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다양화 시대 기업 R&D 대응 방안 1: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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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미 선임연구위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도 연구개발 분야의 여성 인력 활용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해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것이 한쪽만 참여하는 것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연구개발 분야의 여성 인력 활용 실태를 알아보고 대응 전략에 대해 제언한다.



우리나라 여성 R&D 인력의 현황과 중요성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하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시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고 우수 과학기술인력 확보라는 정책 이슈가 크게 부각되었다.

우리나라는 2001년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고 과학기술인력의 양성·활용, 여성 과학기술인의 양성, 과학영재의 발굴 및 육성 등과 같이 과학기술인력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였다.

또한 2002년 말에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4년부터 5년 단위로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 기본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질과 능력을 발휘하고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늘어났으나 아직도 선진국보다 여성 연구원 비율이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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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체, 대학,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수는 총 46만 명이며 여성은 9만 명(19.7%)이다(그림 1).

전체 대졸 이상 취업자의 여성 비율이 40%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 분야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은 타 분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37.4%), 독일(28.0%), 프랑스(26.7%) 등은 우리나라보다 여성 연구원 비율이 훨씬 높다.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더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서 문제의 핵심은 연구개발 일자리를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에 있지 않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함께 주도하는 것이 한쪽만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비해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연구자가 더 필요하다.

한쪽에서만 집중적으로 인력을 활용하면 그 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만큼 우수 인력도 적고, 같은 우수 인력이라도 구성원이 다양한 특성을 가질 때 집단의 창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구개발에 여성의 참여만이 아니라 연구방법론에 젠더 관점을 도입하려는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을 소위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젠더화된 혁신” 혹은 “젠더를 고려한 혁신”이라는 의미이다.

젠더혁신은 연구 프로젝트가 채택한 이론적 개념들, 연구대상, 분석 방법, 분석 결과의 해석 등에서 성별을 고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구 결과의 오류를 개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구의 수월성을 높이고, 연구 결과의 산업화 과정에서 실패를 줄이며,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젠더 혁신을 위해서는 연구 프로젝트에 남녀 연구원이 고루 참여하고, 연구개발 관련 정책 수립, 운영, 평가의 전 과정에 젠더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주로 남성들과만 일했던 연구책임자들에게 여성 연구원과 일할 때 발견하는 차이점을 질문하면 “대체로 남자들은 물어보지 않고 과업을 수행하는 데 비해 여성 연구원은 과업에 대해 질문이 많은 편”이라고 응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사례가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연구팀의 구성원이 다양하면 연구에 대한 관점과 의사결정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 연구원의 비율이나 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맡고 있는 역할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연구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연구책임자 비율이 낮고, 연구책임을 맡더라도 연구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을 맡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관계부처의 각종 위원회, 연구사업 관리 및 평가 관련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다.

예를 들면 2017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여성 연구책임자는 6,533명이었는데 이는 전체 연구책임자의 16.1%이며, 남성 연구책임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4.11억 원인데 비해 여성 연구책임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2.06억 원이다(2017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보고서).

여성 연구원의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그들의 역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 연구자의 역량개발이 중요하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여성연구자 학술 활동 지원사업, 과학기술 여성 인재 아카데미, 신진 여성 인재발굴 및 교육사업 등을 통해 여성 과학기술인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영세한 편이다.


기업 R&D 측면에서 주요 특징과 과제

기업체 R&D 인력의 특징과 여성인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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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력 활용의 관점에서 기업체 연구개발 인력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학 전공자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림 2를 보면 2016년에 기업체 연구원 중에 공학 전공자가 80.5%인데 지난 20년간 이 비율이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나머지 기업체 연구원의 전공은 이학 10.8%, 의약학 1.2%, 농학 1.1%, 기타(사회과학 등) 6.4%이다(2016년 기준).

여성은 공학 전공자가 적기 때문에 기업체 연구소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들은 공학 전공자든 기타 과학기술 분야 전공자든 간에 기업체 연구소보다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근로시간, 보육 서비스, 고용 안정성 등의 근로조건이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16년에 기업체 연구원 수는 32만 1천 명으로 전체 연구원의 69.7%이다. 기업체 연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년간 점차 증가하여 1996년(53.9%) 대비 2016년에 15.8%p 증가했다.
 
기업체 연구원의 여성 비율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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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연구원의 여성 비율은 각각 30.4%와 26.1%인데 비해 기업체 연구원의 여성 비율은 15.5%이다.

기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연구원 수는 2016년에 5만 명 정도이다(표 1).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체 연구개발에 여성 연구원의 참여가 저조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정책조정회의(2014. 11. 28.)를 거쳐 「산업현장의 여성 R&D인력 확충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산업현장의 여성 R&D인력 참여확산 기반구축사업」으로 1) 중소벤처기업이 미취업 신진 여성 연구원 채용 시 인건비 지원 및 경력개발 교육 실시, 2) 이공계 경력 단절 여성의 산업현장 복귀 지원, 3) 여성 R&D 인력의 창업 지원, 4) 신산업 분야의 여성 과학기술인 롤 모델 발굴 및 사례집 제작 등을 추진하였다.


대응 전략 제언

기업체 연구개발에 여성이 더 참여하려면 공학 전공자의 인재풀을 더 확대해야 한다.
 
「제3차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 기본계획(2014~2018)」은 공학계 여학생 비율을 2018년까지 25.0%로 제고한다는 목표를 수립하였으나 2018년에 전국 일반 대학 학사과정, 대학원 석사과정 및 박사과정의 여학생 비율은 각각 19.1%, 20.2%, 15.3%였다.

공학 분야의 여성 인재풀을 넓히려면 우선 중고등학교 여학생에게 공학 분야의 진로 정보를 강화하고, 공과대학 여학생의 전공 유지 실태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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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공학 계열 입학자와 졸업자 수를 비교해 보면 입학자가 졸업자 수보다 더 많다(그림 3).
 
이것은 공과대학 여학생의 일부가 다른 계열로 전공을 변경하여 졸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공과대학의 여학생 입학자 수(362,379명)와 졸업자 수(278,881명) 사이에 8만 3천여 명의 차이가 있다.

공학에서 타 분야로 전공을 변경하는 여학생들의 인구 사회학적 특징, 교육 배경, 전공 변경 사유 등을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KEDI, 교육통계서비스 DB).

공학 분야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전 분야의 여성 연구원 인재풀 확대 방안으로는 정부의 인력양성사업(인력양성 목적의 R&D 사업 포함)에 여학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운영 지침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특히 여학생 비율이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여학생 참여 확대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여성 연구원들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선호하는 경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체가 여성 인력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여성들도 기업체를 선호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림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구개발 일자리의 70%가량이 기업체에 있으므로 여성들이 기업체 연구개발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연구원과 중소기업이 과제수행 경험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우수 여성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할 경우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이 연구개발에 복귀할 경우 최대 3년까지 인건비 및 연구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으나, 이 사업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기업체 연구소보다 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소로 복귀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