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활력 제고와 재도약을 위한 세 가지 혁신 방향
▲ 정재훈 원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지난해 글로벌 경제 환경은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공급과잉,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새로운 新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한 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제 환경의 여파로 인해 2011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오던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산업의 새로운 활력 제고를 위한 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대가로 알려진 하버드대학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는 혁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세 가지 혁신의 유형을 제시하고, 균형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조화로운 혁신을 강조하였습니다.
세 가지 혁신의 방향은 지속적 혁신(Sustainable Innovation)과 효율적 혁신(Efficient Innovation), 그리고 시장 창출을 위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입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산업의 활력 제고가 절실한 이 시점에서, 우리 산업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에, 세 가지 혁신 유형의 관점에서 우리 산업의 활력 제고와 재도약을 위한 주요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지속적 혁신 측면에서, R&D 투자의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확대가 필요합니다.
1970년대 1천억 원 수준에 불과한 국가 R&D 투자는 현재 64조 원 규모로 성장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간 R&D 투자의 확대를 통해 산업이 발전하고, 산업의 발전은 고용을 증가시키는 선순환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R&D 투자가 제조업의 성장 및 고용 창출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ICT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제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연계 서비스 영역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경제·산업의 스마트化와 디지털化의 가속화로 첨단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제조업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연계 서비스업은 여전히 생산성이 낮고 대외 경쟁력도 취약한 상황입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은 기존 제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킬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아가야하며, 특히 제조업 연계 서비스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효율적 혁신 측면에서, 지역의 생산 활력을 재생시켜야 합니다.
지역의 생산 활력 저하는 지역의 산업경쟁력 저하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결국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구미, 창원, 대불 공단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 내 산업단지의 경우 과거 생산과 수출의 전진기지로서 우리 경제발전의 큰 축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지의 노후화와 청년층의 근무기피 등으로 인해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모습은 지역의 생산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 내 생산 활력을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기업들이 테크노파크, 출연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혁신거점기관들과 다각적인 연계와 협력을 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도 필요할 것입니다.
기업들과 혁신거점기관들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다양한 혁신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물이 지역 내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때, 지역의 생산 활력은 다시 살아나고 과거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창출을 위한 파괴적 혁신 측면에서, 새로운 미래 시장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전반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 택시의 경우 이용의 편리함이라는 기능적 측면에 안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습니다.
늦은 밤에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것이 바로 성공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창업을 통해 발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2000년대 벤처붐 열풍을 통해 수많은 창업 성공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같은 창업 성공스토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끊임없는 창업 성공스토리도, 최근 ‘마윈’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창업 성공스토리들도 우리에게는 점점 먼 이야기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분명 창업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특히 글로벌 성공스토리를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국내 내수시장 규모의 한계와 대기업 중심의 국내 분업구조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단순히 국내 시장과 기존 시장 가치만을 고려한 창업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DNA의 내재 없이는 성공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를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창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장 가치 창출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한 준비된 글로벌화(Born to be Global)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산업 환경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IMF 경제위기는 우리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여 안정적인 세계 무역시장이라는 돌파구가 존재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는 거대한 시장인 중국이라는 돌파구가 존재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지금의 글로벌 무역환경은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쉽게 돌파구를 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IMF를 조기에 극복하고, 2002년 월드컵에 세계가 놀랄 정도로 하나로 뭉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新성장동력의 육성과 함께 수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산업의 새로운 활력 제고를 위한 혁신의 노력들과 함께 우리 국민의 열정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다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봄이 오기 직전이 가장 춥다’라는 옛말처럼 올 한 해 우리 산업이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기고 다시 역동적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재도약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