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왜 뛰어난 리더들이 없을까

 

세계 최고의 공공보건시스템으로 인정받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NHS는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냈다. NHS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상당히 유사한 위계적 조직구조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의 정점에 경영진이 있고,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는 각 단계를 거쳐 승인을 받는 구조다. 이런 의사결정 시스템은 위기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NHS는 더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현장의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파격적인 혁신을 단행했다. 현장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모든 부서의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머리를 맞대어 논의하고 협력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해 나갔다. 그러자 과거 6개월~1년이 걸리던 일들이 단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해결되기 시작했다.

 

집단지성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리더십의 시대

2017년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시스템 혁명’으로 정의하고 세계의 리더들에게 수평적인 시각에서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스템 리더십’으로 변화할 것을 당부했다.

세상의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조직의 상징이던 피라미드 형태의 수직적 구조는 퇴물이 되어가고 있다. 강력한 권한의 소수 리더에 의존한 결정이 아닌, 다수의 의견이 시스템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국가도, 기업도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집단지성의 설계와 조정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시스템의 설계자로서 리더의 자기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인식이 되지 않는 리더들은 인지편향에 휘둘리는 의사결정과 경청하지 못하는 의사소통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결정이 편향된 직관과 외부의 관점을 무시하는 과신에 의한 비합리적 판단의 결과일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얘기하지만, 과연 이후에 정상(Normal)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는 세상이 가능할까? 언제든 수시로 닥쳐올 ‘비정상’, 즉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다. 진폭이 크고 속도가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국가와 기업 등 모든 조직의 필수 역량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은 리더의 책무이며, 이는 리더 자신의 본질적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간의 의사결정이 많은 경우 인지편향에 휘둘린 판단의 결과임을 증명해낸 행동경제학은 리더의 자기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따라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자기인식이다.

미래를 바꿀 혁신가이자 뛰어난 경영자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리더가 가장 잘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더의 자존심보다 회사가 ‘덜 잘못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직원들이 리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리더가 직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단언에서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글/유효상 교수
숭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동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혁신전략, 비즈니스 모델, 유니콘 등이 있다.

※ '전문 보기' 버튼을 누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