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 라스트 마일 전쟁 2편: 죄수의 마지막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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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철 대표
동아엑스퍼츠
배달과 배송, 무너지는 경계
바야흐로 배달과 배송 전쟁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자부터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이 없다.
배송 또한 상품과 시간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배송품목은 일반 생활용품부터 가정간편식, 신선한 과일, 싱싱한 횟감까지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고, 전날 밤에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떡 하니 배송되어 있다.
배달과 배송은 소비자 입장에서 문 앞까지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소요 시간 및 이동 거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배달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물건을 가져다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장면과 피자는 배달되는 것이다.
반면 배송은 배달보다는 먼 거리에 있는 곳에 가져다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상품의 이동 거점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본사는 매일 새벽 각 지방에 신문을 “배송”하고 각 지국은 각 가정에 “배달”한다. 이렇게 보면 차이가 명확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과 배송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30분 배송” 서비스를 시범 적용 중이다.
고객이 웹사이트 또는 현장 QR코드로 주문하면 즉시 담당자가 피킹(물류센터에서 주문 제품을 꺼내는 작업)을 한 다음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통해 최대 30분까지 배송한다.
기존에 다른 고객들의 주문 상품을 취합해 배송 차량에 함께 실어 보내던 과정을 단축한 것이다.
30분 배송은 현 유통업계를 통틀어 최단 기간 배송 서비스이다.
프로세스의 혁신과 ICT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과 배송의 차이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달과 배송을 포함하여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라고 한다.
죄수의 마지막 걸음! 라스트 마일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광대역 전송 신호를 회사나 가정 등 최종 소비자에게 전하는 1마일 내외의 짧은 구간에 적용되는 통신 기술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형수가 집행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길’을 뜻한다.
유통업에 있어서 라스트 마일은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배달 및 전달을 뜻하는 단어 배송(Delivery)이 붙게 된 것이다.
최근 물류·유통 업계의 지각변동을 이야기하는 키워드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가 떠오르고 있다.
어떤 이유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가 물류·유통 업계의 미래 전략을 말하는 키워드가 됐을까?
퍼스트 마일 딜리버리 VS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물류 산업은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보관, 유통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각각의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뚜기 등 제조사와 쿠팡, 11번가, 이마트 등 유통 사업자 간의 상품 이동과 적재 프로세스를 퍼스트 마일 물류(First-mile Logistics)라고 한다.
기업 간 거래는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벌크화물의 이동 및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반면 유통업자 및 창고 사업자가 상품을 최종 고객에게 공급하는 프로세스를 라스트 마일 물류(Last-mile Logistics)라고 한다.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생산성뿐만 아니라 배송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단계이다.
가장 중요하나, 가장 비효율적 구간
라스트 마일은 실제 고객과 접촉이 이루어지는 구간이다.
아무리 상품과 서비스가 좋아도 고객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거나 불친절하다면 판매사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는 제조사, 중간 유통사, 이커머스 사업자와 물류 업체가 분리된 경우도 있지만, 고객은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관계로 이 구간에는 다양한 비효율적 요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부정확한 주소로 잘못 전달되는 경우, 고객 부재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 골목길 배송 등으로 인한 전달 지연, 파손 및 분실 등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상품을 접수하고 모으는 집화(4%), 상품을 분배하는 분류(6%), 중간 물류기지로 수송하는 터미널 간 화물수송(37%), 라스트 마일(53%)로 구성된다(그림 3).
고객 접점으로 가면 갈수록 비용이 큰 폭으로 확대된다.
집화, 분류는 자동화 등으로 충분히 효율화된 구간이지만 라스트 마일은 많은 고객 변수, 주변 환경 변수 등으로 인해 비효율적 요소가 많은 구간이다.
이런 이유로 물류 기업 입장에서는 라스트 마일 효율화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스트 마일 구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곧 전체 물류비용을 낮춘다는 것이고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라스트 마일의 생태계는 고객을 중심으로 3개의 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1) 상품을 유통하는 커머스 사업자, 음식점 등의 제공자, 2)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의 주문 중개 사업자, 3) 음식 등을 집까지 전달해 주는 배달 또는 배송업체이다.
특히 ‘최종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서비스 제공을 라스트 마일 업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생태계에서 최근 라스트 마일 업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매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진다.
O2O 시장은 넓고 다양하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서비스의 개선을 원하는 모든 분야가 O2O의 잠재적 사업 영역이다.
최근에는 고객의 니즈가 시간, 유연성, 보안 및 비용 등에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높은 서비스 가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라스트 마일 업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ICT 기술로 무장하여 대규모화 되는 추세이다.
자영업자, 중개 앱 그리고 배달 대행 업체의 상생 관계
온라인 사업자와 배송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대부분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물류 형태이기 때문에 서민들이 먹고사는 데는 별로 관련이 없는 부분이 많다.
즉 쿠팡, 11번가에 주문하고 CJ대한통운 등의 물류회사가 배달하는 형태는 자영업이 개입될 여지는 별로 없다.
필자는 라스트 마일 생태계 중에서 오프라인 자영업자와 중개 앱, 배달 사업자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수많은 중장년 자영업자와 다양한 연령대의 배달원이 있다. 실제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의 접점에 있는 영역이기에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라스트 마일 생태계의 시작점은 자영업 음식점 및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의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매장 전화, 프랜차이즈 콜센터, 배달 중개 앱 등을 통해 전화 주문을 받는 형태이다.
라스트 마일의 다음 단계를 담당하는 배달 중개 앱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배달 주문을 도와주는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배달 음식점 광고를 노출하는 것에서 배달 주문을 대행하는 것까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배달 중개 앱은 라스트 마일 에코 시스템의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다.
국내 배달 중개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가 투자한 요기요, 배달통의 3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음식점 주인들이 중개 앱에 등록을 하거나 광고를 올릴 때, 중개 앱은 등록료 및 광고료를 받는다.
앱 사용자들이 음식점에 배달 대행을 요청할 때 사용자들은 앱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 중 몇 곳은 배달원을 직접 관리하여 올인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반면 대부분의 앱은 배달 대행 업체들과 협업하여 주문부터 배달까지 수행한다.
각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비, 주문금액 등 주된 수익원에 따라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부담 주체가 자영업자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즉 음식점 입장에서는 고정비(광고비)를 지불하는 게 좋은지, 주문금액에 따른 변동비(주문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좋은지는 상권의 특성, 주문량 등을 따져서 판단할 부분이다.
마지막은 배달 대행 업체인데, 이 업체들은 음식점을 대행해서 음식을 최종 고객에게 배달하여 판매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공지능 등의 IT 기술을 사용하여 공급망 전체를 운영한다.
중개 업체와 배달 대행 업체 분리
외국의 경우 중개 업체와 배달 대행 업체가 하나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배달문화가 뒤늦게 도입되어 기존의 배달 인프라가 부족하여 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배달 인프라를 갖추어 가면서 사업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주문 중개와 배달대행이 분리되어 있다. 오히려 기존에 존재하던 배달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문 중개 사업이 발전한 형태이다.
주문 중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은 후 이를 오프라인 음식점으로 연결하는 데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제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은 배달 대행 업체의 몫이다.
배달 대행이 분리된 구조로 인해 라스트 마일 분야를 더욱 전문화할 수 있고, 중개 앱은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를 사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배달 중심의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는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달리고 등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의 다른 영역에서 특화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고는 음식 배달 영역에서, 생각대로는 생활 편의 서비스를 포함한 배달 건수에서, 부릉은 대형 기업과의 거래량 측면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배달 대행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배달 대행 선도 업체들은 주요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라스트 마일 생태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라스트 마일 전쟁 3편에서는 라스트 마일 산업의 성장세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와의 상생 관계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