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10배 속도의 우주 쓰레기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 쓰레기는 점점 현실에서 우리를 위협하며 다가오고 있다. 1950~60년대 인류가 우주 시대를 연 이후, 쓰레기는 계속 우주에 쌓이고 있다. 위성과 정거장, 사람까지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인류가 쓰레기를 지구로 다시 가져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1 지구를 덮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묘사도
(ESA(유럽우주국))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에 따르면, 10㎝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는 2만 9천 개로 집계되었다. 그보다 작은 1㎝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6만 7천 개, 1㎜ 크기의 경우는 1억 7천만 개에 달한다.
문제는 그 위력이다. 우주 쓰레기의 속도는 약 초속 7.5㎞다. 이는 총알보다 10~20배 빠른 속도다. 10㎝ 정도의 우주 쓰레기는 위성을 파괴할 수 있고, 1㎝의 쓰레기는 우주정거장의 보호막을 뚫을 수 있다. 1㎜의 쓰레기들도 우주정거장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민간 위성 늘어나며 급증한 쓰레기
우주 쓰레기는 민간 우주 시대에 들어서면서 급증하고 있다. Elon Musk의 스페이스엑스(SpaceX)와 Jeff Bezos의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 민간 발사체 기업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재사용 발사체’라는 혁신적인 기술로 우주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미국의 천문학자 Jonathan McDowell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로켓 발사를 145회 시도했다. 2017년 29회와 비교해 5배가 늘어난 수치다.
우주 쓰레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위성도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22년부터 위성을 포함한 2천 개가 넘는 탑재물이 매년 발사되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1만 개가 넘는 위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쇄 충돌로 재앙 발생할 수도
만약 이렇게 많은 위성이 서로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미리 예견한 과학자가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의 과학자 Donal Kessler다. 그는 1978년 논문에서, 지구 궤도에 물체의 밀도가 높아지면 연쇄 충돌로 인하여 우주 쓰레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연쇄 충돌로 발생한 쓰레기는 우주인에 대한 위협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도 파괴할 수 있다. 위성은 통신, 인터넷,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시스템) 등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위성이 우주 쓰레기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생활이 마비될 수도 있다.
우주 쓰레기 제거할 별별 기술들
그렇다면 우주 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궤도를 수정해 우주 쓰레기를 피해 왔다. NASA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이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한 횟수는 39번에 달한다.
그러나 이제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우주 쓰레기 제거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의 항공우주 기업 에어버스(Airbus)와 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는 그물을 던져 우주 쓰레기를 잡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림2 Airbus의 우주 쓰레기 포획 위성 상상도
(University of Surrey)
우주 쓰레기 문제를 국제적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NASA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UN(United Nations)이 나서서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 인류가 우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주 쓰레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