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 - 현대자동차그룹 양웅철 부회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그리고 향후계획 등을 알아봅니다.

공동작성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이동기 선임과장(KOITA)


글로벌 TOP 브랜드의 꿈

- 현대자동차그룹 양웅철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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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자동차시장 환경은 저성장과 엔저, 미국의 금리 변동, 유가 하락, 신흥국 위기 등으로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불안한 세계 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에서 정몽구 회장은 결코 녹록하지 않은 시장환경 속에서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며칠 후 정 회장은 2018년까지 총 81조 원의 막대한 투자 계획을 공개해 재계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처럼 엄청난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TOP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2009년 포드를 제치고 처음 글로벌 TOP5 대열에 합류한 지 7년.

친환경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 등 미래차 관련 핵심기술을 집중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한다는 현대자동차의 꿈과 도전의 이야기를 양웅철 현대자동차그룹 R&D담당 부회장에게 들어보았다.



현대자동차 그린카 계획의 중심 축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사령탑인 양웅철 부회장은 서울대 졸업 후 미국 UC데이비스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엘리트 엔지니어 코스를 밟은 셈이다. 그의 첫 직장은 미국의 포드자동차연구소였다.

1987년부터 무려 18년간을 일하다가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전자개발센터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이었지만 회사와 함께 국가에도 뭔가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외국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가야 국민들도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는 걸 자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순간부터 단순히 회사만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으며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2004년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후 하이브리드카 개발실장, 전자개발센터장 등을 거친 양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 장착되는 각종 첨단 전장부품 개발과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해 왔다.

그동안 그가 현대·기아차에서 이룩한 성과는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만한 것들이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에쿠스’ 같은 현대자동차의 유명 모델 개발을 주도해왔다.

한편 정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친환경/녹색 성장을 선도하는 다양한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09년 7월에 출시된 아반떼/포르테 LPI HEV의 상용화는 경제성과 환경 측면에서 대한민국 친환경 자동차시대를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독자 개발로 100kW급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국산화하는 등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세계자동차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지난 2월에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이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Ward’s Auto)가 선정하는 ‘2015 10대 최고 엔진(2015 10 Best Engines Winners)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는 수소연료전지차로는 세계 최초로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을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파워트레인 기술력이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자동차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여 제품의 신뢰성을 향상시켰으며, 전략적 제휴를 통한 차량용 반도체를 독자 개발하는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위한 차량 전자화 신기술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제품개발 측면에서도 2012년 북미 최고의 자동차상이라고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를 아반떼가 수상함으로써 2009년 제네시스에 이은 2회 수상으로 일본과 유럽의 유수 브랜드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이루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의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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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지난 2011년에 출시된 1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뒤를 잇는 2세대 모델인 셈이다.

출시 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일주일 만에 예약 판매대수 1,100대를 돌파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을 주도한 양 부회장에게 1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개발과정과 의미에 대해 물어보았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또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했다’는 의미를 넘어 현대자동차가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8년.

기후 변화와 자원고갈 등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기업에게 친환경차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앞서 나온 친환경차들은 고객이 원하는 연비와 주행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우수한 연비뿐만 아니라 성능까지도 겸비한 친환경차 개발을 목표로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3년여를 매달렸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은 물론 진정한 기술 선진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스스로의 목표를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개발과정은 처음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개발하려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기술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었고, 전문인력과 자원, 시간까지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성공할 확률은 단지 10~20%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시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도 선진 경쟁사가 주도하고 있는 기술 트렌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독자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포기한다면 우리의 미래 또한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걸고 쏘나타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포기한다면 친환경차 분야에서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한 일.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설계기법과 시험 방법, 제어 로직 등 모든 것이 처음인 상황이었다.

배울 곳도 없었고 가르쳐줄 이도 없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었고, 테스트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연구소에서 밤을 잊은 채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엔지니어들을 볼 때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차츰 연구원들의 숨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경쟁사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병렬형 시스템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40mpg의 동급 최고 고속도로 연비와 함께 우수한 성능까지도 구현할 수 있었다.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클러치 접합기술인데, 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매달렸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회사는 다른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스템이 지나치게 무거워져서 효율이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변속시 발생할 수 있는 변속 충격을 고도의 모터 제어를 통해 완화시켜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운전성능을 확보함으로써 시스템이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 방식에 비해 모터는 작으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기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찬사도 들었다.

미국에서 가진 몇 차례 시승식에서 처음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기술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기자단과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놀라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4년. 당시 지금의 성공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한 양부회장의 말처럼 작년 연말 출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 역시 최근 시장의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자기술로 한국식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완성한 양 부회장은 앞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 독자 시스템과 이를 완벽하게 작동시키는 전자제어기술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을 통해 축적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노하우는 향후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하는 것이다.


유럽 고급차와 경쟁할 프리미엄 브랜드 만들기

매년 3월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 중에서 가장 먼저 개최되는 제네바 모터쇼는 올해로 85회를 맞이했다. 전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 세계 브랜드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신차로 가득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총집결한 가운데 최신형 밴, 시티카, SUV를 선보였다.

현대·기아차 역시 이 자리를 빌어 유럽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신차를 공개했다.

유럽에서 품질과 연비, 성능이 인정받아야 세계시장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네바 모터쇼 참가는 중요한 연례행사인 셈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TOP 브랜드를 지향하는 현대자동차의 기술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연구개발본부장이 된 지 1년이 된 시점인 2010년도에 과연 우리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를 반문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제품개발사를 돌아보면, 자동차산업의 후발주자로서 선진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일본 경쟁사를 목표로 품질에 대한 집중 개발과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사양을 제공하는 가격 대비 가치를 내세우던 제품개발 1세대는 NF쏘나타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2세대는 세계의 이목을 끄는 디자인의 방향성 정립과 우수한 실용성을 내세워 Global 경쟁사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던 YF쏘나타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네시스와 아반떼가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고, 타우엔진과 감마엔진은 미국 10대 최고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제품개발 능력은 선진업체와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하였고, 각 부문의 언론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 보면 아직 고객이 느끼는 성능과 감성 품질 등 세심한 부분에서의 개발역량은 부족한 상태라는 게 당시 양 부회장의 솔직한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차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고민의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해답은 기본으로 돌아가 자동차의 본질에 맞는 기술 혁신을 통하여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음을 깨달았어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뛰어넘는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주행성능, 소음진동, 충돌, 내구, 연비동력 등 5가지의 차량 기본 성능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나갔다.

연구개발 전 부문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목표에 공감하고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차량 시스템 간의 유기적인 기능 통합 및 최적화를 통해서 차량의 기본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을 통해 유럽 고급차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는 양 부회장.

그가 만들고 싶은 다음의 자동차는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이제는 일반 대중 고객이 선호하며, 실사용 환경에서 부담 없이 명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야겠죠. 차량의 기본 성능을 더욱 발전시켜 전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고 오래 타도 처음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품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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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CTO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는 시대. 양 부회장 자신도 CTO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향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가기 위해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R&D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책임 또한 아주 막중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R&D는 미래 성장과 부가가치창출을 위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죠.”

현대자동차의 연구개발부문을 총괄하는 CTO의 역할은 전문적기술 지식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기술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여 이에 대응한 미래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CTO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 그리고 ‘협력’이다.


(1) 기술 혁신

자동차 업체 간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은 바로 ‘기술 혁신’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성장동력이 될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자동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와 인포테인먼트, 고안전 차량 등 지능형 자동차에 대한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전자제어기술은 차량의 성능, 안전성 및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자제어분야의 독자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선도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전자제어기술 역량이 확보되지 못하면 앞으로 다른 나라나 기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을 이끌 미래핵심기술로서 전자제어기술은 반드시 내재화시켜야 합니다.”

자동차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곧 인명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신뢰성 있고 안전한 전자제어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차량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제어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체계적인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신기술 전시회, 연구논문발표 대회, Idea Festival 등 기술 혁신을 위한 지식 공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여 연구원들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로 ‘기술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다.


(2)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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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술과 차세대 전략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서 우수한 인재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품 및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와 전문지식을 고루 갖춘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2년부터 국내대학 - 해외대학 - 전문기관을 연계한 글로벌 공동연구를 통해 우수 인재 육성 및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R&D에 적합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R&D 특성을 고려한 인재채용 기준과 채널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현직 연구원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생각, 개발방법, 프로세스를 찾도록 하여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현장경험이 바탕이 된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친환경차 기술의 글로벌 리더십을 달성하기 위해 우수 인재의 확보 및 육성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끊임없는 혁신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친환경차 개발은 막대한 투자비와 연구인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요타 대비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연구인력으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단기간에 핵심 전기동력 부품의 국산화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스택 기술 및 전기차를 개발해 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우리 연구원들의 밤낮을 잊은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1만 명 규모.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부문을 총괄하는 CTO로서 연구원들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인재를 발굴하여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전문가로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은 우리 경쟁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꿈들을 실현시켜 줄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그들이 무한한 열정과 도전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성장해 나가는 데 초석이 되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이러한 유능한 인재들이 즐거운 열정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조직을 살리는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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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웅철 부회장은 자타 운동 마니아다.
 
특히 공을 이용하는 운동은 무엇이든지 잘하며, 테니스와 골프는 수준급이라고 한다.

주말에는 자전거로 탄천에서 여의도까지 왕복할 정도라고 하는데 겨울철이면 떼를 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본다고 한다.

“떼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을 가만히 보면 배울 게 많아요. 제일 앞에 가는 리더가 먼 안목을 갖고 리드해 나가면 나머지 기러기들은 무리를 벗어나지 않고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데요. 만약 일부 기러기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 기러기 떼는 방향을잃고 우왕좌왕하겠죠.”

따뜻한 남쪽나라를 향해 수만 km를 이동하는 기러기는 혼자 날지 않는다.
 
그들이 그 먼 거리를 함께 무사히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맨 앞의 리더 역할을 하는 기러기 덕분이다.

기러기들은 서로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을 하는데 앞장 선 기러기가 먼저 외치면 뒤의 기러기들도 따라 외치며 격려한다.

단독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보다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2배로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하니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조직원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고 한다.

“조직문화란 한 번 붕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이전의 많은 유명 회사들이 패망한 사례를 보면 조직문화 붕괴가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업 내 문제는 잘못된 소통에서 비롯되며 소통의 부재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직 전체가 소통하고 협력하여 힘을 모을 때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 양 부회장은 ‘대화’를 즐긴다.

신입사원 교육시간에도 대화시간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키는 등 연구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또 연구소 실무팀장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팀장 전원의 개인의견을 청취하고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아 대화 시간을 더욱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소통을 위해 ‘격’을 만들지 않는다.

우연히 회식 중인 연구소 직원들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석해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떠날 때는 포옹으로 마무리 인사를 한다.

해외 출장 시에는 현지주재원 없이 본인이 직접 호텔로 이동하는 등 부하 직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점에서 ‘외유내강(外柔內剛)형’ 경영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평소 양웅철 부회장은 실패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친환경 미래자동차 개발부터 주행성능을 향상시켜주는 전자제어 기술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세상에 나온 현대자동차의 신기술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양 부회장은 게으름이 실패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한다.

“젊은 직원들 가운데는 어려운 일을 감수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쉽게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존 업무 방식만을 답습하며, 가르쳐주는 일만 해서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죠. 쉽게 가는 길은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고, 실패의 경험 없이는 어려움도 모르고 성공도 할 수 없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당당함이 엔지니어로서 개인 발전에 큰 힘이 되어 줄것입니다.”

도전정신을 갖고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얻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혹시 몇 차례 실패한다 해도 그 또한 값진 경험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자동차산업에 대해 꿈을 가진 젊은이라면 융·복합 기술, 시스템 기술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보기를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자신의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부 기관이나 회사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 하나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과연 어떻게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는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양 부회장의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모두들 ‘Why Me?’ 즉, ‘왜 내가 이것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It’s Me’,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의식과 솔선수범의 정신으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전 직원이 ‘It’s Me’라는 정신을 더욱 가다듬고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여 차량개발에 매진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최고의 명품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믿는 양웅철 부회장.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TOP 브랜드가 되는 그날까지, 그의 화려한 비상이 기대된다.


주요경력

2012. 11.~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부문 연구개발본부 담당 부회장

2013.~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

2012.~ 한국공학한림원 최고경영인평의회 부의장, 이사(2014.~)

2010.~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주요수상

2015. 1. 14 워즈오토(Wards auto) ‘2015 10대 최고 엔진’수상

-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파워트레인

2010. 12. 16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 100大 기술과 주역 수상

- 경승용 전기차

2003. Technical Achievement Award for Hydrogen Hybrid Electric Vehicle Development(Ford)

2000. Henry Ford Technology Award for Fuel Cell Development Vehicle Development(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