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병원체 제거소재 기술 개발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는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 경제, 보건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마찰마저 발생하고 있다. COVID-19와 같은 호흡기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인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으며, 환자 치료가 이루어지는 병원에서는 마스크, 방호복, 고글 착용과 음압 병동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대부분 바이러스 또는 균(이하 ‘병원체’)을 사람이 호흡하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수동적인 방식에 사용된 마스크, 방호복 등의 표면에는 전염성이 있는 병원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처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음압병동에서 사용되는 HEPA 필터는 병실 내 환자가 배출하는 병원체를 나노 섬유 필터로 포집하여 2차 감염을 방지하지만 먼지, 수분 등 필터상의 이물질이 병원체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필터 교체작업자의 2차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홍콩대 연구팀이 ‘Lancet’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마스크 표면에서 COVID-19 바이러스가 무려 7일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병원체의 비활성화 또는 살균이 가능하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 또는 시스템이 있다면 COVID-19와 같은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아직 확실한 대응 기술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료연구소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과 책임 중 생활환경개선소재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공공시설 병원체 제거소재 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은 곰팡이와 같은 부유미생물을 포함하여 시행될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와 시스템을 개발하여 민간에 공급하고자 기획되었으며,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COVID-19 대응을 위한 요소기술의 빠른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재료연구소의 플라즈마, 촉매, 세라믹, 바이오 소재 연구진으로 구성되었으며, 저온 플라즈마 필터 기술과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기술을 기반으로 살균공조 시스템과 평가법을 개발한다. 플라즈마 살균기술 개발은 나노표면연구실과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이 담당하고 있다. 기체투과성 다공성 세라믹을 이용해 저온 플라즈마 필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Dielectric Filter Discharge(DFD) 기술로 명명된 본 기술은 저온 대기압 플라즈마 발생에 사용되는 유전체의 기체투과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저온 플라즈마 발생을 위해 인가되는 수 kV급 고전압에 의한 절연파괴를 억제할 수 있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다. 필터 역할을 하는 다공성 세라믹은 병원체 입자를 플라즈마 발생영역에 포집하거나 통과시간을 지연시켜 전기장과 오존에 의한 병원체의 살균 또는 비활성화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기능세라믹연구실은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병원체 살균 및 비활성화에 사용 후 잔류한 오존을 산소로 변환시키는 촉매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용량 기체 처리에 촉매를 사용하기 위해 높은 공간속도에 적용 가능한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부품을 개발 중이며, DFD 부품과 결합되어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으로 일체화될 예정이다.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의 실증을 위해 재료연구소는 창원 본소에 부유미생물 제거능력 평가 시험설비를 2020년 상반기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이용하여 재료연구소가 개발할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의 성능을 정량 평가하고, 현재 살균 공조와 관련된 인증이나 표준이 없는 관련분야에 활용 가능한 시험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살균 공조 시스템의 시험법 개발과 결핵, COVID-19와 같은 고위험성 병원체의 제거성능 평가 관련해서는 결핵병원인 국립마산병원이 협업하고 있으며, 매년 기술 워크숍을 통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표면-세라믹-바이오 소재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저온 플라즈마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저온 플라즈마의 바이오-의료 분야 진출을 통해 국민 생활환경개선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특히, COVID-19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부터 차례대로 사회에 보급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글/ 이승훈 선임연구원
한구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