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5G와 예술 콘텐츠 제작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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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하 교수
서울예술대학교


정부는 5G 상용화와 더불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의 초기 시장 성장을 주도할 실감형 콘텐츠를 핵심 서비스로 정의했다.
 
예술이 기술을 도구로 이용하고 기술의 인프라 환경에서 예술이 생존하며 예술가와 기술자가 작품성과 첨단성을 함께 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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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갑부, ‘태양의 서커스’를 세계적인 기업 애플, 구글과 함께 초일류 브랜드로 만든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는 1984년에 몬트리올 길거리에서 불을 뿜고 저글링을 하던 곡예사였다.

그는 서커스 장르를 현대적·예술적으로 재해석하여 태양의 서커스를 이 시대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었으며, 1984년부터 30여 년간 세계 6대륙 300개 도시에서 1억 5,5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소통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

이러한 태양의 서커스가 2017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R과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제 무대를 설계하는 주제로 소개되었다.
 
무대 설계자가 무대를 세울 실제 공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헤드셋인 홀로렌즈를 쓰고 각 시설이 제자리에 잘 배치가 되는지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서 무대를 수정하기도 하며 완성된 무대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IT 관련자들이 모인 컨퍼런스에서 대중예술의 결정체를 소개하는 장면이란 어쩌면 평행선상에 있어서 만날 수 없거나, 종속관계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을 무너뜨린 감동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예술적 측면에서는 기술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할 수 있으며, 기술적 측면에서는 예술을 표현의 극대화 된 방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관점의 차이일 뿐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대중의 시각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확인하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심지어 태양의 서커스가 가장 많이 공연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공연장마다 VR 헤드셋을 가져다 놓고 관객들이 티켓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공연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연의 제작, 관람, 홍보 전 과정에 있어서 관람객을 위한 첨단기술의 적용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2019년 4월, 정부는 5G를 아주 빠르게(초고속) 실시간(초저지연)으로 대용량 데이터와 모든 사물을 연결(초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 정의했다.
 
또한 대규모 투자와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유발하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으로 주목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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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점은 5G 상용화와 더불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B2C 분야에 초기 시장 성장을 주도할 ‘실감형 콘텐츠’를 핵심 서비스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문화체육관광부는 실감형 콘텐츠가 국민의 일상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동통신 3사, 콘텐츠 제작·유통 업체, 학계, 연구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공동위원회 운영을 통해 ‘실감형 콘텐츠 산업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실감형 콘텐츠 진흥위원회’를 출범했다.
 
특히, 문화산업, 기초예술, 문화재, 미디어, 스포츠, 문화 기반 시설(박물관, 미술관 등),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국방, 의료, 교육 등) 등의 분야에서 창의적인 콘텐츠 창작과 유통을 촉진할 수 있도록 공공 수요 창출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CPND(Contents-Platform-Network-Device) 생태계에서 기존 정부의 정책이나 예산 규모에서 어느 정도 소외되었던 콘텐츠가 늦은 감은 있지만, 5G시대에서 실감형 콘텐츠로의 금의환향은 예고된 현재와 미래로 판단된다.

태양의 서커스 제작과 관련하여 AR·VR 적용 사례가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에서는 5G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었다.
 
5G를 통해 태양의 서커스를 거실 소파에서 초고화질(4K, UHD)로, 객석이 아닌 무대 한가운데에서 보는 것처럼 360도 VR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고정된 자리에서 공연 관람이 가능했던 관람문화가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VR로 재탄생한 'O'쇼의 독창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효과적인 표현 을 위한 수중촬영과 슬로우 모션 기법의 융합은 예술작품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VR로의 재탄생을 이루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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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KOREAN 5G Tech-Concert)'에서 서울·부산·광주 3곳에서 서로의 공연을 초고화질로 실시간 시청하며 함께 연주하는 ‘3원 원격협연’을 실시하였다.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시차 때문에 싱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원격협연이 거의 불가능하였으나, 5G 인프라를 통해 원격협연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IT, BT, CT, NT 등과 관련하여 융합기술이 화두였던 과거가 있었다. 그 시절 대다수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주변 기술이 포용되는 것을 융합으로 생각했었다.
 
실질적 융합보다는 서로의 필요에 의한 불편한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실패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의 융합을 위해서는 종속의 관계정립 또는 포용의 관계정립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이해는 누군가에게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환경을 전제하고 있다.

예술이 기술을 도구로 이용하고, 기술의 인프라 환경에서 예술이 생존하고, 예술가와 기술자가 작품성과 첨단성을 논의해야 하는 현 시점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위한 기술’, ‘기술을 위한 예술’, ‘기술을 개발하는 예술가’, ‘예술활동을 하는 기술자’ 이러한 문구에서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