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다양화 시대 기업 R&D 대응 방안 4: 트랜스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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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원 연구위원
국회미래연구원


기계화되는 인간과 인간화되는 기계가 공존하는 트랜스휴먼 사회는 인류에게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창조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진화의 기회로 인식된다.

한편으로, 전례가 없는 현상이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으며, 많은 경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랜스휴먼 사회의 도래

‘진화’라는 단어로 트랜스휴먼 사회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진화는 발전과 관련 있는가 아니면 복잡성과 관련이 있는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어제보다 오늘이 더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졌다.

우리는 진화된 것인가. 아니면,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더욱 복잡해졌다면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 것인가.

문화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창조하는지에 진화의 정도가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관계는 비단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동물, 사물, 또는 기술)의 상호의존적 관계까지 포괄한다.
 
이런 관계에서 인간은 각자 독특한 존재임을 확인하면서도 스스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스스로 나약하고 단점이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 그래서 타인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진화의 시작이고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트랜스휴먼 사회는 점차 기계화되어 가는 인간과 인간화되어 가는 기계가 서로를 의지하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트랜스휴먼 사회에서 인간은 기계화되어 가는 존재로, 비인간은 인간화되어 가는 기계 또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간주한다.

이 사회에서 인간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체의 변형, 확대, 증강을 도모한다.

인공지능은 초기 인간의 도움으로 계산기능을 발전시키다가 어느 순간(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하는 특이점)에 이르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정보모으고 의사 결정하며 행동하는 단계에 도달한다.

이 두 가지 지적 존재가 상호의존하는 사회가 트랜스휴먼 사회이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주변의 거센 동물들을 제압하고 자연에 좀 더 쉽게 적응해 왔으며, 이제는 자연을 정복하고 변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서 ‘기계화된 인간’의 정의를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해서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하는 인간이라고 했는데, 기계화된 인간의 조상은 도구를 사용했던 인간이다.

트랜스휴먼은 도구적 인간을 넘어 도구를 신체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거나 유전자 가위 기술 등을 사용해 사람의 몸을 변형하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이 트랜스휴먼을 지향하게 된 것은 기술발전 덕분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 정보의 해독, 유전자 세포치료, 유전자가위 기술 등으로 인류는 특정 부위의 DNA를 제거하거나 첨가함으로써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인류를 유전자변형생물(GMO)과 현생인류(사피엔스)를 결합해 GMO-사피엔스로 부른다.

인간이 트랜스휴먼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또 다른 동인이 있다.
 
앞서 언급한 인간화된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1950년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어 몇 번의 부침을 겪다가 2010년 이후 다시 붐이 일고 있다.
 
빅데이터, 기계학습, 강력한 계산 기술 덕분에 인공지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등장 가능성에는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렇듯 강력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경우 인류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뿐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모든 부분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급박한 환경의 변화에 직면해 인간이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은 인공지능과 지적 격차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좀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노력을 전문가들은 인간의 트랜스휴먼화로 정의한다.


트랜스휴먼 관련 기술 분류01

트랜스휴먼에 관한 연구는 1957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줄리안 헉슬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계와 인문사회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헉슬리의 트랜스휴먼 언급은 이후 철학, 정치학, 문학, 윤리학, 공학, 미래학 분야에 영향을 미쳐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Scopus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트랜스휴먼 관련 논문을 검색한 결과, 2009년까지는 나노공학, 생명공학, 유전공학이 그룹을 형성해 트랜스휴먼이라는 주제를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윤리와 천체물리학 등도 트랜스휴먼을 다뤘다.

2010년 이후부터 트랜스휴먼 연구는 나노기술과 유전공학을 넘어 신경과학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인문 분야에서도 철학, 윤리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종교 등의 분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박성원, 최종화, 진설아 외 3명(2016)은 인간의 역량이 향상되는 영역과 기술을 인체에 적용하는 방식을 두 기준으로 사용하여 트랜스휴먼 기술을 유형화하였다.
 
기술로 강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영역은 팔·다리, 장기, 혈액, 근육 등을 의미하는 신체와 기억력, 집중력, 시각, 청각, 지능 등을 포함하는 뇌 기능 중심의 인지로 나누었다.

기술 적용 방식은 본래 생물학적인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생체 지향과 그 형태를 기계와 접목해 바꾸려는 기계 지향으로 분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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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축을 통해 유형화된 트랜스휴먼 기술은 그림 1과 같다.

인체와 기계의 접목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기술로는 인공지능 기술, 뇌 임플란트, 마인드 업로딩이 있다.

뇌 임플란트는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삽입하여 컴퓨터와 신호와 자극을 주고받으며 기억능력 복원, 사물 제어 등의 목적을 실행하는 기술이며, 마인드 업로딩은 뇌신경망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현상을 파악하고 프로그래밍하여 인간 뇌를 컴퓨터에 재현하겠다는 기술이다.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유럽연합의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 등이 마인드 업로딩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인간 뇌의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술은 뇌파 통신과 스마트 의약품인 누트로픽스(Nootropics)를 들 수 있다.

뇌파 통신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 임플란트와 달리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 뇌와 컴퓨터 및 기기들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누트로픽스(Nootropics)는 인간의 기억력이나 지능, 인지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의약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보조식품으로 상품화되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착용, 삽입, 이식 등의 방법을 통해 인간의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인공의수부터 인공장기까지 포함하는 인공 신체, 근육의 움직임을 보조하여 노약자·장애인의 재활뿐만 아니라 군인, 소방관 등의 신체 업무능력을 증강시키는 데에 활용하는 착용로봇, 그리고 나노 크기의 로봇을 인체에 주입하여 질병 조기 진단 및 치료를 꾀하는 의학용 나노봇이 있다.

유전자, 세포 수준의 변형을 통해 인간 신체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기술로는 인공 혈액, 냉동인간, 장기 재생 및 생산, 맞춤아기가 있다.
 
이 영역에서는 동물의 유전자, 장기 등으로 인간의 장기를 재생하고 생산하고자 하는 이종 간 장기이식,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 기반의 미니 장기, 바이오 잉크를 활용하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포함된다.


기업 R&D 대응방안02

트랜스휴먼 사회의 도래에 대응해 기업은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떤 분야의 기술개발에 연구하고 투자해야 할까.

사실 트랜스휴먼 기술은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정보 기술, 인지과학 간의 융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은 앞서 제시한 몸과 마음, 신체와 정신의 이분법적 접근을 뛰어넘고 있으며 새로운 분야를 창출할 수 있는 변형적 연구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기존 기술 분류체계로 트랜스휴먼 기술을 유형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 증강이라는 목적을 위해 각 기술이 세부적으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에 맞추어 기술을 유형화 해보자.

몸과 마음은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기술발전에 따른 유형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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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구개발 중인, 또는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한 기반 기술 수준의 트랜스휴먼 기술을 1) 모사 2) 연결 3) 변형 4) 조합이라는 시각으로 다시 유형화해 보았다. 그 결과는 그림 2와 같다.

모사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모사하고자 하는 시도는 향후 연결, 변형, 조합을 위한 선행적 과정이다.

연결, 변형, 조합을 위해서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어떠한 과정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사를 꾀하는 기술로는 3D 바이오 프린팅, 이종 이식용 인공장기를 포함하는 바이오 인공장기, 인체의 장기에서 관찰되는 복합적인 조직구조와 역동적인 미세환경을 인체 바깥, 초소형 칩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인체장기칩(Human-on-a-chip), 인간의 뇌신경 구조를 모방하여 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고자 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이 있다.

특히 뉴로모픽 칩은 인간이 신경회로로 어떻게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이해하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기술 발달에 따라 뉴로모픽 칩을 이식해 기억저장을 유도하는 신경신호를 생성해 새로운 기억을 심거나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

연결

모사 기술과 함께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인체와 기계 및 컴퓨터를 연결하는 연구이다.

연결은 착용과 이식의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옷처럼 입을 수 있는 형태로까지 발전한 착용형 외골격 로봇, 뇌파 측정을 통한 비침습적 방법, 전극 삽입을 통한 침습적 방법을 포함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가상·증강현실로 활동 영역이 확장된 인간을 의미하는 증강휴먼이 대표적인 연결 기술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뇌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활용함으로써 생각만으로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물리학, 공학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등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한데, 뇌파의 오작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전자파에 대한 심리적 불안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형

인간에게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연결과 차이를 보이는 기능이 변형이다.

변형은 인체 내부의 변화를 통해 생물학적 신체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형 기술로는 유전자가위가 대표적이며, 계속해서 이전 기술의 문제점,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GMO 작물 재배, 유전자 질환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발전으로 수정란, 배아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또한 중국, 미국, 영국 등에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조합

마지막으로 조합은 모사, 연결, 변형을 위한 기술들의 부분적 조합부터 이를 통해 기존 인간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개체가 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를 포함한다.

이 유형은 부품화, 표준화, 모듈화와 같은 공학적 접근으로 생물 시스템의 주요 개념을 분석, 설계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과 인공지능,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의 기술발전, 혹은 기술 간 융합을 통해 기계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초지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 기술은 현재 연구 시작단계이지만 기술이 구현된 이후에는 지금까지의 인간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풀어야 할 문제들

트랜스휴먼 기술은 개발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또한 법적, 윤리적 문제도 많아 이른 미래에 상용화하기 힘든 기술도 많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동일한 기술임에도 나라별로 개발이 허용되기도 하고 반대로 금지되기도 한다.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이러한 계획수립에 맞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업 측에서는 기술개발의 리스크가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자면 정부가 나서서 각계각층의 시민,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트랜스휴먼 사회의 특징, 기회, 위협 요인을 깊이 있게 진단해야 한다.

그 결과를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해 불확실한 요소들은 사회적 의제로 올려 논의해야 한다.

트랜스휴먼 관련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려면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라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기술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선택한 기술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무분별한 트랜스휴먼 기술의 사업화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정상인임에도 그 기술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체적 불평등과 새로운 사회적 불평들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트랜스휴먼 기술의 적용 대상 제한기준 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학생이나 시민이 트랜스휴먼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해 보는 교육과정이나 사회적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겠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트랜스휴먼 기술 이해도와 수용성을 높여 신기술 개발에 따른 시민들의 두려움을 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트랜스휴먼 기술 개발에 따른 사회적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기술 개발에는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문제점을 토론하고 장단점을 정리한 뒤,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왔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01 트랜스휴먼 관련 기술 분류는 박성원 외, 2016, 트랜스휴머니즘 부상에 따른 과학기술 정책이슈의 탐색.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췌했다.

02 이 부분은 진설아, 박성원이 2018년 미래의료인문사회학회지에 게재한 ‘트랜스휴먼 사회에서 몸과 마음의 미래’에서 발췌했다.

< 참고문헌 >

· 박성원, 최종화, 진설아 외 3명, 2016, 『트랜스휴머니즘 부상에 따른 과학기술 정책이슈의 탐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 박성원, 박가열, 최영순 외 3명, 2017, 『트랜스휴먼 시대에 따른 미래직업세계 연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 진설아, 박성원, 2018, ‘트랜스휴먼 사회에서 몸과 마음의 미래,’ 미래의료인문사회학회지, 1: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