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공급 과잉, 저가 수주로 인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해운 시장이 회복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가 늘어나는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신조선가지수가 역사상 최고점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모두 3.5년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하였다. 삼성중공업 또한 LNG 운반선,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부유식 LNG 생산설비 (FLNG)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업을 둘러싼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IMO와 EU를 중심으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선박 연료의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여러 대체연료를 활용한 추진 및 운송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탄소포집 기술과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등도 상용화 중이다. 특히 2024년 세계 최초로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설비를 개발 하고 선급 인증까지 받은 사례와 거제조선소에 구축한 대규모 LNG 및 암모니아 실증설비는 삼성중공업의 친환경 기술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선박과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박의 연료 효율과 안전 운항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십 솔루션 ‘SVESSEL’을 상용화하였으며, 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개발하고 국제 항로에 대한 실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조선소 내부의 생산성 혁신을 위해 무도면 조선소 전환, 로봇 활용 용접 자동화, AI 기반 설계 및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등의 스마트야드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환경규제 완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의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국내 조선업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의 재개로 LNG 운반선의 발주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은 미국만의 정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유럽연합과 아시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선주사와 화주들도 ESG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미국의 일시적 정책 변화가 있더라도 친환경 선박 관련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조선사들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인 기술 투자와 친환경·디지털화 전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의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 탄소중립·자율운항·스마트야드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 및 제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 리더십과 친환경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