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사회구조 변화와 기업 R&D 활동에서의 과제
▲ 홍성민 인재정책팀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지원 R&D 활동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새롭게 다가올 시대에도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증대를 통해 과거와 같은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고자 우리나라 사회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개괄적으로 고찰해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 동안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랍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국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야말로 눈부신 도약의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나라는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추세가 다소 느려지긴 하였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R&D 활동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R&D 투자는 2017년 기준으로 69,699달러에 달해 규모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만 뒤처진 세계 5위, GDP 대비 R&D 투자 비율로는 4.55%로 세계 1위가 된 상태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지원 R&D 활동을 바탕으로 제조업 대기업 중심의 빠른 성장 추세를 이룩하였다.
미래 시대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급속한 R&D 투자증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서도 과거와 같은 도약과 성장을 다시 이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경제사회 변화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65년에는 2,062만 명에 그칠 전망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의 급속한 성장을 지원했던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인력 공급이 더이상 이루어지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우리나라가 인구 구조상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점은 2017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소년 인구의 감소에 따라 대학 학령인구는 199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2065년에는 전체 인구의 3.4%로 급격히 하락할 전망이며, 2050년이면 대학입학자 수도 2010년의 57.6%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18년 14.3%에 달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이면 20% 이상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고령 인구 비율은 2065년 전 인구의 42.5%에 달해 생산가능인구 비율인 47.9%에 거의 맞먹는 비율까지 증가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가져오는 가장 큰 도전은 경제적으로 볼 때 핵심적인 성장의 원천인 노동 공급에 제약이 발생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을 잘 받은 양질의 노동력이 지속해서 공급되어 산업 경쟁력 향상의 주요 원천으로 기여했던 국가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인력 부족 시대의 도래는 과거와 전혀 다른 경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값싸고 풍부한 인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가 아니라 부족한 인력 가운데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산업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이다.
나아가 점점 더 많아지는 고령 인력이나 경제활동이 미흡한 여성, 외국의 우수 인재까지 다양한 인력 공급의 원천을 잘 활용하며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기업 R&D 활동에서 인력공급의 제약은 더욱 심각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점점 더 창의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술 개발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심 R&D 인재 확보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점점 높아질 R&D 인력의 임금 등 비용 측면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필요한 질적 수준을 갖춘 인재를 찾아낼 가능성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을 유지 혹은 향상시켜 줄 인재 확보 전쟁에서 밀려난 기업은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의 들러리로 겨우 살아남거나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현상은 또 다른 중요한 경제사회 변화 요인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촉발되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시대에서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미래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변화가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일자리 혹은 직무의 변화로 나타날 핵심 인력수요의 변화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최소한 일하는 내용이나 방식인 직무가 크게 바뀌리라는 전망에서는 이견이 없다.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컴퓨터화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대체되고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하는 일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그 영향이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직업 기준으로 분석하면 대체확률 70% 이상 직업 비율이 55~57%에 달하고, OECD의 직무 대체율 분석방법론을 우리나라 자료로 대체해 전망해본 결과 고위험 비율이 전체 취업자의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과학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사슬이 발달하고 여기서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나거나 증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기술의 적용에 따라 기존 의료업계의 일자리는 축소될 수 있지만, 인공지능 및 데이터 분석, 유전체 분석, 웨어러블, 건강관리, 기타 IT 솔루션 분야에서 새로운 보완적 가치사슬이 크게 발전하며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기존에는 아주 아픈 환자들만 헬스케어 서비스를 찾아 그 수요가 한정적이었지만, 미래에는 일반인들도 건강을 지속해서 관리하기 위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전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그림 2).
결국 스마트공장 확산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 증대로 대변되는 산업 부가가치 사슬의 변화에 따라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도 융합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으로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핵심 전문지식이나 직업적 숙련만 갖춘 인재가 아니라, 새로운 혁신기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을 갖추고 다양한 인재들과 협력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는 부분도 복잡한 문제해결 역량, 협력 역량을 표현하는 사회적 스킬 및 프로세스 스킬 등이다(표 2).
결국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미래 인재 공급 원천이 제약되고 새로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한 인재 전쟁은 점점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핵심 인재는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인 인재상으로 부각되었던 열심히 오랫동안 일하며 시키는 일 혹은 목표로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는 인력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같이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이다.
이러한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 특히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R&D 경쟁력 확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사람을 기술개발이나 생산을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 확보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미래 인재는 다른 곳에서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확보하도록 양성해서 쓸 수 있는 인재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업과 함께 커가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재 한두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투자 원칙의 수립과 함께 미래 인재의 풀로 새롭게 부각될 여성, 고령 인력 및 외국인을 포함한 인재들이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로봇 기술이나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트랜스 휴먼이라 불리는 새로운 인류까지 등장할 경우 이러한 새로운 인류까지 거부감 없이 함께 일해야 하는 신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기업과 함께 미래 과학기술 인재가 커나갈 수 있는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사람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단순히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지 않고, 사람에 대해 투자를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하고, 연구개발 투자에서 인건비 지원을 늘리거나 인건비 지원사업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과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인적자원 개발 활동이 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기획·추진되어야 한다.
인적자원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더불어 인재의 체계적인 관리와 성장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관련 컨설팅이나 기반 구축 중심의 인적자원 관리 촉진 정책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정책 역시 사람에 대한 투자와 사람의 성장이 기업 성장의 현장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플랫폼을 갖추고 경쟁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물론 R&D 인력의 수요나 공급 모든 측면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전혀 다른 미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인력정책 및 기업 인적자원 관리에서도 기획에서부터 추진 수단과 목표까지 총체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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