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약 40억 명이 기후 재해의 영향을 받았고, 5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무려 3,40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기후 위기의 시대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속가능한 기후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악화 속에 정부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국가 R&D 예산의 마련과 집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녹색금융’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19일 금융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녹색금융의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 내용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저탄소 공정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 신산업 지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1) 2030년까지 녹색자금 420조 원 공급, (2) 미래에너지펀드 9조 원 조성, (3) 기후기술펀드 3조 원 등 9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4년 48.6조 원에서 2030년 74.4조 원까지 단계별로 녹색자금 공급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때 녹색금융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즉 ‘K-택소노미’다. 택소노미(Taxonomy)란 원래 ‘분류학’이란 뜻인데, 녹색금융 지원을 위해 녹색 경제활동을 분류해 놓았다고 해서 ‘녹색분류체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 개발을 시작했으며, 2021년 말에 1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2022년 말에는 산업, 에너지, 수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74개 녹색 경제활동의 기준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했다. K-택소노미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상 환경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협의하여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K-택소노미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물, 순환 경제, 오염 방지, 생물다양성의 6대 환경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하나 이상의 목표에 기여해야 하며(활동기준, 인정기준), 그 과정에서 나머지 환경목표에 심각한 환경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배제기준). 또한 인권, 안전, 뇌물 등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보호기준)을 모두 충족할 때, 택소노미에 적합한 녹색 경제활동으로 판단된다. K-택소노미는 녹색부문과 한시적인 녹색으로 간주하는 전환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녹색부문은 공통 활동과 6대 환경목표로 구성되어 있고, 전환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관련 1개의 환경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변화나 환경 관련 기술 개발과 혁신에서도 K-택소노미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나 스케일업을 위해 추가 투자와 파이낸싱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로부터 K-택소노미 기준에 따른 적합성 여부를 검토받게 될 것이기에 기술 개발과 혁신의 단계에서부터 K-택소노미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K-택소노미의 대상이 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위 ‘갈색 경제활동’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투자자나 금융기관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반면 K-택소노미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혁신 기술의 상용화 과정에서 더 많은 투자와 금융지원을 더 유리한 조건에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