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컴퓨터의 기원과 미래 <이미테이션 게임>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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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영화(
http://movie.naver.com)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에 관한 이야기로서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 최근 국내외에서 상영되었다.

주연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평들이 많은데, 이 영화를 계기로 하여 컴퓨터의 기원 및 미래 양자컴퓨터의 전망 등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최초의 컴퓨터는?

현대적인 컴퓨터는 아니지만, 근대 유럽의 수학자 ‘파스칼(Pascal: 1623~1662)’이 개발한 기계식 계산기와 ‘배비지(Charles Babbage: 1792~1871)’가 고안한 프로그램 연산은 컴퓨터 발명에 밑거름이 되었고, 더욱 멀리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대 중국에서 발명된 ‘주판’도 인류 최초의 디지털 계산기라고 볼 수 있다.

논란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인류 최초의 컴퓨터로 공인되고 있는 것은 1946년 2월에 공개되었던 에니악(ENIAC)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클리(John W. Mauchly: 1907~1980)와 에커트(J. Presper Eckert: 1919~1995)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전자계산기 에니악은 무게가 30톤이나 나가는 거대한 덩치에 1만 8천 개의 진공관을 달고 있었다.

그로 인하여 소비전력도 엄청나서, 에니악을 켤 때마다 그 일대의 전등이 모두 희미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과 공동개발자 중의 한 사람인 에커트는 2002년 전미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바 있다.

에니악은 그 이후의 컴퓨터 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흔히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이만(John Von Neumann)은 기억장치가 없었던 에니악의 결점을 보완한 컴퓨터 에드박(EDVAC)을 1950년에 완성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과거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에니악과 비슷한 시기 혹은 그보다 앞서서 컴퓨터와 비슷한 것들을 만들었던 다른 인물들이 관심을 모으기도 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다.

그는 1937년 미국 유학시절에 컴퓨터의 개념을 담은 ‘튜링머신’을 수학적으로 고안해내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런던 근교에서 적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극비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이 과정에서 튜링은 진공관을 이용하여 암호 해독용 기계를 만들었는데, 영화에서는 친구의 이름을 따서 ‘크리스토퍼’라 부르지만, 이 기계의 이름은 거인이라는 뜻의 ‘콜로서스(Colossus)’였다.

약 1,800개의 진공관이 사용된 이 계산 기계는 종이 테이프를 통해 1초에 약 5,000자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콜로서스가 1943년 12월에 가동을 시작하였으므로, 에니악보다 앞선 최초의 컴퓨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콜로서스는 암호해독이라는 특수한 용도로만 쓰이는 데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비밀리에 사용되고 그 이후에는 단절되었기 때문에 현대적인 컴퓨터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해야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여 컴퓨터의 부품을 이루는 프로세서, 칩 등을 더욱 고도로 집적한다고 해도 논리소자를 원자 하나 이하로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컴퓨터의 성능 역시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고자 전혀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를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이다.

컴퓨터의 기본은 0과 1로 표시되는 2진법 논리회로이다.

따라서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는 스위치를 켜거나(1) 끄는(0) 상태로서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형태로 2진법의 1비트(Bit)를 구현한다.

그러나 물리학의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서 컴퓨터의 기본논리를 제시한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 상태의 중첩에 의해 측정값이 확률적으로 주어지게 되는데, 이를 응용한 양자컴퓨터에서는 이른바 ‘큐비트(Qbit)’라 불리는 양자비트 하나로 0과 1의 두 상태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고, 또한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즉 2개의 큐비트라면 모두 4가지 상태(00, 01, 10, 11)를 중첩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n개의 큐비트는 2의 n제곱만큼 가능하게 되므로, 입력 정보량의 병렬 처리에 의해 연산 속도는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은 다재다능한 물리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이 처음으로 제시하였고, 1989년 이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최근 20여 년간 양자컴퓨터의 개발을 위해 이론적 가능성의 확립과 시제품의 실험제작 등을 다양하게 모색해 왔는데, 양자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어떤 하드웨어 방식을 통하여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확립된 것이 없다.

양자컴퓨터의 실제 상용화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한때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돌기도 하였지만, 지난 2011년 디 - 웨이브(D-WAVE)라는 회사가 128큐비트로 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2013년에는 512큐비트의 신제품을 내놓아서 일부 미국 기업들이 거액을 들여 이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이 실제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실제 구현 방식으로서,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연구되고 있는 것은 이온트랩과 초전도, 그리고 반도체 방식의 세 가지이다.

이온트랩은 최외곽 궤도에 전자 하나가 있는 이온에 레이저를 비춰서, 전자를 들뜬 상태 혹은 안정된 상태로 만들면서 이를 각각 큐비트에 대응시키는 방식이다.

초전도 방식은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여, 두 개의 전자가 쌍을 이루는 ‘쿠퍼쌍’으로 양자정보를 유지하고 전달하면서 큐비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방식은 반도체 안의 자유전자를 특수한 방법으로 제어하면서, 그 스핀으로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된다면 무엇보다도 현재의 암호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소인수분해를 사용한 암호화 방법이 현재의 컴퓨터로는 뚫기가 대단히 어렵고 설령 해독한다고 해도 매우 긴 세월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단번에 뚫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시뮬레이션 능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므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전자 및 전산학, 기상예측, 신약개발 등 각종 학문과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동시에, 다시 한 번 디지털 변화의 거대한 물결이 몰려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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