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호전에이블 문종태 대표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 문종태 대표
(주)호전에이블
공동 작성_ 남정호 전무((주)INI R&C),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성과물을 사업화하는 연구소기업이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의 신성장동력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2022년까지 공공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연구소기업 1천 400개 육성을 목표로 ‘연구소기업 육성 방안’을 수립하여 지원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연구소기업은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자본금의 20% 이상을 출자한 기업으로, 연구개발특구 안에 세워져야 한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국내에 설립된 연구소기업은 총 644개로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 규모는 10배로 증가했고, 전체 업체 매출도 19배 증가한 5,3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최근 1~2년간 연구소기업을 졸업해 자립한 업체만 20곳이 넘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최초로 반도체 핵심소재 기술인 에폭시 접합 소재 제품화에 성공하며 연구소기업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 있어 소개한다.
세계 최초 에폭시 솔더 접착 소재의 개발과 상품화
지난 연말 호전에이블(대표 문종태)이 개발한 ‘고강도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가 2018년 51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ESP, Epoxy Solder Paste)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의 반도체 칩에 각종 부품을 부착하는 접착 소재로 솔더 분말과 전기절연성, 내부식성이 우수한 에폭시 2종 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제품이다.
인쇄회로기판(PCB)과 부품의 금속 표면을 접합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내부는 금속과 결합하고, 외부는 에폭시로 감싸서 미세 단자 간 전기 합선을 방지하는 소재다.
쉽게 생각해 전자기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납땜을 대체하는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납이 중금속인 만큼 이를 사용하지 않고 전자기기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상품화에 성공한 후 이 제품으로 2017년 2억 5,500만 원, 2018년 7억 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수출 확대를 통해 25억 원, 2021년에는 13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ETRI에서 기술출자한 제30호 연구소기업
2012년 1월 설립된 호전에이블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에폭시 솔더의 기술사업화를 목표로 ETRI에서 기술출자한 제30호 연구소기업이다.
호전에이블의 창업 계기는 2006년 시작된 ETRI의 패키지 전극소재 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 책임자였던 호전에이블의 문종태 대표는 7년여의 연구 끝에 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이전된 그의 기술은 상업화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오랜 기간 연구한 자식 같은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 대표는 직접 사업화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창업만 하면 금세 제품화할 것 같았던 기대는 몇 개월 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막상 고객을 찾아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다 보니 실험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가득이었다.
고객 공정에 맞추어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고객공정에 맞춘 제품이더라도 매출과 연계시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전자재료 산업은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의 제품 특성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어 가격 비중이 낮은 전자재료를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현재 호전에이블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으며, 반도체 대기업들은 호전에이블의 제품을 실증테스트 중이다.
새로운 접착소재지만 기존 고객의 생산라인에 변화를 주지 않게 개발하였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제품개발 배경과 특징
호전에이블이 세계 최초로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ESP)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ETRI에서 신규 연구테마를 조사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는 패키징 분야는 강하지만 소재 분야는 대부분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선정하였고, 여러 소재 중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며 상품화할 경우 효과가 큰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ESP)를 타겟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ESP)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의 반도체 칩에 각종 부품을 부착하는 접착 소재로서, 기존 소재는 구현하지 못하는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솔더 페이스트와 에폭시 소재의 물질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둘을 결합해 접착제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한다.
특히 기존 접착 소재는 접착 후 용제가 남기 때문에 반드시 세척 공정이 필요하고 정밀한 접합의 경우 별도로 에폭시를 도포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한데 이 접착제는 이런 공정을 생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부품 제조사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수많은 구부러짐에도 접착력을 유지하고 기판이 휘어지는 불량도 예방할 수 있다.
2016년 호전에이블이 세계 최초로 상품화에 성공한 에폭시 솔더 페이스트(ESP-240)는 솔더 분말과 레진 2가지 물질이 혼합되어 있으며, 레진은 7가지 이상의 물질을 합성, 혼합하여 개발되었으며, 이는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기존에는 솔더 페이스트(솔더 크림) 소재가 패키지 접합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나,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총 6단계의 공정을 거쳐 사용하고 있다.
특히 6단계 공정 중 잔류 플럭스 제거 공정은 케미컬을 사용하는 Wet 공정으로 고객사들은 공장 라인의 관리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생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호전에이블의 ESP-240 접합 소재는 앞의 Wet 공정을 적용해야 하는 로진계 바인더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리플로 후 접합 부위에서 접합된 칩의 접합 강도를 상승시켜 주는 언더필(Underfill) 효과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현재 스마트폰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존 에폭시 도포 및 경화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공정 단순화 및 원가 절감에 효과적이다.
또한 외부 에폭시 코팅으로 먼지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고 접합 부위 산화 방지를 통해 접합 부위 내부 금속 보호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지금부터 전자재료의 기술사업화에 출사표를 던진 호전에이블의 제품개발 및 성공요인을 소개한다.
기술사업화 성공요인 분석
기술이 아닌 고객에게서 성공의 실마리 찾기
2012년 창업 당시 문종태 대표의 생각은 단순했다. 창업만 하면 금세 상품화하여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고객을 찾아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다 보니 실험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물론 연구원 입장에서 볼 때는 소재 특성과 물성만 완료되면 개발이 다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의 지적은 생산성, 보관성, 하다못해 색상까지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고객은 자신이 요구하는 조건 10가지 중 하나만 충족시키지 못해도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소인 ETRI에서 여러 차례 성공적인 기술개발을 했다는 경험으로 자만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문 대표는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의 우수성보다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게 먼저라는 것을 자각하고 아침 저녁으로 현장을 방문하면서 개발기술의 문제점을 듣고 돌아와 이를 제품에 반영하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 대표는 예비창업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술이 아닌 제품으로 창업하라는 것.
그러려면 면밀한 시장 파악과 제품화 가능성에 대한 안목, 치밀한 창업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 기술전문가 영입
지난 2012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 리더들은 자본주의(Capitalism)의 시대는 가고 인재주의(Talentism)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기업경영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본이 아닌 인재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다국적 컨설팅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앤드쿠퍼스)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58명의 CEO 가운데 58%가 ‘향후 사업 확장의 가장 걸림돌이 될 요소’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여 세계 최고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하고, 넷플릭스가 수많은 콘텐츠로 돈을 벌어들인 비결이 핵심인재에 있었다고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Deloitte)는 미래 산업을 연구하는 구글 연구소 '구글X'의 아스트로 텔러 소장의 이론을 기반으로 매우 흥미로운 그래프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기업 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기술발전 속도와 기업 생산성 증가속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바로 ‘핵심인재’라고 강조하였다.
호전에이블의 문 대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고민에 고민을 하던 와중에 해당 분야에서 이론과 현장경험을 겸비한 인력을 소개받게 되었다.
호전에이블이 1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전문가는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문 대표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할 계획이라면 무엇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소재의 생명은 품질, 품질중심경영
호전에이블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 ‘99% 품질은 0%와 같다’라는 글귀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재는 모든 제품의 토대로 그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모든 공정이 올스톱된다.
그래서 문 대표는 생산규정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걸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신념에는 경험적인 이유가 있다. 몇 해 전 완제품 납품 과정 중에 품질사고를 발견해 자칫 큰 문제로 이어질 뻔한 경험을 한 것이다.
소재는 워낙 온·습도에 민감해 조그마한 실수라 할지라도 곧바로 품질사고로 이어지며, 자칫 ‘소재-부품-모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정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매출 초기의 호전에이블로서는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고 이러한 경험이 품질경영의 토대가 되었다.
연구소 기업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호전에이블은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하여 특구 안에 설립된 연구소기업이다.
연구소기업은 다른 초기 기술사업화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용화 연구나 시제품 제작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야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자금지원이나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죽음의 계곡01'을 극복하지 못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소 기업제도를 통해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하여 연구소기업의 초기 생존과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연구소기업 지원사업 확대, 연구소기업 제도 개선 등의 영향으로 2014년 이후 연구소기업 설립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호전에이블의 창업아이템인 ESP는 세계 최초로 상품화를 추진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검증 단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매출은 없고 상용화 기술 개발에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연구소기업 지원이었다.
호전에이블은 연구소기업으로 출발하여 ‘연구소기업 기술이전사업화 지원 과제’에 선정돼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으로 후속 연구개발(R&D)을 위한 추가 자본금도 지원받았다.
이러한 지원은 호전에이블이 시장진입을 위한 여러 가지 추가 기술 개발과 실증 테스트 등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차별화된 제품기획 및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성능 향상
호전에이블이 기술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마지막 요인으로는 단순히 기존 제품의 특성 향상을 위한 개발이 아닌 제품 성능 향상과 더불어 고객에게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과제기획에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분명히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삼성, LG 등의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업체에서도 호전에성공사례이블의 제품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전에이블 제품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제품 채용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제의해오는 해외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발 초기 호전에이블의 제품 개념을 들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제품이 아니면 보수적인 전자재료 시장을 뚫을 수 없고 제대로 된 가격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차별화된 제품개발을 추진한 결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호전에이블은 지금의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성능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나노소재 업체의 경쟁상대는 소재 강국 일본과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이 될 것이므로, 기업간 협력을 통해 제품의 특성을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방어적인 성격의 기술개발은 일정 기간, 한정적인 고객에게 소재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지속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ESP 제품화로 마침내 전자재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호전에이블은 값비싼 은제품을 대체할 ECP(Epoxy Cu Paste), EFP(Epoxy Flux Paste)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자동차, 항공기 등 고신뢰성 요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호전(淏鐫)이란 이름에 ‘순수한 연구의 열정을 가치 있고 유용한 제품으로 구현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처럼, 호전에이블이 지속적인 제품성공으로 세계적인 전자재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01 초기 창업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을 나타낸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