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 미국은 제47대 대통령으로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상품에 10% 또는 2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과 동등한 수준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가 오직 중국만을 목표로 설정되어 있었고, 동맹국을 대상으로는 특정 품목에 한정하여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정부 1기의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트럼프 정부 1기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따라, 수출국들은 멕시코와 베트남 등 우회로를 개척하거나 직접 수출을 늘려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미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2018년 21.6%에서 2023년 14.1%로 감소했고,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중 중국의 비중도 2018년 46.8%에서 2023년 26.1%로 낮아졌다. 이에 반해, 미국의 4대 수입 상대국(중국, EU, 멕시코, 캐나다)으로부터는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30% 이상 수입이 증가했다. 일본, 한국, 베트남, 대만으로부터의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대중 의존도는 현저히 낮아졌지만, 우회 국가의 대미 수출에 포함된 중국의 부가가치는 오히려 증가했다.
[표2] 미국의 무역수지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24.11.)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트럼프 정부 2기는 출범 전부터 무역적자의 종식을 공언하며 이른바 ‘요새 아메리카(Fortress America)’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양자 무역적자의 증가를 미국에 귀속되어야 할 이득의 글로벌공급망을 통한 누수로 보고, 중국에 초점을 맞춘 관세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포함하는 더욱 강한 압박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트럼피즘 2.0 하에서 우리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24.10)은 우리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로, 보편관세의 직간접적 영향과 상대국 보복관세의 간접적 영향으로 수출이 53억∼448억 달러 줄어들고 GDP도 0.29∼0.6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과도하게 우려하거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 1기에도 공약했던 정책은 선택적으로 시행되었고, 경제적 충격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에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6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므로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나온 수많은 공약 중 무엇이, 언제, 얼마나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우리에게 영향을 줄지를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에서 우리나라가 사정권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첫 번째 표적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적자는 중국을 제외하고도 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베트남과의 무역에서 우리나라보다 더욱 크고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이 큰 자동차의 경우, 무역수지 측면의 대응과 더불어 트럼프 1기에 경험한 통상법 232조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보편 관세의 경우, 이것이 현재 미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시행되더라도 속도 조절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복기하고 다른 나라의 협상 과정을 참고하여,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과 기회는 충분하다.
트럼피즘 2.0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산업에 따라서는 ‘요새 아메리카’ 정책을 미국의 관세장벽 안에서 중국의 경쟁 위협을 완화하고 기술격차를 벌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반도체, 전기차, 조선, 방산 등을 포함한 첨단·전략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한미 간 이해관계의 조율 가능성을 타진하고, 호혜적인 산업기술 협력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기회 요인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방안 도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