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기업 혁신을 위한 CEO 역할과 리더십


2.png


▲ 윤석열 소장 R&D혁신연구소


3.png


혁신은 한자로 [革新: 가죽 革 + 설 立 + 나무 木 + 도끼 斤]으로서, 멀쩡하게 서 있는 나무도 베어내어 전체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이다.

죽은 나무나 죽어가는 나무를 없애는 일은 혁신은커녕 개선도 아니고, 그냥 청소에 불과하다.

혁신 경영이란 경영을 혁신하는 일로서, Product, Process, People이라는 3개 사업 중심 축과 윤활유 역할을 하는 조직문화, 시스템, 인프라, 관습, 관행까지의 경영 전체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전체를 총괄하는 CEO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혁신의 개념과 CEO의 역할

기업이든 정부든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하면서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변화에는 혁신 외에도 개선도 있고 개혁도 있다.

이들의 차이를 어원으로 풀이해보면, 개선은 [改善: 고칠 改, 좋을 善]으로서, ‘좋게 고친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것을 고친다’는 뜻이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변화에 부합한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익숙하고 잘하던 일이라도 경쟁자가 더 잘하면 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 자체를 바꾸든, 일하는 방식을 바꾸든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개선을 ‘좋게 고친다’는 뜻으로 하면, 문제가 있는 것을 고치는 임시방편적인 일이 되어 경쟁력을 위한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개혁(改革: 고칠 改, 가죽 革)은 줄기만 그냥 두고 껍질을 바꾼다는 뜻으로 성형 수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의 줄기는 경영 이념, 핵심 가치, 사업구조 등이기 때문에, 인력이나 인프라, 일하는 방식, 문화, 관습까지 많은 것을 바꾸는 일이다.

혁신(革新: 가죽 革 + 새로울 新)은 ‘껍질을 새롭게 바꾸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껍질만 새롭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껍질은 물론 그 안의 내부까지 통째로 바꿔야 여기서 말하는 변화의 의미에 부합한다.

영어로 혁신을 Innovation이라 하는데, ‘Innovation’은 in + nov(new) 즉, 내부까지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혁신의 한자를 부수로 풀어 보면 그 의미를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혁신은 革新: 가죽 革 + 설 立 + 나무 木 + 도끼 斤으로서, 멀쩡하게 서 있는 나무도 베어내어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된다.

죽은 나무나 죽어가는 나무를 없애는 일은 혁신은커녕 개선도 아니고, 그냥 청소에 불과하다.

제품의 품질을 약간 올리고, 직원들 의식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는 혁신은커녕 개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혁신은 그야말로 줄기는 물론, 뿌리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완전한 변신이어야 한다.

기업으로 치면 잘 나가는 사업까지 없앨 정도로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제품이나 인력, 문화, 관습, 인프라까지 모든 걸 바꾸는 일이다.

이렇게 혁신은 회사를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라서 몇 개 부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CEO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혁신의 범위와 CEO의 역할


4.png


혁신 경영이란, 경영을 혁신하는 일이다. 경영이란, Product, Process, People이라는 3개의 중심 축을 톱니바퀴처럼 어긋남이 없이 잘 돌리고, 조직문화나 시스템, 인프라, 관습, 관행 등이 윤활유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혁신 경영이란 이들 모두를 새롭게 바꾸면서 조화롭게 경영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혁신의 대상이 광범위하더라도 각 요소를 조화롭게 경영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어느 한 부문만을 크게 하면 아무리 큰 코끼리라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5.png


한 부문이라도 바꾸려면 다른 부문 전체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바꾸어야 한다.

제품을 바꾸는 일이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든 어느 하나라도 바꾸려면 다른 부문도 그에 맞추어 조화롭게 바꿔야 한다. 전 부서를 바꿔야 하고, 전 조직원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바꾸면서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전체를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를 총괄하는 CEO만이 할 수 있다.


혁신의 고통과 CEO의 역할

혁신 경영은 하는 일을 바꾸고, 일을 하는 방식도 바꾸고, 문화나 시스템, 관습까지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기존 사업에서 발군의 기술력을 뽐내던 사람이라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면 기초부터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면 그 사업에 투입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새로운 사업에는 하위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거나, 회사에서 쫓겨날 판이다.

담당자 개인적으로는 혁신은 자폭(自爆)과도 같은 심한 고통이다. 따라서 혁신은 아랫사람이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혁신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CEO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혁신을 하려면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 사업을 할 때는 그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가 가장 많은 사람이 조직을 이끌었지만, 신규 사업에서는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젊더라도 관련 전문가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말이 권한위임이지, 기존의 조직 책임자에게는 존재감까지 잃는 일이다.

지금까지 큰 기여를 하고 경영을 잘한다고 인정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존재감까지 잃는다니, 당사자에게는 여간 큰 고통이 아니다.

권한 위임을 결정권을 뺏기는 사람이 추진할 수는 없다. CEO만이 할 수 있고, 그래서 혁신 경영의 주체가 CEO인 것이고, 그의 역할인 것이다.

혁신을 하려면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해서 잘하고 있더라도 도끼로는 엔진 톱을 당할 수 없고, 엔진 톱도 굴삭기를 이길 수 없다.

익숙한 것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이나 수단으로 일을 하는 것도 당사자에게는 큰 고통이다.

새로운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개발 방식을 채용해야 하고 사고의 툴도 바꿔야 한다.
 
새로운 툴 자체를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고, 익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를 초빙하여 함께 일을 하게 해야만 할 수 있다.

기존 사업에서는 전문가를 가르치기까지 했는데, 젊은 후배에게서 배워야 하다니….

자존심이 꺾이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일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CEO가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나라에서 혁신을 한 기업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걸 바꾸라”고 하면서 당시 금액으로 500여억 원어치의 휴대폰 15만 대를 불태워버렸던 삼성의 신경영 정도가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를 했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혁신은 CEO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혁신의 실제와 CEO의 역할

사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선정해야 한다.

다른 회사가 한다고 해서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회사의 경영 토양이 어떤지 파악해서 최적의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기술력은 물론, 투자 여력, 확장 가능성, 공장 위치까지 검토해서 선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총괄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업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다.

어떤 사업으로 혁신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사람은 CEO뿐이다.

생산 제품을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같은 디스플레이라 하더라도 브라운관 TV에서 LCD TV로 바꾼다면, 무엇보다 기술이 전혀 다른 것이 큰 이슈다.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지식이나 전문성이 달라야 한다.

기존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것도 고위 직급까지 교육을 해야 한다. 기술자만 가르쳐서 될 일도 아니다.

구매, 총무, 시설관리, 안전 관리, 보안 관리에 이르기까지 조직원 전체가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성을 바꾸는 일이라 단기적 응급 처방 교육만으로도 안 되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전 조직원에 대한 교육 책임은 CEO에게 있다. CEO가 추진하지 않고는 될 수 없는 일이다.

기존 기술력으로 대응할 수 없는 일에는 새로운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적합한 인재라면 해외에서도 초빙해야 할 것이지만, 신기술이라면 대학에도 그런 인력이 준비되어 있을 리 없다.

인력 육성을 위해 대학에 과제를 위탁도 해야 하고, 정부에 건의하여 인력 육성에 관한 정책까지 바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회사 차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가 뛰어야 한다. CEO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CEO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LCD는 브라운관 TV와는 달리, 고난도의 반도체 공정을 필요로 한다.

모든 공정이 Clean Room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작업복부터 소모품까지 다 달리 해야 한다.

청정복을 입어야 하고, 마스크나 장갑은 소모품으로 재활용할 수 없다.

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비싼 공기 Filter도 수시로 바꿔야 한다. 아끼고 절약하는 정신으로 일을 했다가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기존 사업과 다르기 때문에 공용으로 활용할 자재도 없다. 사용하던 공업용수도 음용수보다 훨씬 깨끗한 초순수로 바꿔야 한다.

문화, 관습, 관행까지도 바꿔야 한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clean room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수시로 불러서 회의를 할 수도 없다.

연구노트나 필기 도구도 먼지가 나지 않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라도 함부로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면 직급 체계도 바꿔야 한다. 스피드가 필요하다면 보고 체계를 Slim화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윗사람이 경험이나 노하우는 있을지언정, 기술에 적합한 지식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문화로는 갖출 수 없다. 관행이나 관습도 바꿔야 한다.

아침 체조를 통해 몸의 긴장을 풀었다면 그것을 중단하고, 마음이나 두뇌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아침부터 수다나 잡담을 하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Clean Room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고, 서로 대화를 하며 긴장을 풀고 유연한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 모두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고, 이것을 감수하면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CEO밖에 없다.

최적의 방법과 수단을 찾아 현업에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기피하는 판에, 멀쩡하게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Tool과 방법을 익혀야 하는 게 쉽겠는가. CEO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혁신의 당위성도 조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일방적 지시만으로는 혁신은 불가능하다.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고통을 분담시켜야 한다. 역량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은 정리도 해야 한다.

기존 사업 관습대로 하려 하며 신기술을 익히지 못하는 사람을 그 사업에 배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금까지 경영에 기여한 사람을 내치면 누가 그 회사를 믿고 일을 하겠는가.

함부로 내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 사업에 투입할 수도 없고….

혁신에는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혁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은 CEO밖에 없다.

그래서 혁신은 CEO가 추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결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의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나 개선이 아니라, 조직 전 부문을 한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라서 조직원의 반발은 물론 이탈자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의 운명까지 바뀔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그렇다고 그냥 망하는 길로 갈 수는 없다.

ICT 발달로 자동차가 기계 제품이 아니라, 전자 제품으로 바뀌는 세상이다.

전자 제품으로서의 자동차 사업은 모든 부품을 외부에서 들여오고 조립도 외부에 위탁할 수 있게 되는데, 볼트 몇개 줄이고, 손놀림을 빠르게 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런 격변의 시대에서는 뿌리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혁신 없이는 기업의 존속조차 위협받게 되었다.

솜틀집 경영을 잘한다고 해서 캐시미론 이불을 이길 수는 없는 것처럼, 말 그대로 사업 내용까지 바꾸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그래서 기업 경영의 총 책임을 지고 있는 CEO에게는 가장 큰 역할이 혁신인 것이다.

사업 제품부터 경영 이념, 핵심 가치까지 모두 혁신해야 한다. 혁신을 추진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 개발이 안 될 수도 있고, 매출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조직원 반발이 너무 커서 혁신을 시작조차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혁신을 추진하지 않고 몰락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어떤 리스크라도 감수하면서라도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CEO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CEO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혁신은 CEO에게 주어진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