 지원기관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찾아 기술로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불어 잘사는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KIAT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하는 ‘기술나눔’ 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기술나눔은 대기업이나 공공 연구소가 갖고 있는 특허 중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술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 이전하는 사업이다.

대기업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특허를 손에 얻지만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기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작아 추가로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무상으로 넘겨주고 사업화를 추진하게 하는 것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교류 및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중소·중견기업 역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과 시간을 아끼면서도 우수 기술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대기업과의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 반긴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S산전, 삼성전자, LG화학 등 7개 대기업과 ETRI,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KIST, 원자력연구원, 세라믹기술원 등 6개 공공 연구소가 참여해 6,654건의 기술을 무상으로 내놓았다.

같은 기간 동안 중소기업은 총 367곳이 참여해 1,202건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기업들은 이전받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고 그 과정에서 신규 채용, 매출 상승, 해외 수출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일부 기업은 정부 정책자금 및 융자 수혜도 누렸다. 대기업이 기술을 그저 보유만 하고 있었다면 결코 창출하기 어려웠을 경제적 가치들이다.

훈훈한 성과가 많아지자 한 번 참여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매년 참여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도 992건의 기술을 제공했다.

10월에는 포스코가 기술나눔에 동참하며, LS산전과 공기업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자발적인 참여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기술나눔은 묵혀 있던 기술의 활용도를 높여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 모두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기술나눔이 앞으로 산업기술 혁신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하길 기대해 본다.

보다 많은 대기업과 공공 연구소들이 기술나눔에 활발하게 참여해 포용적 성장을 실천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중소·중견기업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로 기술나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KIAT는 기술나눔으로 이전된 기술이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도록 전문가 기술지도나 컨설팅을 제공하며, 추가 R&D 및 금융 지원 연계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나눔’이라는 날개를 단 기술이 멋진 제품과 서비스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국민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KIAT는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더욱 세심하게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