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Design as Technology: 디자인에 베팅할 것인가?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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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혁신프로세스에서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

기업은 제품을 차별화하는 기술 혹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측면, 더 나아가 전략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역량 혁신을 추구하여 왔다.

본고에서는 먼저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디자인 스코어보드’를 기반으로 분석해 본다.

그리고 점진적 혁신을 위한 투자(Investing)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파괴적 혁신을 위해 높은 시장위험도와 기술개발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에 베팅(Betting)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3가지 혁신영역에 대해 살펴본다.



디자인도 기술처럼 체계적인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어느덧 2015 프로야구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굴 준비를 하고있다.

여느 스포츠경기와 달리 야구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자리한 전광판에 눈길이 자주 간다.

축구경기장은 단순히 1:0 혹은 1:1 식의 결과중심의 기록을 하는 데에 반해 야구장은 회별 점수와 함께 타구히트와 실책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경기과정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경기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야구경기장에서의 스코어보드는 기업이 자산을 관리하고 전략을 평가하는 방식과 같은 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제 재무보고 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에 따르면, 기업의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술자원, 고객관계관리(CRM), 브랜드, 인적자원과 함께 전문 디자이너와 혁신에 참여하는 디자인 경영 요소를 기업의 혁신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무형가치로 강조한다.

이는 디자인 가치가 기업의 혁신을 위해 장기적 투자 혹은 단기적인 혁신 전략으로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존에 잘 알려진 고객관계관리(CRM), 특허에 비해 기업의 디자인 기술역량은 기업의 철학과 연계되어 한 번 각인되면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으며, 그 가치는 기존의 기술개발비용 절감 혹은 생산성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차세대 디자인은 “Design as Technology” 즉, 기업이 로드맵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술을 관리하듯, 전략적으로 디자인 자산 관리를 통해 기업의 혁신 방향에서 무엇에 투자하고,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어떤 디자인기술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로 기업아이덴티티 디자인(CI, Corporate Identity)도입을 통해 기업의 상징성을 체계적으로 알려 차별화를 시도한 회사는 독일의 아이게(AEG)와 이탈리아의 올리베티(Olivetti)이다(Design as Symbol).

이후 디자인 역사는 이탈리아 알레시(Alessi), 독일 브라운(Braun)에서 제품의 스타일링을 강조한 혁신(Design as Style), 1990년대를 관통하면서 소니(Sony)와 필립스(Philips)를 중심으로 신제품 개발프로세스 단계에서 디자인 역량관리를 강조한 혁신(Design as Process)을 거치면서 기업의 혁신프로세스에서 디자인의 역할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01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도 디자인을 강조한 혁신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졌다.

잘 알려진 일화로 국내 최초 라디오(A-501)를 개발한 금성사(現 LG전자)가 A-501의 수출 채널 확보를 위해 1959년 국제가전제품전시회에 출품하였을 때이다.

높은 기대감과 달리 당시 기능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던 경쟁동종업계 – 일본산요(Sanyo)와 네덜란드 필립스(Philips)제품에 많은 참관객들과 바이어들이 몰렸다.

이를 지켜보던 금성사의 최고경영자는 “왜 우리제품이 인기가 없을까요?”라고 묻자, 현지 관계자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더 예쁘니까요!”

그때만 해도 금성사에는 의장 디자이너가 있었지만 제품개발에 있어 디자이너의 역할이 미비하였고, 반면 일본과 유럽을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은 스타일링의 개념(Design as Style)을 넘어, 제품혁신프로세스(Design as Process)에서 디자인의 역량을 키우고 있던 시기였다.

비슷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제품혁신과 기업성장의 주요 키워드로 국내외로 확산되었고, 이의 정점은 2000년대 후반 애플이 ‘디자인’을 통해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시장의 판을 바꾼 것과 같이 ‘디자인’을 단순한 외형이 아닌 기업의 기술개발 전략(Design as Strategy)의 핵심자원으로 관리한 4세대 디자인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중요한 무형자산인 디자인기술이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기업경영 혁신프로세스에서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Design as Symbol → Design as Style → Design as Process → Design as Strategy”로 진화하며, 기업은 제품을 차별화하는 기술, 혹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측면, 더 나아가 전략적인 관점에서의 디자인역량 혁신을 추구하여 왔다.

이제 5세대 디자인 패러다임으로 “Design as Technology” 즉, 기업이 특허분석을 통해 기술력을 중요 자산으로 관리하듯, 체계적으로 디자인 핵심역량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용되는 기업의 혁신을 평가하는 요소들인 ‘기업전략 목표수립’, ‘브랜드 가치제고’, ‘매출성과 향상’과 함께, ‘디자인기술 역량’을 기업경영 평가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과 고도화된 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디자인역량 분석을 단순히 혁신 후행지표가 아닌 선행지표로서 어떻게 비즈니스 환경과 연결하고, 혁신 유형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필자는 2년간 기술경영전문가와 디자이너들과 함께 사례연구를 통해 혁신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디자인역량을 체계화하기 위한 ‘디자인 스코어보드(Design Scoreboard)’를 개발하였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선도기업의 상반된 혁신유형과 디자인역량 분석을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베팅’을 선택한 애플과 ‘투자’를 선택한 삼성의 혁신전략?

통상적으로 기업은 산업환경분석을 통해 전통적, 적응적, 형성적, 예지적 중 하나의 전략 유형을 선택02한 후, 자신이 보유한 기술적, 재정적, 역량 분석을 통하여 점진적, 파괴적, 혹은 다른 혁신유형을 결정한다.

이때 기업의 디자인역량에 따라 디자인이 기업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단계가 달라지게 되는데 ‘디자인 스코어보드’를 4단계로 구별하면 다음과 같다.

(1) 차별화 단계(Differentiator Level): 기업의 디자인역량이 기술, 상품구조, 상품 아키텍처, 속성, 비율, 재질, 컬러, 디테일 등을 차별화할 수 있는가?

(2) 절차적 혁신단계(Procedure Level): 기업의 디자인역량이 상품개발 프로세스에서 상품 개발의 룰과 가이드라인의 진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삼성 VIP센터는 가치혁신을 위하여 고객 가치 원칙, 기능 중심 사고, 사용자 중심이라는 ‘룰’과 이를 반영하여 상품기획부터 설계, 구현, 제조에 이르는 “프로세스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조건에서, 디자인역량이 기업의 향후 절차적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3) 조직적 혁신 단계(Coordinator Level): 기업의 디자인역량이 의사결정, 자원 분배, 기업의 루틴의 양상을 조직할 수 있는가? 혹은 내부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디자인역량을 인력수급, 인수, 파트너십, 아웃소싱 등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가?

(4) 전략적 혁신 레벨(Strategic Level): 기업의 디자인역량이 기업혁신 방향(존속적 혁신, 파괴적 혁신, 시장 주도 혁신, 혹은 기술주도 혁신)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때 투자를 해야 하는가 혹은 베팅을 해야 하는가?

대표적인 ‘적응적’ 산업환경인 ‘스마트폰’시장에서 ‘베팅’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보여준 애플03과 ‘투자’를 통한 점진적 혁신을 이룬 삼성의 혁신유형을 디자인 스코어보드를 기반으로 재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는 시기에 스마트폰 산업환경은 글로벌 경쟁 체제와 높은 소셜피드백으로 빠른 변동과 함께 낮은 시장 예측성과 낮은 시장 유연성을 가졌으며, 이러한 전형적인 ‘적응적’ 환경에서 애플은 동종업계와 경쟁을 해야만 했다.

시장 관점에서 기존 피처폰에서부터 스마트폰까지 환경 변화에 대한 방대한 분석 보고서와 마케팅 자료가 도처에 있었고, 기술개발 관점에서도 터치스크린 기술이 안정 및 고도화에 이른, 즉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혁신을 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떻게 아이폰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었을까?

2005년 애플은 모토로라와 손을 잡고 ‘ROKR’라는 뮤직폰을 개발하였지만 기능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디자인 철학의 차이 등을 이유로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당시 CEO였던 스티브잡스는 스마트폰에 탁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체 동기화 기기로서 언제 어디서든 정보 접근이 가능한 포터블 기기를 개발하는 데 베팅하기로 결정하였다.

스티브 잡스의 위기 선호형 태도와 파괴적 혁신 전략은 2007년 7월 아이폰 발매 당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50%를 지배하던 노키아를 시장 밖으로 내몰았고, 목표했던 대로 애플은 폭발적 판매 실적을 올리며 전체 휴대전화 시장을 파괴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동시에 아이튠즈를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성공과 정보 동기화를 통한 비즈니스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여 동종업계와 비교하여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2007년 대비 2013년 790%가 상승하고(연간 평균 약 130% 상승), 애플의 주가는 2007년 1월 대비 2013년 10월 530%로 연간 평균 82%가 높아졌다.

이러한 애플의 사례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평가 관점에서 ‘기업전략목표 수립’, ‘브랜드가치제고’, ‘매출성과 향상’ 등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판매량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비즈니스 평가는 사업의 후행지표로서 디자인기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데에 한계가 있기에 디자인 스코어보드에 따른 애플의 혁신전략을 재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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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아이폰을 발매하면서, 기업혁신의 일관성, 구조적 포지션, 제품설계 기술 혁신에 초점을 두고 전략적으로 베팅하는 혁신을 추구하였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 밝힌 그의 기업철학은 “Making Users Activities Easier”로 심플하고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아이폰을 통해 성공적으로 전달하였다(기업철학).

또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AT&T와의 긴밀한 파트너십, 자사가 운영하는 애플스토어와 웹사이트를 통한 독자적 유통체계를 구축하였다(구조적 포지션).

마지막으로 혁신을 위해 내부적으로 혁신적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반면 부족한 하드웨어 부분은 주요 공급 파트너와 독점계약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여(제품설계기술 혁신) 각 혁신 단계별 적용된 ‘베팅’을 통한 파괴적 혁신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시장 환경에서 삼성의 전략은 달랐다.

삼성은 1988년 처음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어 1994년 애니콜 신화부터 지금의 갤럭시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적응형’ 산업환경에서 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상황에 맞게 높여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삼성의 기반인 거대한 R&D투자와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으며 이를 통한 점진적 혁신 전략04을 추구하였다( 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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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1세대를 선보였을 때, 삼성은 수직 계열화 구조를 이용하여 칩부터 디스플레이(탈착식 리튬이온배터리, 슈퍼아몰레드 스크린, 카메라, UI터치위즈 등)까지 대부분의 하드웨어와 부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며 초기 스마트폰 진입에 핵심적인 구조적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구조적 포지션).

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 OS를 운영체계로 사용하며 구글에 대한 의존이 높은 상태이다.

2009년 후반 자체 OS인 ‘바다’플랫폼을 얹은 웨이브폰을 생산하기도 하였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았으며, 장기적 투자부담으로 인해 최근엔 SK텔레콤, 중국 휴대폰 제조사 화웨이 등과 스마트폰 OS-타이젠을 공동개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전략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강한 제조 공급망 지배 형태는 단시간에 다품종 출시가 가능하여 다각화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자사 스마트폰의 소비 주기를 현격히 단축시키는 효과를 통해 제품 회전율을 높여 판매량을 높였다 (프로세스 측면).

또한 하이엔드급부터 보급형까지 다면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여 매년 10개 이상의 신모델을 내세우며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기능 측면).

특히, 삼성의 구조적 제조 파워는 세계 통신사들이 각기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었으며, 긴밀한 통신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특히 중국과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구조와 실행 및 성과 지표에 중심을 둔 혁신은 지속적으로 삼성의 판매율을 경신하고 있으며, 갤럭시 S4의 경우 출시 두 달만에 2,000만 대를 판매하며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짧은 기간 가장 높은 매출고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혁신전략 - 기회보다 위험에 초점 둬야

전통적으로 기업의 사업기회 포착 모델은 기업조직의 내부적 가능성(Internal Capability)과 외부적 환경(External Environment)변화를 비교하여, 적합한 사업기회 프레임워크에 따라 예측 가능한 위험도와 기대수익치를 동시에 고려해 왔다.

하지만 현재 뉴노멀 (New Normal) 시대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제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이득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고, 손해가 될 경우 위험을 받아들이려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카네만(D.Kahneman)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설명하는 것처럼 불확실성하에서 위험을 수반하는 여러 대안들 간에 인간의 비합적 의사결정(Irrational Decision Making)을 의미한다.

이를 예측 위험도와 기술투자 위험도의 두 변수의 조합하여 그림 3 과 같은 혁신전략 매트릭스를 제안해 본다.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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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축은 기술개발에 따른 투자위험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검증된 기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낮음), 검증된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는 것(중간), 마지막으로 전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높음)으로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X축은 시장위험도를 나타내며, 잘 알려진 시장 니즈에 초점을 둔 상품의 경우 시장위험도가 낮으며(낮음), 시장 니즈를 특징별로 세분화 혹은 명확화하는 경우(중간), 가장 높은 시장위험도는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니즈나 창의적 가치를 더하는 단계(높음)로 구별된다.

이와 같은 시장위험도와 기술투자 위험도 간의 3x3매트릭스에서는 두 가지 혁신전략 유형이 결정될 수 있다.

첫째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으로 낮은 시장위험도 - 낮은 기술개발 위험도(Low Market Risk – Low Technology Risk)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사무용 디자인으로 바퀴와 안장 부분을 기능적, 미적으로 점차적 혁신하는 전략이다.

반면, 높은 시장위험도-높은 기술개발 위험도(High Market Risk – High Technology Risk)가 발생하는 곳에서는 파괴적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주로 신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 디자이너의 파괴적인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영역이지만, 제품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과 마케터들과의 조정을 통해 기업은 혁신성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스위트스폿(Innovation Sweet Spot)을 향해 점차 이동하게 된다.06


혁신에 투자할 것인가 베팅할 것인가?

기업의 기술투자역량과 시장 환경분석이 끝나면 선택한 혁신 유형에 따라 점진적 혁신을 위한 투자(Investing)를 할 것인지 혹은 파괴적 혁신을 위해 높은 시장 위험도와 높은 기술개발 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에 베팅(Betting)할 것인지에 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때 최고 의사결정자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위험요소를 수반하는 여러 대안들 가운데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며, 그의 위험에 대한 태도 – 위험선호 혹은 위험회피(Risk Taking 혹은 Risk Aversion)와 사고방식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과 기술력을 모두 고려하여 40% 이하의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도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어느 수준까지 합리적으로 위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고, 기대수익을 예측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기술역량과 시장 환경의 위험도를 모두 고려하여 약 95%가량의 높은 위험도를 안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높은 불확실성에 의해 유의한 기대수익률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화두는 어떻게 기업이 시장기회를 잡기 위해 베팅 혹은 투자를 할 것인지를 가이드해줄 수 있는 방법론이다.

그림 4 기술 - 시장 기회포착매트릭스(Technology-Market Opportunity Matrix, TMO)는 기술투자 위험도과 시장위험도를 모두 고려하여 3가지 혁신 영역에서의 전략적 선택 -투자 혹은 베팅-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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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역Ⅰ: 약 80~90%의 대부분의 신제품이 속하는 영역으로 폭스바겐,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 삼성과 같은 성숙기업이 투자(Investing)를 통한 혁신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회사 주주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안정되며,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으며 산업 간, 동종 산업 내, 그리고 소비재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2~6%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2) 영역Ⅱ: 투자를 유도하는 영역Ⅰ과 베팅을 중심으로 하는 영역Ⅲ의 샌드위치 지점으로 주로 위험감 조직(Risk-Willing Organization)과 벤처캐피털 회사(Venture Capital)의 투자를 받아 기업이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

시장위험도에 따라 기업은 투자와 베팅을 전략적으로 취하게 되며, 위험부담이 낮은 프로젝트와 높은 프로젝트 사이에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07 분석을 통해 예상되는 미래 효익 비용 지출을 상쇄하기에 충분한지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투자 혹은 베팅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위험도가 낮은 프로젝트는 기업의 순현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 전략을 사용하며, 시장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프로젝트는 기업의 순현재가치 분석시 더 높은 현금할인이 적용되므로 베팅 전략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3) 영역Ⅲ: 영역Ⅰ이 성숙기업의 투자를 통한 점진적 혁신을 추구하는 데에 비해, 영역Ⅲ는 파괴적 혁신을 통한 고 위험도에 따른 높은 기대수익과 동시에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스폿이다.

주로 순수자기자본 기업이나 엔젤투자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기대수익증가보다는 손해를 줄이며 혁신의 가능성을 살피며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액을 베팅하다 점점 액수를 늘려간다(주로, 1회 베팅당0.5~1%의 보유자산을 초기에 투자함).

이러한 방식으로 벤처기업들이 신속하고 반복적으로 파괴적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장에 진입하고 잠시 머물다 후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다음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대표적으로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Tesla), Air B&B가 영역Ⅲ에 속할 수 있다.

애플과 삼성의 사례와 기술-시장 기회포착 매트릭스(TMO)에서 보듯, 기업은 먼저 특정 산업의 환경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기업의 역량에 따라 ‘투자’ 혹은 ‘베팅’이라는 혁신전략을 결정한다.

기업의 디자인기술 역량이 선택 전략을 지원할 수 없는 경우 이를 개발하거나 혹은 다른 강점으로 채우는 형식으로 새로운 전략적 성공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기업이 점진적 혁신과 단기간의 활용(Investing Mode and Exploiting)을 강조할 경우, 구조적 혁신과 프로세스, 기능, 표현이 강조된 실행 및 성과 부분의 디자인역량이 중요하다.

반면, 파괴적 혁신과 장기적인 탐험(Betting and Exploring Mode)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경우,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독자적인 혁신요소 개발과 맥락적 요소들이 우선적으로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마무리

국내의 디자인경영은 애플과 같이 스타 디자이너의 역량에 베팅하는 시스템이 아닌,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센터와 디자이너 양성교육의 투자를 통하여 진화적 혁신을 이루어왔다.

이러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디자인경영이 ‘Design as Technology’ 즉, 전략적으로 디자인 기술 관리를 통해 기업의 혁신 방향에서 무엇에 투자하고,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어떤 디자인기술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지표 삼아 기업혁신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기술디자이너(Chief Technology Designer)’ 양성 트랙을 통해서, 중소·중견 기업이 보유한 디자인기술 역량을 스스로 평가·관리하고, ‘디자인기술’을 기업의 기술개발 전략(Design as Strategy)의 핵심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론을 교육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스템과 달리 중소·중견 기업의 디자인 자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정된 자원일수록 기업의 혁신유형별 요구되는 디자인역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강화하는 전략적 관리가 요구된다.
 



01 B. Borja de Mozota and B.Y. Kim, “Managing Design as a core competency: Lessons from Korea,” DMI review 20(2), Spring 2009

02 2013.06 DBR 131호, 전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03 < 허핑턴포스트 > 2013년 4월11일 “Design Scorecard for Incremental & Breakthrough Innovation”필자의기사재구성

04 2013.1 DBR 141호, 강한 삼성의 토대는 ‘진화적 혁신역량’

05 < 허핑턴포스트 > 2013년7월31일“Designers' Strategic Comprehension Can Foster Overconfidence and Gambling Behaviors”필자의기사재구성

06 혁신 스위트스폿(Innovation Sweet Spot)이란, 해당 기업의 기존 포지셔닝 및 보유 능력 범위에 가까이 있으며 동시에 시장에서 현재 관심을 끄는 제품에 매우 멀리 떨어진 영역을 의미한다.

약60% 이하의 시장실패율과, 60% 이하의 기술실패율을 나타내며 파괴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의 샌드위치 부분을 주로 차지한다.

07 최초 사업 투자시 현금 유입의 현재 가치에서 사업이 끝나는 시기까지의 일종의 현금 흐름을 할인하는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