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ibalization은 자기잠식을 의미하는데 생물학과 문화인류학과에서는 동족 포식을,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수익잠식을 의미한다. 기업은 제품 또는 서비스의 포트폴리오 중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대상을 보다 나은 대상으로 대체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치가 낮은 대상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감소시킨다. 잠식의 주체가 외부의 경쟁기업이면 외부에 의한 잠식으로 경쟁에서 밀린 것이며, 기업 스스로 잠식하면 자기잠식에 해당한다.

자기잠식은 시장의 제품 경쟁력과 그에 맞는 시장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쟁사에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혁신 활동이다. 자유경쟁에서 자기잠식은 고객에게 보다 가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한다. 따라서 이를 기술혁신의 근간으로 보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생존은 기업 간 경쟁에서의 승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고객 만족을 향해 자가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

 

자기잠식에 실패한 기업 사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Nokia, Merck, Kodak 그리고 Google을 꼽을 수 있다. 자기잠식에 성공한 기업 사례로는 해외에 Apple과 Amazon이 있다면, 국내에는 농심과 요기요의 사례가 있다. 이처럼 역사 속의 유명한 기업들이 자기잠식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수익감소와 시장점유율 축소, 고객 충성도 저하와 같은 우려로 인해 기업들은 자기잠식을 선택하기 어려워하고 결국 이를 기피하게 된다.

막연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Google의 생성형 AI 제품처럼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신선한 신규 아이디어를 매몰시켜 버리고, 기존의 안전한 수익 유지를 위한 합리적 판단이라 자위한다. 가진 것조차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의한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논리적 의사결정 같지만, 보유한 것을 지키는 데 집착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되고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자신임을 그 당시에는 모른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매출의 유지 기간이 길수록 위험회피 성향은 높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점유하지 못한 틈새시장에는 기업문화, 내분, 관료주의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소규모의 민첩한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기업들이 경쟁자로 등장한다.

새롭게 등장한 시장 파괴자는 생존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역량을 결집한다. 반면 대기업은 특히 회사의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쇠퇴하기 전에는 잠식하려는 의지가 있더라도, 다양한 비즈니스 리더의 의사결정을 결집하여 수용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경우가 많다. 온라인 신문 조직의 경우 종이신문에 미미한 해가 발생하더라도 종이신문 조직으로부터 분리되어야만 한다. 온라인신문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의 매출액, 판매량 등을 주요 KPI로 설정한다면 의미 있는 자기잠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림1은 자기잠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과 손실의 변화를 나타낸다.


 

의사결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은 나 자신이듯, 가장 두려운 적과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내 안에 있다. 자기잠식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면, 스스로 채찍질을 통해 정진해야 하는 힘든 여정 속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숙제만 남는다. “If you don't cannibalize yourself, someone else will.”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고객에게 집중하고 한 발이라도 진일보하기 위해 자기잠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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