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Management는 최근 이슈가 되는 기술혁신 주제를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다루는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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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사슬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 중 특히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보완자산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마케팅이든, 영업채널이든, 배송망이든, 생산역량이든, 구매조달역량이든 간에 핵심보완 자산으로 판명된 경우라면, 이의 확보와 조달이 결국 기업의 전략과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혁신과 지속적 경쟁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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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Cyworld)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20대의 96% 이상과 전국민의 절반 이상인 3,500만 명이 가입해 서로 ‘일촌’을 맺으며 인맥을 만들고 미니홈피에서 자신을 표현하며 ‘도토리’로 명명된 가상화폐를 이용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토종 사회연결망 서비스(SNS)의 원조였다.

싸이월드는 1999년 KAIST 학생들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출시되었는데,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사업의 주류는 다음과 프리챌과 같이 대규모 사용자 기반의 카페중심 운영체제였다.

싸이월드는 주류시장이 주목하지 않던 소규모, 폐쇄형 인맥커뮤니티라는 개념을 방명록, 일촌파도타기, 미니홈피와 같은 독특하고 재치있는 서비스로 구현하여 하위(Low-End)시장으로부터의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여 성공시켰다고 할 수 있다.

싸이월드는 이후 2003년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되었고,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6년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싸이월드에는 매일 10만 건 이상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는데, 이는 유튜브의 트래픽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에 쓰이는 아이템들이 매일 3억 원 이상 팔리며, 연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눈부신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유현오 대표는 2006년 미국진출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싸이월드가 구글을 능가하는 기업이 될 것01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의 많은 매체는 싸이월드가 MySpace, Facebook, YouTube를 합해 놓은 것과 같은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아이템 판매라는 탄탄한 수익모델을 가진 점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 보았다.

이렇게 기존 기업의 역량에 기반하지 않은 혁신적 서비스를 출시하고 일정 정도의 성공까지 거둔(즉, 파괴적 혁신에 성공한) 싸이월드가 지금은 왜 그 존재감이 이렇게 미미해진 것일까?

싸이월드의 사례는 파괴적 혁신으로부터 경쟁우위를 만들어 내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글은 싸이월드의 탄생, 성장, 몰락을 화두로 삼아 크게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하위시장에서 볼품없이 시작한 파괴적 혁신가가 주류시장의 강자를 물리치고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이다.
 
즉,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경쟁우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두 번째 질문은 승승장구하던 싸이월드가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국내시장을 빼앗긴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비롯된다.

즉, 성공한 혁신가가 후발 파괴적 혁신으로부터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과 경쟁우위의 확보

파괴적 또는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정의와 유형, 사례는 앞선 2월호와 3월호의 특집을 통해 이미 충분히 소개하였다.

‘파괴적’이라는 말은 기존의 기술발전 궤적을 따라 진행하는 점진적 기술개선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기술혁신’은 단순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이 경제사회적 편익과 결합될 때 비로소 발생한다. 어떤 학자는 이를 단순히 표현해 ‘혁신 = 발명 + 사업화’라고 도식화하기도 한다.02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화, 즉 경영요소를 어떻게 결합할지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존속적 또는 점진적 혁신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에 필요한 경영요소의 대상과 내용을 이미 파악하고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파괴적 혁신은 사업화에 필요한 경영요소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새로이 탐색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창출된 수익을 혁신가가 오롯이 차지하기 위한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여 법적으로 보호받는 방안, 핵심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기밀로 유지하는 방안, 연구개발과 시장 출시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여서 모방지체(Imitation Lag)로부터 발생하는 한시적 독점을 향유하는 것, 또한 이로부터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사용자를 자사 제품/서비스에 고착(Lock-In)시키는 선발자의 이득을 취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는 혁신적 기술을 보완하는 마케팅/영업 역량과 제조역량의 확보이다. 1994년 미국의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이 미국 제조업의 연구개발부서 책임자 약 1,200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업종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혁신적 기술의 사업화에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특허권의 확보보다 기밀유지, 리드타임 단축, 보완적 마케팅/영업 역량 확보, 보완적 제조역량의 중요성을 지목한 경우가 평균적으로 더욱 많았다.03

싸이월드의 경우, 20대 사용자의 자기표현과 친구만들기에 대한 욕구와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미니홈피, 일촌맺기, 홈피 장식용 아이템 등으로 재빠르게 서비스화한 것이 초기 성공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경영대학원의 데이빗 티스 교수는 혁신기술의 사업화에 꼭 필요한 보완적 자산이 무엇인지, 그것이 범용적인지 특화적 자산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혁신으로부터의 수익창출에 결정적인 요소임을 역설하였다.04

나아가서, 이러한 보완적 자산의 조달에 있어 혁신가, 모방자, 보완적 자산 공급자 중 우위를 점한 자가 결국 혁신의 수익을 차지하고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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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용량이 확대된 D - RAM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여 출시할 경우에는 기존 생산직원을 활용하고 기존의 라인구축 경험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 생산경험을 통해 이러한 보완자산을 이미 내부에 통합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모방자를 따돌리고 경쟁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반면, 소형 초음파 영상진단기기와 같이 기존의 역량이 갖추어지지 않은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전문부품장비 공급업체와 같은 보완자산 보유자가 승리하거나 GE나 Siemens와 같이 기존의 강자가 빠른 모방으로 혁신의 과실을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혁신의 성격이 존속적이기보다 파괴적인 경우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 및 영업채널을 구상한다든가 생산시설을 새로이 구축하는 등 보완자산을 어떻게 조달하고 혁신적 기술과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싸이월드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폭증하는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및 운용 자금과 역량이 모자랐던 싸이월드는 시스템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05

시스템 및 서버 운영 노하우와 자금력이라는 보완자산을 보유한 SK커뮤니케이션즈가 결국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하며 비로소 안정된 성장기반을 제공하고 혁신의 과실을 차지했다.


성공, 그 후 - 혁신가의 몰락 원인

혁신과 보완자산의 성공적 결합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성장을 달성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않다.

특히, 기존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위시장으로부터 시장과 고객을 잠식해 들어오는 파괴적 혁신은 더더군다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또한, 기존 기업이 이에 대응해 하위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이미 확보한 고수익 시장과 고객에게 제품이미지와 기업의 전략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주력시장을 잠식함으로써, 기존고객마저 이탈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작용한다.

즉, 기존의 고객과 시장에 포획되어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포착하는 데에 실패하게 된다.06

다른 한편으로, 성공적인 기업은 자신이 이미 확보한 보완자산과 이를 촘촘히 엮어놓은 가치사슬로부터 선취한 경쟁우위의 달콤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즉, ‘역량함정(Capabilities Trap)’에 빠지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성격상 기존 기업이 확보한 역량체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쇄산업이나 컴퓨터 산업의 역사적 예에서 보듯이 파괴적 혁신의 주도자는 기존 기업이기보다 신생기업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07


같은 맥락에서 파괴적 혁신은 아니지만 기존의 요소기술을 활용하되 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아키텍처 혁신도 또한 기존기업이 흔히 대응에 실패하기 쉽다.08

기존 기업은 요소기술에서의 혁신이 없으므로 기존 요소기술을 새로운 아키텍처로 엮는 것만으로 창출될 잠재가치를 탐지하는 데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또한, 탐지에 성공한다고 해도 기존의 요소기술을 결합해 완제품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공정, 매뉴얼, 제도, 가치사슬 등을 부분해체 후 재구성하는 데에는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되거나 조직적 저항이라는 과제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싸이월드를 인수해 폭발적 성장과 각광을 이끌어내던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12년 4분기부터 연속 10분기 적자행진을 이어가다가 결국 2014년 4월 싸이월드를 종업원주주 벤처로 분리하였다.

싸이월드의 몰락에는 물론 2008년의 글로벌금융위기와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외부의 충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도토리(싸이월드 가상화폐) 구매량이 많은 우수고객에게 포획되어 무료SNS를 원하는 하위시장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하위시장 고객은 싸이월드를 버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SNS상품으로 옮겨갔다.

둘째, 대기업 출신 비전문가가 짧은 임기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새로운 창조적 동력이 상실되었다.

기존에 유지하던 미니홈피의 스타일과 아이템 숍 등은 최소한의 개선만을 하며 유지되었다.

미국 진출을 하면서도 미국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보다는 싸이월드의 기존 서비스체계를 큰 변화없이 이식하고자 하였다. 즉, 역량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셋째,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SNS의 모바일환경 진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비슷한 기술요소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아키텍처적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다.


마무리

파괴적 혁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사슬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 중 특히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보완자산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마케팅이든, 영업채널이든, 배송망이든, 생산역량이든, 구매조달역량이든 간에 핵심보완 자산으로 판명된 경우라면, 이의 확보와 조달이 결국 기업의 전략과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시장과 고객관계에서 이미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경계해야 할 3가지를 알아보자.

① 기존고객 및 시장에 포획: 상위시장 및 고객에 포획되어 하위시장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② 자신이 잘하는 것만 계속하려는 역량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③ 요소기술에서의 대단치 않은 혁신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되는 아키텍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싸이월드는 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후발 파괴적 혁신에 위와 같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몰락하기도 한 흥미 있는 사례라 판단되어 이 글의 화두로 삼았다.

싸이월드가 2014년 SK커뮤니케이션즈와 분사하며 본 글에서 제시한 파괴적 혁신에 성공한 기업이 빠질 수 있는 함정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의 이후 행보와 성과에 따라 파괴적 혁신기업의 흥망성쇠가 윤회의 수레바퀴에 올라설지, 그대로 몰락을 재확인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경로를 창출해 기술경영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지 지켜볼일이다.
 



01 동아일보, 2014. 4. 5. “[토요뒷談]그 많던 ‘싸이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02 Afuah, A. (2003). Innovation Management: Strategies, Implementation and Profits: Oxford University Press.

03 Cohen, W. M., Nelson, R. R., & Walsh, J. P. (2000). Protecting Their Intellectual Assets: Appropriability Conditions and Why US Manufacturing Firms Patent (or Not). NBER Working Paper(7552).

04 Teece, D. J. (2006). Reflections on "Profiting from Innovation". Research Policy, 35(8), 1131-1146.

05 오마이뉴스. 2010.5.29. 창업자에게 직접 들은 싸이월드 글로벌화 실패 원인

06 Christensen, C. M., & Raynor, M. (2003). The innovators soluti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07 Tushman, M. L., & Anderson, P. (1986). Technological Discontinuities and Organizational Environment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31, 439-465.

08 Henderson, R. M., & Clark, K. B. (1990). Architectural Innovation: The Reconfiguration of Existing Product Technologies and the Failure of Established Fir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35(1), 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