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생활 속 과학탐구 - 에이다, 최초로 개인전 연 AI 로봇 아티스트

생활속 과학탐구는 일상생활 속 물리학, 첨단과학, 과학일반에 대해 살펴봅니다.


글.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오늘날 로봇은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수술대 위에서 의사를 돕고, 집을 청소한다.

국제로봇연맹에서 발표한 ‘세계 로봇보고서 2018(World Robotics Report 2018)’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은 2019년 48만 4천 대, 2020년 55만 3천 대, 2021년 63만 대 가량 판매될 전망이다.

이미 많은 로봇이 생산, 사용되고 있지만, 그들은 공장이나 창고 같은 자신들의 일터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로봇은 아직 작동할 뿐이다. 두 발로 걷고, 대화가 가능하며 사람 같은 로봇은 여전히 영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AI 로봇의 장래 희망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로봇이 장차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삶을 돌보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 불을 끄고 인명을 구하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

견디기 힘들게 더운 날이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치우거나 가로수를 관리하는 일을 대신해 주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로봇의 미래는 인간 대신 험한 일을 해주는 것뿐일까? 만일 로봇이 스스로 장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로봇의 희망사항은 무엇일까?

홍콩의 핸슨로보틱스사가 개발한 AI 로봇 소피아는 한 인터뷰에서 “학교에 가거나 예술 활동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다면 로봇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인간과 똑같이, 가장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할지 모른다.

로봇은 이미 의사, 영화배우나 아나운서, 작가나 예술가 같이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종에 도전하고 있다.

그림 그리는 로봇은 오래 전에 개발되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개념예술가로 건축, 철학, 과학,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을 해온 레오넬 무라는 2003년 처음으로 인공 ‘지능’을 가진, 그림 그리는 로봇을 제작했다.
 
'아츠봇(Artsbot)'이라 불리는 그림 그리는 로봇은 이후 몇 차례 더 생산되었으며 점점 더 정교하고 자율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츠봇은 그림을 그릴 수만 있을 뿐 사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림을 그리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에 가까운 존재다.


최초로 전시회 연 AI 로봇, 에이다

영국에서 개발한 AI 로봇 에이다(Ai-Da)는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AI 아티스트’라고 자칭한다.

영국의 로봇 회사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로봇 몸체에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 연구팀이 협력해 선보인 에이다는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눈으로 상대의 형체를 인식해 초상화를 그릴 수 있다.

초상화 한 점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분이다. 에이다는 눈을 깜박거리며 상대를 관찰하고 연필로 스케치를 한다.

사람이나 동물 그림도 가능하고, 사진을 보고 그릴 수도 있다.

에이다의 이름은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이자,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1815~1852년)에서 땄다.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시대에 컴퓨터는 없었지만,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사용되는 루프 같은 제어문 개념을 처음 고안한 사람이다.
 
에이다 제작을 총괄한 아이단 멜러는 아이다를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울트라 리얼리스틱 로봇 아티스트’라고 부르며 실제 화가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로봇 에이다는 지난 5월 영국 옥스퍼드에서 '불완전한 미래 Unsecured Futures' 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개인 전시회를 가졌다.

에이다는 전시회에 드로잉 8점, 회화 20점, 조각 4점과 2개의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이 중 영상 작품은 존 레논의 부인이자 전위적인 예술가였던 오노 요코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오노요코는 1965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위로 자르게 한 퍼포먼스 '컷 피스 Cut Piece'를 선보인 바있는데, 에이다는 이를 참조해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로봇 에이다의 행보는 여러모로 이제까지 로봇, 특히 여성의 외모를 한 로봇이 걸어온 길과 다르다. 우선 이름이 그렇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여성들이 배제된 과학의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첫 전시회에서 오노 요코에게 헌정한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에이다는 ‘여성’ 예술가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AI 로봇 아티스트 에이다의 화풍은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화가들, 파블로 피카소와 케테 콜비츠, 막스 베크만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며, 또 작가 올도스 헉슬리와 조지 오웰에게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에이다는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을 좋아하고, 천재 수학자 앨런 튜닝에 대한 작품을 제작한다. 에이다는 역사에 해박하고, 지적인 로봇이다.
 
에이다는 여성의 외양을 한 로봇들의 용도가 예쁘장한 외모의 인형, 더 나아가 ‘섹스봇’으로 여겨지는 경향을 인지하고 자신은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말하자면, 로봇 에이다는 ‘로보-페미니즘’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자기만의 주장과 철학을 지닌 존재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인공지능 로봇 에이다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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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에이다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엔지니어드 아츠사의 로보레시피안 골격에 치아와 잇몸은 3D프린터로 제작했으며, 피부는 실리콘이다.

눈썹과 머리카락은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제작했다. 에이다는 자신이 로봇임을 숨기지 않는다.

골격 상태에서 피부를 덮고 꾸미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이다는 자신이 로봇이라는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인간 세계에 자기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마치 어린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듯 우리는 에이다의 성장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은 최근 눈부신 예술적인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 >이란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다.
 
경매 예상가는 7천~1만 달러였는데,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종 43만 2천 5백 달러에 낙찰되었다.
 
그림은 프랑스 인공지능 미술그룹 오비어스의 창작물이었다. 이제까지의 인공지능 예술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작된 것이라면 진짜 로봇이 로봇의 손으로 제작한 예술의 세계는 에이다와 함께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인간과 기계, 혹은 인간과 기술과의 대결에서 인간은 과연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정보를 취합하는 일의 속도와 정확성에서 인간은 기계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속성과 집중력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 하나를 보고 감탄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하나의 그럴듯한 인공지능 로봇 아티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의 머리와 손은 상상 이상이다.

인간과 예술의 역사에 대해 여느 예술가 지망생보다 박식한 AI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다 뒤에는 옥스퍼드 대학, 리즈 대학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진과 예술가들이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 로봇이 최초로 선택한 직업이 예술가라는 건 언뜻 의아하지만 당연한 결과다.

그 결정은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들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창조물이 가장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를 원한다.

가장 인간답고 창의적인 일을 해내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는 더 많은 Al 로봇이 우리 곁에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