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은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됨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지역의 갈등 재점화,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화 등은 주요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을 급격히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세계 방산시장 규모는 약 2조 4,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하였다. 특히 NATO는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기존 GDP 대비 2%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첨단기술 중심의 무기체계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 인공지능(AI), 위성, 사이버 전력 등은 미래전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군수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한국 방산 기업에게 북미, 유럽, 중동, 남미 등 주요 지역별로 상이한 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북미 시장,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방산시장으로, 최근 해군 함정 건조와 정비(MRO)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핵심 함정 증강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선·정비 분야의 시장 규모도 2034년까지 각각 약 1,200억 달러, 3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시장은 FOCI(외국인 소유·지배 영향), RDP(Research, Development and Procurement) 협정 등 제도적 장벽이 높아 진입이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현지 법인 설립, 고용 창출을 통한 ‘Buy American’ 정책 대응, 미국 방산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병행하는 현지화 중심 전략이 필수적이다.


유럽은 EU 차원의 방위산업 강화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EU 방산산업 전략’ 및 ‘유럽방위기금(EDF)’을 통해 자체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동개발 및 기술자립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이러한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 수출보다는 폴란드 등 전략적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조립·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공동개발 형태로 협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력이 요구되는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일반 부품은 현지에서 조달하거나 조립하는 형태의 ‘현지화+파트너십’ 전략은 한국의 기술 보호와 유럽 현지 기업의 참여 유인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과 남미 시장은 각각의 특성과 정치·경제적 배경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중동은 고정수입원인 석유 수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무기 도입이 이뤄지고 있으며, UAE, 사우디, 카타르 등은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II 등 한국산 무기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단순 구매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이전, 유지보수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패키지형 수출과 금융지원, 군사외교 연계가 필수적이다. 남미는 최근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군 현대화 사업이 활발하며, 한국 기업들이 장갑차, 함정, 항공기 등의 수출과 공동개발을 통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페루의 경우, 함정 공동건조와 장갑차 공급, 항공부품 생산 협력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이 결합된 협력모델을 통해 중남미 방산 협력 거점으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방산시장이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요소에 따라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 확대를 위해 세 가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전 대비를 위한 첨단기술 기반의 R&D 투자를 확대하여 독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비하고 자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각국의 방산 정책과 정치·외교 환경에 맞는 맞춤형 수출 전략—즉 현지화, 공동개발, 금융 패키지 연계—를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방산기업은 기술과 품질 경쟁력뿐 아니라 외교, 제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