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뜨겁다. SMR에 관심이 많고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력시장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화력 발전을 대체하기에 SMR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실체화된 SMR은 없다. 개념만 제시되었거나, 설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상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소형원자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2012년에는 해수 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100 MWe급 SMART 원자로에 대해 세계 최초로 안전성 심사를 완료했고 201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건설 예비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여 설계완성도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있다. 다만 소형원전으로서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으나, 경제성 측면에서 대형원전을 넘지 못해 상업원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위해 대형뿐 아니라 소형원전 시장이 열리고 기술 발달로 모듈화를 이용하여 용량 측면에서 소형원전의 경제성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우리가 SMART 원자로를 갖고 있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혁신 SMR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원전을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원자력 기술개발은 반드시 안전 규제심사를 통과해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SMR은 낮은 열출력에 기반한 여러 안전 특성이 있고 그로 인해 대형원전과 비교해 훨씬 높은 안전성을 갖추면서도 단순화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면 대형원전에 필수적인 비상전원장치가 소형원전에는 필요 없다. 이런 설계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전 심사도 기술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상업용 경수로 분야에서는 세계적이다. 이미 우리 고유 브랜드인 APR1400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지금도 체코, 폴란드에서 원전 수주를 놓고 미국, 프랑스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SMR에서도 우리는 상당한 소형로 기술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소형원자로를 필요한 만큼 묶어서 모듈형 원전을 만드는 기술을 더한다면 단박에 세계 SMR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우리는 불모지에서 수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왔다. 음악평론가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에서 K-Pop은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 음악으로 수출지향적 문화경제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원전도 비슷하다. 우리의 전력수요를 위해 수입했지만, 수출로 우리의 실력을 입증했고 그럼으로써 국민의 인정을 받았다. SMR이 i-SMR(innovative-SMR, 혁신형이라는 의미다)을 넘어 K-SMR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혁신형 SMR은 국내에 최초 호기를 지어서 실증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목표로 뒀다. 물론 국내 원전 이용 확대의 필요에 따라 국내 건설을 먼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K-SMR이 돼야만 진정한 기술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K-Pop은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다. BTS가 유엔에 초대되고 빌보드 차트에 매겨지는 것이 낯설지 않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 여행을 하면서 K-SMR을 마주쳐도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혁신형 SMR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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