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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줄기세포와 함께하는 삶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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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HIV 감염 환자 치료 성공… 두 번째 사례 나와’, ‘유전자 넣은 줄기세포’, ‘간경화·간경변, 줄기세포로 치료효과 기대’, ‘줄기세포 성형 도입’, ‘줄기세포 이용한 탈모 치료’ 등의 기사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줄기세포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줄기세포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 몸을 이루는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 세포’를 일컫는 ‘줄기세포’라는 말은 ‘Stem cell’이 번역된 용어이다.

꺾꽂이를 이용해 식물을 영양번식 시킬 때 줄기(Stem)를 잘라서 땅에 심으면 완전한 하나의 식물로 발달하는데, Stem cell이라는 말은 꺾꽂이에 사용되는 줄기처럼 미분화 세포덩어리에서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분화되는 특징에서 유래되었다.

60조 개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몸은 모양과 기능이 서로 다른 다양한 세포들이 모여 뼈, 근육, 혈액, 심장, 신경 등 다양한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세포와 조직들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줄기세포에 담겨 있다.


줄기세포의 종류와 특징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줄기세포는 수정란의 분열을 통해 형성되는 ‘배아줄기세포’와 탯줄이나 골수(骨髓)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분화가 끝난 조직세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유도만능 줄기세포’로 구분이 된다.

사람의 탄생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되는 ‘수정란’에서 시작되며, 수정란은 자궁 내에서 세포분열을 통해 풍선 모양의 배반포를 이루면서 자궁벽에 착상하게 된다.

배반포의 내부에는 미분화 세포덩어리인 내세포괴가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이 분화해서 배아(胚芽, Embryo)를 이루며 자궁벽에 착상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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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는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분열 과정을 거쳐 다양한 세포로 분화해 혈액, 간세포, 신경, 뼈 등의 조직들이 만들어지면서 사람의 모습을 갖춘 태아가 발생하게 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만능분화 줄기세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화능력을 지닌 배아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로 이식하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이 바로 ‘줄기세포 치료’이다.

그러나 특정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하려면 그 세포를 이식받는 환자에게서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배반포세포의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정이 되지 않은 미수정란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런 배아줄기세포를 본래의 목적인 질병의 치료에 이용하지 않고 자궁에 착상시켜 발생시키면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도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러한 클론을 분화시켜 완전한 개체로 발생시킬 수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우리 몸의 조직에서 필요할 때 새로운 세포를 분화시키는 미분화 세포로 뼈와 간, 혈액 등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시원세포를 일컫는 말이다.

조직을 이루는 세포가 노화되면 그 세포의 기능을 계속해 이어나갈 새로운 세포가 생겨야 하는데, 이러한 새로운 세포의 공급은 성체줄기세포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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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골수조직을 이용한 적혈구의 생성 과정을 보여준다.

조직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그 조직의 세포로만 분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다른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그 실례로 피부의 줄기세포로부터 신경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 등을 분화시킬 수 있지만, 아직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성체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으로부터 직접 얻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윤리적인 문제가 적고, 면역거부 반응도 낮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양이 적어 분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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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만능 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는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와 같은 성숙한 체세포에 외래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가해 유도한 줄기세포를 일컫는다(그림 3).

iPS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분열능력에 한계가 없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유도만능이라는 말이 적용되고 있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들기 때문에 ‘역분화 줄기세포’라고도 부르며,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성의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환자의 피부나 혈구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의 세포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유도만능 줄기세포 이용 시 종양 발생 가능성이 높고, 분화 효율이 낮아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박사에 의해 분화된 세포로부터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받았다.

생명과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줄기세포는 앞으로 불치병의 치료나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의 이식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이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이 기술을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생명윤리적 가치관의 확립과 함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줄기세포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생명과학자나 생명윤리 전문가들의 영역을 넘어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