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다양화 시대 기업 R&D 대응방안 3: 외국인 전문인력.
▲ 김주영 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
고령화의 빠른 진행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적 도전은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외국인 전문인력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외국인 전문인력 도입 현황을 소개하고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애로점 및 이와 관련된 시사점을 제언하고자 한다.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의 외국 인력은 1990년대 산업연수 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 연수 취업제를 거쳐서 현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비전문 외국 인력을 업종의 특성 및 수요, 국내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하여 도입하고 있다.
이제 일상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서울 어디를 가나 쉽게 외국인 근로자를 만날 수 있으며 안산이나 구로 등 공단 지역을 가게 된다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대도시나 수도권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농촌이나 어촌 지역 혹은 어떤 건설 현장이나 공단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이들 외국 인력이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외국 인력이 우리 산업 현장에서 이제 무시할 수 없는 기여를 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로서는 앞으로 이들 외국 인력의 산업 경제적 필요성과 기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외국 인력은 대부분 저숙련 비전문 외국 인력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1인당 생산성의 제고가 더욱 강조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창의 인재를 더욱 필요로 하는 환경에서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외국인 전문인력 현황
외국인 전문인력 혹은 전문외국인력은 출입국 관리상의 체류 자격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 활동(E-7)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외국 단기 취업(C-4)은 90일 미만 단기 체류로서 중장기 체류는 아니지만, 강의, 광고, 패션, 기술지도 등의 분야에서 수익을 위해 활동하므로 이 또한 일부분은 전문인력에 포함될 수도 있다.
법무부의 2017년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도 외국인 전문인력의 규모는 4만 7천 명 수준이며, 단기 취업(C-4)을 제외한다면 4만 6천 명 정도이다.
이는 2017년 전체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 58만여 명의 8퍼센트 수준이다.
전문외국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92%의 취업자격 외국인들이 비전문 외국 인력(비전문 취업(E-9), 선원 취업(E-10)), 방문 취업(H-2)이므로 우리나라의 전문외국인력은 비전문 외국 인력보다 그 비중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0년 이후 외국인 전문인력의 추이를 보면, 2012년 5만여 명을 정점으로 소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외국인 전문인력의 도입 추이는 우리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제성장과 고용의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빠른 기술변화 속에서 글로벌 인재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한다면 매우 우려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들의 직업적 특성을 들여다보면 기술혁신을 통한 우리 산업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력들은 더욱 줄어든다.
전문인력으로 분류되는 체류 자격 중에서 원어민 강사 등 회화 관련된 체류자(E-2)가 1만 4천 3백여 명으로 앞서 제시한 전문 외국인력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가수와 댄서 등이 다수 포함되는 예술 흥행(E-6) 자격의 외국인은 3천 7백여 명으로 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문외국인력 가운데 2만 1천 명(45%)으로 가장 큰 인원을 차지하고 있는 특정활동(E-7) 자격의 외국인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특별히 지정하는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숙련 기능 인력,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의 파급력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요리사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기술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이와 관련된 외국인 전문인력의 도입 규모는 더욱 작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전문인력의 활용
일단 체류 자격을 취득하여 입국한 전문인력의 경우 우리 경제의 기여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하는가’일 것이다.
이들은 체류 자격 조건상 대부분이 취업 상태에 있으므로 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가 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문외국인력을 고학력으로 한정하여 분석한 연구결과(김주영 외, 2015)에 따르면 고학력의 전문외국인력의 경우 회화 지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교육서비스업종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근무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설 외국어 학원 등이 해당한다고 보면 우리 산업에 기여가 큰 실질적인 전문인력의 비중은 높지 않다.
산업 경쟁력과 기업의 기술혁신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연구, 기술지도, 교수, 전문직업 등의 핵심적인 기술 인력은 외국인 전문인력 가운데서도 일부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해외 인재 도입 정책: 일본의 사례
우리보다 인구 고령화가 더 많이 진행된 일본의 경우 해외의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하여 2000년대 들어오면서 외국인 고도 인재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외국 인력의 도입에 대해서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지만, 인구의 고령화라는 사회적 현상과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기술, 지식을 가진 외국인재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고도 외국 인재는 고도 학술연구 활동 인재, 고도 전문기술 활동 인재, 고도·경영관리 활동 인재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유형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학력, 실무경력, 수입, 연령, 일본어 능력, 국가 자격증 등의 다양한 항목에 배점을 주고 기준 점수(70점)를 넘어가는 인재들을 외국인 고도 인재로 적극 유치하고, 체류 기간이나 영주허가 신청, 출입국 등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연구자와 기업 경영자 등 특히 뛰어난 인재의 경우 1년 안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였다.
통상적으로 재일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년 이상임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로서 일본 정부가 외국인 전문인력의 도입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알 수 있는 모습이다.
해외 인재 도입 정책: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문외국인력의 도입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000년도부터 외국의 우수기술인재 채용을 위해서 해외 우수기술인력 골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기존의 IT카드 제도를 흡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골드카드는 기술경영, 디지털전자, 나노, 신소재, 환경에너지, IT, 수송 및 기계, 바이오 등 8개 기술 분야에 대해서 전문외국인력을 채용하는 경우 비자(E-7) 발급 지원 및 영주권 발급 우대, 복수 비자 발급 등 출입국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01년도부터 외국인 고급 과학기술 인재 유치와 이들의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돕기 위하여 사이언스카드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기업연구소나 대학 혹은 연구기관에 채용되는 전문외국인력에 대해서 비자 발급(교수(E-1) 혹은 연구(E-3)) 편의 제공 및 출입국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브레인 풀(Brain pool) 사업은 해외의 우수 과학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경우 이들 과학자의 초빙에 따르는 유치 경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인재 채용을 지원하고 있는 Contact Korea 사업의 경우 2008년부터 KOTRA의 해외 사업망을 통하여 주요 지역의 인재 현황 조사, 관련 정보의 제공, 해외 우수 인재의 발굴 및 채용 서비스 지원 등 인재 발굴에서부터 사증 추천에 이르는 종합적인 인력 유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이들 외국 고급 인력들을 유치하기에는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열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 외국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과 목표 및 이에 따르는 전략이 없이 개별적인 정책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어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조한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 원인
여러 가지 외국인 전문인력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전문인력의 채용에 있어서 성과가 낮은 것은 정부 차원에서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기업 관점에서도 외국인 전문인력의 채용에 대한 애로 사항이나 장애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외국인 전문인력의 저조한 활용 원인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외국인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다.
코스닥 및 코스피 상장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전문인력에 관한 실태조사 연구(강동관 외, 2010)에 따르면 비자 획득에 걸리는 시간과 절차 및 관련 출입국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외국인 전문인력의 고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력이 기혼자인 경우 가족 동반의 문제에 따른 출입국 절차상의 어려움도 포함된다.
둘째는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외국 전문인력의 경우 채용 비용이 내국인보다 과다하게 드는 문제와 그들을 채용하기 위한 담당 전문인력의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셋째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전문인력의 적극적 도입을 위해서 골드카드 제도, 사이언스카드 제도, Contact Korea 사업 등 관련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여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선 연구에서 조사 대상 기업들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기업들이 이들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는 기업 내 이들 외국인 전문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나 장비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데 기인할 수 있다.
결국 우수한 외국 인력을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내 연구 환경이나 장비 및 기타 다양한 제반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다면 전문외국인력의 채용 실적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의 채용에 있어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맞지 않거나 이들에 대한 주거 제공여부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내국인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 인력이 많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전문외국인력의 도입이 덜 매력적일 수 있으며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채용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맺는말
기업의 혁신 인재는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다. 기업이 바라는 혁신 인재가 최상위 학력을 가진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 능력과 스킬을 소유하고 있는 인재로 혁신 인재를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경우는 이런 우수 외국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 할 것이다.
또한 외국 인력을 국내로 유입할 필요 없이 해외 지사나 해외 연구소 합병 또는 설립 등을 통해서 그들의 인적 자본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그런 수준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혁신인재를 고려한다면 기업이나 정부 모두 우리나라 외국 유학생들의 활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경우 한국의 문화적 적응을 거친 상태이고, 인력에 대한 정보를 상당 부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태이다.
다만 이런 경우 정부로서는 국내 노동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며 기업의 경우에도 관련 직무에 있어서 내국인들과 대체성이 낮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이 외국 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연구 장비나 거주 공간 등 물리적 인프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인적 환경과 외국인력에 대한 수용성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환경을 말한다.
우수한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은 시대적 변화에 맞춰서 외국인 인력의 채용과 활용에 보다 능동적인 입장이 필요하며, 또한 정부에도 이에 맞는 제도적 변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외국인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공통적인 걸림돌이 비자와 출입국 절차 등에 있어서의 어려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이언스 카드, 골드카드, Contact Korea 등 다양한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외국인 전문인력의 도입에 있어서 입국의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부는 외국인 전문인력의 도입과 관련해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합성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경제 성장을 통해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면으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이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 보수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러한 고려의 결과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