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잦아진 이상기후 속에 물량 수급이 불안정한 채소·과일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인구 고령화 및 대농화(大農化)를 해결할 ‘스마트농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간단히 말해 첨단농기계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토양·작물·환경 센서 등의 계측 장비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사실 농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딥테크(첨단기술) 기반 새싹 기업들이 그 변화를 주도하며 스마트농업 발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4)’에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을 만나봤다.
프라모델 만들 듯…노후 농기계를 최첨단 자율 주행 농기계로 탈바꿈시키는 조립 키트
저렴한 가격에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토록 한 모듈형 조립 키트는 스마트농업 분야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2022년 8월 설립된 아그모(AGMO)는 탈부착식 자율 주행 농기계 조향 키트를 생산한다. 아그모 솔루션 키트는 기존 농기계 천장에 아그모 센서(GPS) 모듈을 부착하고, 기존 핸들을 탈거해 모터가 달린 오토 스티어 핸들로 교체해 장착하는 형태다. 그다음 자율 주행을 조작할 수 있는 산업용 태블릿 PC인 HMI(Human Machine Interface) 모니터와 카메라 2대를 부착하면 설치가 끝난다.
계란 품질검사도 AI가 한다
한밭아이오티가 개발한 AI 계란 품질검사 시스템(꼬꼬봇 AI 비전)은 계란 품질을 자동으로 검사한다. 기존 계란 외관검사는 ‘툭툭’ 두드리는 방식인데, 이 경우 계란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등 손상 위험이 따른다.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교차오염 발생도 무시할 수 없다. 한밭아이오티는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 꼬꼬봇 AI 비전은 영상을 촬영해 계란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주로 흰자와 노른자의 위치 및 색상을 보고 판단한다. 신뢰도는 95% 이상이다.
그림 1 한밭아이오티의 꼬꼬봇 AI 비전을 활용해 분석한 계란 상태 데이터
커피 찌꺼기가 케이크로, 선인장이 가죽 재킷으로 변신
리사이클링 시장을 겨냥하여 농업 부산물을 재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도 뜨고 있다. 어반랩스의 경우, 식물성 대체 단백질 재료인 ‘커플로어’를 내놨다. 커피박 찌꺼기를 친환경 식품 원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는 기존의 식품류에 넣어 단백질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기능성 재료다. 또한 어반랩스의 커플로어는 커피 추출 후 발생하는 커피박을 수거해 재자원화하는 측면이 있다. 커피박을 활용한 어반랩스의 커플로어는 빵 1개를 생산할 때마다 107.4g 정도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선인장과 함께 걸린 검은색 가죽 재킷과 가방이 참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를 개발한 기업인 그린컨티뉴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식물 부산물만을 활용한 원단인 ‘비건 가죽’을 제조하고 있다. 부스를 지키던 한 직원은 “비건 가죽 사용 시 선인장 농장 1만 평당 약 7,0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하면서, “일반 가죽처럼 고형폐기물과 고농도 화학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