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인사이트 -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새로운 방법(New Way)과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에 대하여
▲ 김동준 대표 이노캐털리스트
혁신 인사이트는 총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은 그 중 두 번째 칼럼입니다.
혁신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한 후에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것이다.
Innovation is about new ways of making money, new ways of doing business after understanding what customers want.
– C. M. Christensen –
해마다 1월이 되면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립니다.
올해의 세 가지 키워드는 ‘C.A.R’였습니다. 그 중 첫째 키워드(C)는 ‘스마트카(Smart Car)’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질문 몇 가지를 던져 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예’ 혹은 ‘아니오’로 간단하게 답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스마트카가 좋은가요? 싫은가요?”
두 번째 질문 역시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하시면 됩니다.
“좋든 싫든 여러분이 향후 2~3년 내에 스마트카를 사게 될까요? 사지 않을까요?”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셨다면 이제 다음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질문은 주관식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스마트카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스마트카의 정의는 이것이다.’라고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비단 스마트카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닙니다. 스마트워치에 대해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좋아서 산 사람도 있고, 싫어서 사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스마트워치’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답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스마트폰의 정의가 무엇인지 답변하지 못하는 사람은 적어도 스마트폰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5년을 전후로 소위 핸드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의 정의에 대해 제대로 답하거나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초콜릿폰, 햅틱폰, 옴니아폰 등이 스마트폰인지 아닌지를 물으면 서로 답변이 다른 경우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 조사 기관인 IDC와 Gartner의 정의도 서로 달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드웨어적으로 확실해 보이는 제품들도 처음 세상에 등장하게 되면 그 정의 혹은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것은 그리 이상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스마트카와 같은 신상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답이 아니더라고 그것의 정의 혹은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의 현장에 가보면, 제품 정의도 제품의 정체성도 모르고 제품을 개발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제 오늘의 주제인 ‘혁신’으로 화두를 바꿔서 위와 동일한 질문을 여러분께 던져보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각각 “여러분은 혁신이 좋으신가요? 싫으신가요?”와 “혁신이 좋든 싫든 향후 혁신을 할 생각입니까? 아니면 하지 않을 작정입니까?”였습니다.
어떤 답변이 나오든지 세 번째 질문은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고 계신 ‘혁신(Innovation)’의 정의는 무엇입니까?”입니다.
만일 그 정의도 모르고 혁신을 한다고 결정했다면 앞으로 혁신을 제대로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혁신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혁신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 정의를 해석해 보면 먼저 혁신은 묵은 것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존재하지 않던 것을 존재하게 하는 발명이나 창조와는 다른 뉘앙스가 있습니다.
집으로 비유하면 공터에 집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낡은 집을 부수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음미해 볼 단어는 ‘완전히’라는 단어 입니다.
상식적으로 완전히 바꾼다고 하면, 어느 정도 바꾸어야 할까요?
설마 100% 변화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그러면 묵은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짓는 것이 되므로 그 보다는 적은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원곡과 완전히 다르게 편곡했다고 하면, 100% 바뀌어서 원곡의 모습을 찾기 어려우며 편곡이 아니라 새로 작곡한 것이 될 터이니 그것은 혁신 개념이 아니라 창조 개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는 원가 절감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가 절감을 몇 % 정도 하면, ‘원가 혁신’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30% 정도라고 답변하시는데, 제가 삼성전자 가치혁신 프로그램센터(VIP센터, Value Innovation Program Center)에서 원가 절감 매뉴얼을 3번이나 쓰고 진행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삼성전자 전략 프로젝트의 경우, 30% 정도의 원가 절감은 항상 있었던 일입니다.
설마 그게 될까 싶지만 전략 프로젝트들의 경우는 거의 매년 30% 정도의 원가 절감이 지속됩니다.
이렇게 30%의 원가를 거의 매년 절감한다면 ‘원가 혁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원가 혁신 전문가들끼리의 비공식적 원가 혁신의 기준은 50%였습니다.
정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직관으로 원가를 50% 정도 절감한다면 그것은 과히 ‘원가 혁신’이라고 명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 중 하나이지만, 여기서 언급된 ‘완전히’의 사전적 정의는 부사로서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많은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 혁신의 개념에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새롭게 변화된 그 모습에 모자람이 없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출시된 옴니아폰과 같은 스마트폰들은 모자람이나 흠이 없었을까요?
물론 세상에 그 어떤 제품도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옴니아폰의 경우 그 정도가 좀 심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엔지니어 혹은 기업은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 부분 사실입니다. 당시 최고의 기술을 적용하여 최선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완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객과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이에 반하여 그 이후 출시된 아이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완전한 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가 완전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거야!”, “이건 나의 분신이야!”, “이게 내 코드라니까!”, “이거 없이는 내가 살 수 가 없어!” 등입니다.
물론 2007년도에 출시된 아이폰이 오늘날까지 이와 같은 칭찬을 받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위대한 제품이나 혁신도 시간 앞에서는 세월을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철칙은 바로 이렇게 과거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팟이 그랬고, 아이폰도 그랬고, 아이패드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이유로, 특히 기술적 혹은 경제적 이유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며 완전히 바꾸는 것에 대해 소비자가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질책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혁신’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니, 제발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적 혁신을 이루었다고 하거나, 세계 최초이니 양해하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지만, 2016년 현재 우리 기업에서 주장하는 스마트워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고, 앞으로 스마트카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끝으로 생각해볼 의미는 풍속과 관습이라는 ‘생활 양식’입니다. 특히 ‘양식’이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양식에 대한 익숙한 다른 표현은 스타일(Style), 매너(Manner), 혹은 모드(Mode)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단어들이 가지는 속성은 하드웨어적인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입니다.
스타일이나 양식은 손으로 만져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라고 딱 증명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즉,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라는 특성을 가진 것이 혁신의 본질입니다.
정의에 포함되어 있는 ‘방법(Way)’이 이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가 주장하면 어떻게 혁신의 정의에 포함된 단어인 ‘조직’이 ‘무엇(What)’이 아니고 ‘어떻게(How)’라는 성격이 더 강하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제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물에 사람이 모였다고 해서 우리는 그 사람들을 꼭 조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잠실 체육관이나 CES 2016에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고 해도 그 집단은 ‘군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다시 말해서 ‘조직’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루어야 합니다.
즉,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 속에는 부서는 많지만, 조직은 많지 않습니다.
한 장소에 많은 사람이 같이 앉아서 일 혹은 생각을 하지만, 그 목적은 서로 다른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조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 원칙을 공유하고 공감해야 하므로, 무엇(What)보다는 어떻게(How)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Toyoda Way 혹은 삼성 웨이와 같은 표현으로 뛰어난 기업의 혁신 방정식 혹은 철학을 언급하곤 합니다.
종합해서 정리하면 ‘혁신’이란 바로 ‘새로운 방식(New Ways)’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Innovation)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전과 혹은 남과 다르게 일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도 어렵습니다.
지난달 ‘혁신 인사이트’의 마무리로 인용한 아인슈타인의 다음 말을 기억하시나요?
다른 결과를 원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일한다면 그것은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다시 말해서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즉, 혁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저는 해석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호에서는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텐슨의 혁신에 대한 정의로 글을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혁신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세 번이나 반복한 중요한 단어가 바로 “New Ways” 입니다.
소비자를 이해할 때도, 그리고 사업을 실행할 때도, 더하여 돈 버는 방법까지도 새로운 방식(New Ways)으로 행하는 것이 혁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본질인 혁신을 그동안 결과(Output) 중심적으로 생각한 경향이 너무도 강합니다.
즉, 혁신은 생각하고 일하는 과정(How)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큰 변화와 성공이라는 결과(What)에만 초점을 맞추어 혁신을 생각하고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이룬 조직이나 기업이 많지 않으며, 오히려 혁신하면 피곤하고 하기 싫다는 문화가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여기서는 혁신의 의미와 정의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시도했던 결과 지향적 혁신이 아닌,과정 중심적 혁신을 통하여 혁신의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혁신의 과정을 수행하면서 꼭 기억해야 하는 다음의 문장을 생각해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혁신은 사회적 과정이다.
Innovation is a Social Process.
이 문장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스쿨에서 현실감 있고, 실행 가능한 경영이론만을 제시하는 현대경영학의 구루 중 한 명인램 차란(Ram Charan) 교수가 P&G의 CEO 래플리(A. G. Lafley) 회장과 함께 쓴 책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혁신은 각 개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즉, 대화 중에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혁신의 실패는 아이디어가 나빠서 실패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연결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혁신은 과거의 혁신의 대명사인 발명과 달리 아이디어를 수익이나 이윤 혹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물건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인터넷 시대인 현재 부서 밖이나 기업의 밖에서도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구한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그것을 이윤과 성장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혁신 역시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즉. 혁신은 새로운 방식(New Way)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입니다.
따라서 창조의 시대이자 스마트 시대인 오늘날의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은 본질적으로 ‘협업적 혁신(Collaborative Innovation)’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번 글에서 혁신 기업이 다른 기업과 다른 세 번째 특징으로 ‘협업(Collaboration)’에 대해서 언급하였던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혁신의 정의로 그 본질인 새로운(New), 사회적(Social/Collaborative), 방식(Way/Process)에 대해서 함께 숙고해 보았습니다.
이제 그 실천을 시작하려고 하는 기업은 다음 헨리 포드의 말을 곱씹어 생각하면서, 혁신의 과정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이면 시작, 같이 있으면 발전, 함께 일하면 성공
Coming together is a beginning. Keeping together is a progress. Working together is success.
- Henry 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